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5/2011

여유

갑자기 일을 놓고 집에 들어와 앉으니 숨겨져 있던 게으름이 끝도 없이 방출되고 쓸데없는 생각만 많아지는 것 같다.

당장 독일어 공부를 해야 하고 GMAT시험도 봐야 하고.... 이미 점수가 만기된 토익도 봐야 하니 연습 문제라도 한번 풀어 봐야하고.... 폴란드어 그 동안 공부한 것들이 적지 않은 양이니 정리하고 입으로 자연스럽게 나올수 있도록 연습도 해줘야하고....기타 등등 계획 했던 것들도 많고 할 일이 없는 것도  아닌데.... 날 감시하던 (?) 팀장의 눈초리가 없고......   감시와 통제로부터 자유로워지니 어떤 현상이 벌어지는고 하면....-_-

한없이 풀어져 빈둥빈둥 놀다가 커피 마시고 테레비보다 목욕하고 소파에 누워 하늘 쳐다보다가 독일어 책 피고 좀 보다 30분도 안되서 인터넷 하고...

아... 이게 뭔 호사인가.....





그런데 재미있는 건......
초등학교 시절 ( 나 다닐때는 국민학교 였음) 난 참 시계 부분에 약했다.

왜 그랬을까.... 항상 산수 시험에서 시계 그림만 나오면 그냥 짜증이 나고..... 잘 쳐다보려고도  하지 않았는데 어쩌면 나이를 먹고도 똑같이 폴란드어로 시계 부분을 이렇게 못하는지....  사람은 변하지 않나봄....
마지막으로 보고온 쪽지 시험에서 시계 부분에 쏟아져 내리는 빗줄기... 하하하하....
남자친구가 보고 엄청 웃던데.....  (나쁜넘.... )

이제 좀 손 놓고 있었던 폴란드어 포스팅 좀 다시 할수 있으려나....
아... 폴란드 음식도 좀 정리해서 포스팅 하고 싶은디....

10/04/2011

갈등

나쁜놈.... -_- 이라는 말만 떠오르는 지금.....

내가 욕먹으면서....(욕이라면 좀 과장이긴 하지만..... 아무튼 김치 담글때 집 난장판으로 해 놓는다고 쫌 구박 먹었던 기억) 김치 담궈 냉장고에 넣어두면 야근하고 돌아와서 가끔 냉장고를 열어 생 김치만 밥도 없이 집어 먹던 니가....

이제와서 하는 말이 뭣이라? 사실은 동양 음식 별로라고...

내가 요새 잘못이 많아 뭐라 말은 못했다만....  내 지금 느낀 배신감은 결코 잊지 않겠다.

일하면서 피곤에 쩔어서 김치 좀 먹어 보겠다고 어깨가 빠져라 담근 김치 훔쳐 먹어도 ( 자는 와중에도 사실 짜증이 좀 났었음, 저 쉑이가!! 하고 발끈 하였으나 그냥 자는 척....) 내 별 말 안했는데 나름 결혼해 보겠다고 마음 먹은 놈이 이런말을 하니 마음에 앙금이 깊이 남았다.

그런데 원래 결혼생활 하는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마음에 앙금을 안고 사는 걸까?


풀길이 없구만.... 쩝
 
아 왜 이렇게 다를까...
한국 사람은 말을 아끼는게 미덕인데... 여긴 무조건 대화로 풀고 무조건 말로 설명한다....
그런데 오히려 더 답답하네....



그런데 나는 왜 이 결혼을 하려고 했지? 하는 고민을 한달이 넘도록 하고 있을까....

8/19/2011

깜짝 선물

퇴사 전의 깜짝 선물인가....
원래 우리 팀은 출장 갈일이 별로 없는데 갑작스럽게 한국 출장이 잡혔다. 그것도 당장....
퇴사 한달전에 출장 가는 오묘한 이 기분..


할 일도 많은데 심정이 복잡하다.
(사실은 돈이 없다...)
외국에 나와 있다가 한국에 들어가는 다른 사람들의 심정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조금 부담이 된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들의 애정 어린 시선....... 좋지만 가끔은 불편할 때가 있다.
나를 너무나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지만...비슷한 나이 또래의 딸을 둔 자매들의 약간의 경쟁 의식이랄까....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어떻게 사나 궁금해 하시는 이모들의 질문에 잘 대답 해야 하고....
또 돈을 버는 입장이니 선물도 사가야 하고....
뭔가 미묘한게 많다.

