8/19/2011

깜짝 선물

퇴사 전의 깜짝 선물인가....
원래 우리 팀은 출장 갈일이 별로 없는데 갑작스럽게 한국 출장이 잡혔다. 그것도 당장....
퇴사 한달전에 출장 가는 오묘한 이 기분..


할 일도 많은데 심정이 복잡하다.
(사실은 돈이 없다...)
외국에 나와 있다가 한국에 들어가는 다른 사람들의 심정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조금 부담이 된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들의 애정 어린 시선....... 좋지만 가끔은 불편할 때가 있다.
나를 너무나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지만...비슷한 나이 또래의 딸을 둔 자매들의 약간의 경쟁 의식이랄까....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어떻게 사나 궁금해 하시는 이모들의 질문에 잘 대답 해야 하고....
또 돈을 버는 입장이니 선물도 사가야 하고....
뭔가 미묘한게 많다.

나보다 먼저 외국에 나가 10년을 살았던 사촌 언니가 한국을 드나들며 이모 선물만 사고 다른 이모들 선물은 단 한번도 사온적이 없다.
친 언니처럼 사랑하는 언니지만.... 그 모습을 보며 개인적으로 느낀바가 많다.
대단한 물건이 아니더라도 애정을 표시하는데 선물 만큼 좋은게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속물적이다 또는 체면치레다....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한국에 들어갈 때면 꼭 선물을 사 들고 가고 싶다.

표현하지 않으면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가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 외에도 엄마에게 맛있는 밥도 사주고 싶고.... 또 친구들도 만나고 싶으니.... 갑작스러운 한국 방문은 늘 예상치 못한 지출이 따른다.
그리고 호텔에서 일주일이나 머물러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갑갑....

장시간의 비행도 그렇고.... 시차가 적응 되기도 전에 빡세게 일할걸 생각해도 갑갑....


곱창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그래도 많은 위로가 된다...
당장 내일 아침 비행기 탈 생각을 하니 가슴이....윽




8/11/2011

변화

곧 바르샤바와도 이별이다.
벌써 이 곳에 온지도 2년이 다 되어 간다.
2년을 딱 한달 앞둔 시점, 그 동안 정들었던 거리, 회사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간다.
생각을 안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막상 결정하고 나니 너무 빨리 모든 것이 바뀌는 것 같다.
얼마전까지만해도 내년까지는 있겠지.... 하고 생각 했는데 이렇게 빨리 결정하게 될줄은 몰랐다.  마음이 복잡하다.


그래서...........한국에 가기로 했다.

곧 다가올 큰 변화를 대비하여 기존의 계획을 대폭 수정, 엄마도 보고 마음의 정리를 좀 단단히 하는 의미에서 가족 친지들 외 절친 30명 내외로 초대하는 작은 자리도 마련해 볼까 생각중이다... 준비할 것들이 많아 성가시겠지만 이럴때 아니면 정말 언제 다 같이 볼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큰 결심을 했다.

10월 20일쯤 들어가서 한달쯤 있다가 나올 생각인데.....
그 후에는 빡센 일정이 기다리고 있으니 맛있는 거 많이 먹고 푹 쉬다 와야지...

8/03/2011

깜놀

Kleszsz 클레쉬취 정도의 발음인데... 이게 뭐냐면...