나보다 먼저 외국에 나가 10년을 살았던 사촌 언니가 한국을 드나들며 이모 선물만 사고 다른 이모들 선물은 단 한번도 사온적이 없다.
친 언니처럼 사랑하는 언니지만.... 그 모습을 보며 개인적으로 느낀바가 많다.
대단한 물건이 아니더라도 애정을 표시하는데 선물 만큼 좋은게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속물적이다 또는 체면치레다....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한국에 들어갈 때면 꼭 선물을 사 들고 가고 싶다.

표현하지 않으면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가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 외에도 엄마에게 맛있는 밥도 사주고 싶고.... 또 친구들도 만나고 싶으니.... 갑작스러운 한국 방문은 늘 예상치 못한 지출이 따른다.
그리고 호텔에서 일주일이나 머물러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갑갑....

장시간의 비행도 그렇고.... 시차가 적응 되기도 전에 빡세게 일할걸 생각해도 갑갑....


곱창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그래도 많은 위로가 된다...
당장 내일 아침 비행기 탈 생각을 하니 가슴이....윽




8/11/2011

변화

곧 바르샤바와도 이별이다.
벌써 이 곳에 온지도 2년이 다 되어 간다.
2년을 딱 한달 앞둔 시점, 그 동안 정들었던 거리, 회사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간다.
생각을 안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막상 결정하고 나니 너무 빨리 모든 것이 바뀌는 것 같다.
얼마전까지만해도 내년까지는 있겠지.... 하고 생각 했는데 이렇게 빨리 결정하게 될줄은 몰랐다.  마음이 복잡하다.


그래서...........한국에 가기로 했다.

곧 다가올 큰 변화를 대비하여 기존의 계획을 대폭 수정, 엄마도 보고 마음의 정리를 좀 단단히 하는 의미에서 가족 친지들 외 절친 30명 내외로 초대하는 작은 자리도 마련해 볼까 생각중이다... 준비할 것들이 많아 성가시겠지만 이럴때 아니면 정말 언제 다 같이 볼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큰 결심을 했다.

10월 20일쯤 들어가서 한달쯤 있다가 나올 생각인데.....
그 후에는 빡센 일정이 기다리고 있으니 맛있는 거 많이 먹고 푹 쉬다 와야지...

8/03/2011

깜놀

Kleszsz 클레쉬취 정도의 발음인데... 이게 뭐냐면...

어제 아침에 샤워를 하면서 비누칠을 하는데.... 손에 뭔가 불편한 느낌이 전해졌다.
어디서 또 긁혔나... 하면서 손톱으로 살짝 건드렸는데 아무 느낌도 안왔다... 보통 상처면 약간 쓰려야 되는디....
-_- 이건 뭥미.. 어디서 뭐가 붙은거얌... 하는 생각으로 손톱으로 잡아 떼는데 피부가 약간 늘어 났다가 풀려다면서 퐁... 하는 느낌과 함께 다리 같은게 있는 작은게 딸려 나오는게 아님?
어? 이거 뭐야.... 숲에서 딸려왔나? 흡혈곤충인가? 하고 잠시 생각했다 그냥 버리려다 놀려줄 마음에 남자친구에게 보여주기로 했다.... 사실 이때까지는 호기심 때문에 별 다른 느낌이 없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지난 주말 부모님 집에서 같이 놀고 나는 일요일 오후에 바르샤바로 돌아 왔고, 남자친구는 그 다음날  오후 스위스로 가는 중 이륙 지연으로 인해 바르샤바에서 바꿔 타야 하는 비행기를 놓쳐 그 다음날 아침에 스위스로 가게 된 남자친구가 집에 있었기에 (왜 같이 있었는지 설명 하는게 이리 긴가.... ) 불러서 보여줬더니 Kleszcz  Ah!!!! 하고 소리를 지르고 호들갑을 떨면서 부모님께 전화를 하고 병원에 전화를 해서 당장 예약을 잡는게 아님?
Kleszcz라는 요 작은 곤충은 알고보니 진드기였다....
그런데 진드기가 뭐 어때서? 그랬더니 남자친구가 대경실색을 하면서 이게 잘못 물리면 뇌에 이상이 올수도 있고 걷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면서 난리난리를 치는 것이었다.