어제 아침에 샤워를 하면서 비누칠을 하는데.... 손에 뭔가 불편한 느낌이 전해졌다.
어디서 또 긁혔나... 하면서 손톱으로 살짝 건드렸는데 아무 느낌도 안왔다... 보통 상처면 약간 쓰려야 되는디....
-_- 이건 뭥미.. 어디서 뭐가 붙은거얌... 하는 생각으로 손톱으로 잡아 떼는데 피부가 약간 늘어 났다가 풀려다면서 퐁... 하는 느낌과 함께 다리 같은게 있는 작은게 딸려 나오는게 아님?
어? 이거 뭐야.... 숲에서 딸려왔나? 흡혈곤충인가? 하고 잠시 생각했다 그냥 버리려다 놀려줄 마음에 남자친구에게 보여주기로 했다.... 사실 이때까지는 호기심 때문에 별 다른 느낌이 없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지난 주말 부모님 집에서 같이 놀고 나는 일요일 오후에 바르샤바로 돌아 왔고, 남자친구는 그 다음날  오후 스위스로 가는 중 이륙 지연으로 인해 바르샤바에서 바꿔 타야 하는 비행기를 놓쳐 그 다음날 아침에 스위스로 가게 된 남자친구가 집에 있었기에 (왜 같이 있었는지 설명 하는게 이리 긴가.... ) 불러서 보여줬더니 Kleszcz  Ah!!!! 하고 소리를 지르고 호들갑을 떨면서 부모님께 전화를 하고 병원에 전화를 해서 당장 예약을 잡는게 아님?
Kleszcz라는 요 작은 곤충은 알고보니 진드기였다....
그런데 진드기가 뭐 어때서? 그랬더니 남자친구가 대경실색을 하면서 이게 잘못 물리면 뇌에 이상이 올수도 있고 걷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면서 난리난리를 치는 것이었다.

다리에 난 빨간 구멍을 보면서.... 슬슬 겁이 나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온갖 무서운 얘기들이 속속 나왔다. 특히 독일쪽 진드기가 악명이 높은 듯 했다.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갖고 있는 진드기가 1/20 의 확률이라는데... 가뜩이나 우리가 주말에 갔던 숲은 구 독일권이라.... 


그래도 반 구워진 빵 오븐에 돌려서 라즈베리 쨈 발라 계란국 (남자친구가 매우 좋아함.... 무슨 수프 처럼 밥도 없이 떠 먹음) 잘 먹고 공항에서 니 꼭 병원 가라!! 오후 6시 반이다!! 라고 소리 지르고 검사대로 사라진 남자친구를 보내고 회사로 출근....
괜찮을 줄 알았는데 불안감 때문일까.....
하루종일 열과 구토감에 시달리며 괴로워하다 오후 6시쯤 병원으로 갔다.
이렇게 하루가 길었던 적이 있었던가.....
회사에 앉아 있는 동안 자꾸 지나간 시간들이 떠 올랐다. 내가 이렇게 추억할 거리가 많았던가.... 하는 생각에 좀 놀라기도 하고.... 하루라는 시간이 짧은 줄로만 알았는데 사실 내 인생을 돌아 보기엔 좀 긴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병원에 도착했더니 마음씨 좋게 생긴 할아버지가 요리조리 둘러보더니 별 문제 없으니 집에 가라고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 하길래 불안해 하면서 온갖 말을 쏟아 냈다. 어지럽고 열 나는 것 같고 눈이 뜨겁고 또 배가 딱딱하고 -_-
그랬더니 피검사 하라고 종이 한장 내주고 십일간 복용하라며 항생제 처방 해주고 배 아픈건 29일간 약을 줄테니 하루에 한알씩 먹고 별 경과가 없으면 내시경을 하잔다....
그렇게 세장의 종이를 들고 나오는데.....
아 유럽은 역시 말로 표현 하지 않으면 안되는구나....한국처럼 알아서 봐주길 기대하는 건 안되는 거였어....
알고 있어도 말로 표현 못하면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 처럼.... 줴길....

하고 다시 생각했다.

실로 생태계는 오묘한 것이다.
그동안 민감한 촉각을 갖고 있다고 자부 하였건만... 어찌 안쪽 허벅다리까지 올라 가거나 내려 가는 동안, 그리고 뾰족한 주둥이에 피부를 찔리기까지 왜 나는 아무 느낌이 없었지?
지금 보니 빨갛게 구멍이 선명히 보일 정도인데도 말이다.
어떻게 고 작은게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달고 다닐 수 있는지.... 참으로 놀랍다.

뭔가 다사다난한 하루였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오랜만에 사천 짜파게티를 특식으로 끓여서 먹고 항생제를 꿀떡 삼키고는 잠이 들었다.

여긴 피검사 하면 두통씩이나 뽑아 가던데... 아아아 괴로워
아침도 굶고 점심 시간에 가서 피 뽑고 맛있는 거 먹고 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