다리에 난 빨간 구멍을 보면서.... 슬슬 겁이 나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온갖 무서운 얘기들이 속속 나왔다. 특히 독일쪽 진드기가 악명이 높은 듯 했다.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갖고 있는 진드기가 1/20 의 확률이라는데... 가뜩이나 우리가 주말에 갔던 숲은 구 독일권이라.... 


그래도 반 구워진 빵 오븐에 돌려서 라즈베리 쨈 발라 계란국 (남자친구가 매우 좋아함.... 무슨 수프 처럼 밥도 없이 떠 먹음) 잘 먹고 공항에서 니 꼭 병원 가라!! 오후 6시 반이다!! 라고 소리 지르고 검사대로 사라진 남자친구를 보내고 회사로 출근....
괜찮을 줄 알았는데 불안감 때문일까.....
하루종일 열과 구토감에 시달리며 괴로워하다 오후 6시쯤 병원으로 갔다.
이렇게 하루가 길었던 적이 있었던가.....
회사에 앉아 있는 동안 자꾸 지나간 시간들이 떠 올랐다. 내가 이렇게 추억할 거리가 많았던가.... 하는 생각에 좀 놀라기도 하고.... 하루라는 시간이 짧은 줄로만 알았는데 사실 내 인생을 돌아 보기엔 좀 긴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병원에 도착했더니 마음씨 좋게 생긴 할아버지가 요리조리 둘러보더니 별 문제 없으니 집에 가라고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 하길래 불안해 하면서 온갖 말을 쏟아 냈다. 어지럽고 열 나는 것 같고 눈이 뜨겁고 또 배가 딱딱하고 -_-
그랬더니 피검사 하라고 종이 한장 내주고 십일간 복용하라며 항생제 처방 해주고 배 아픈건 29일간 약을 줄테니 하루에 한알씩 먹고 별 경과가 없으면 내시경을 하잔다....
그렇게 세장의 종이를 들고 나오는데.....
아 유럽은 역시 말로 표현 하지 않으면 안되는구나....한국처럼 알아서 봐주길 기대하는 건 안되는 거였어....
알고 있어도 말로 표현 못하면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 처럼.... 줴길....

하고 다시 생각했다.

실로 생태계는 오묘한 것이다.
그동안 민감한 촉각을 갖고 있다고 자부 하였건만... 어찌 안쪽 허벅다리까지 올라 가거나 내려 가는 동안, 그리고 뾰족한 주둥이에 피부를 찔리기까지 왜 나는 아무 느낌이 없었지?
지금 보니 빨갛게 구멍이 선명히 보일 정도인데도 말이다.
어떻게 고 작은게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달고 다닐 수 있는지.... 참으로 놀랍다.

뭔가 다사다난한 하루였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오랜만에 사천 짜파게티를 특식으로 끓여서 먹고 항생제를 꿀떡 삼키고는 잠이 들었다.

여긴 피검사 하면 두통씩이나 뽑아 가던데... 아아아 괴로워
아침도 굶고 점심 시간에 가서 피 뽑고 맛있는 거 먹고 와야지....

7/26/2011

바르샤바 일기

 사람 마음이 어쩌면 이렇게 변덕스러운지 모르겠다.
바르샤바 날씨가 싫다고 남자친구에게 너네 나라 날씨는 왜 요러냐며 온갖 짜증을 부리던 내가 터키에서는 바르샤바의 날씨가 그리워 남자친구에게 이젠 날씨 얘기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 했다가.... 또 막상 돌아와 흐린 날이 계속 되는 2주를 보내고 나니 다시 쨍쨍한 터키의 하늘이 그리워진다.

아니지....사실 터키 날씨가 좋긴 하지만.... 에페소스에서 통구이 될뻔한 기억 때문인지, 그래도 바르샤바 날씨가 조금 더 낫다.... 하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건 좀 심하지 않나 싶은게 지난 일주일간 내내 긴팔에 가벼운 외투까지 입고 다녔으니 7월 날씨라고 하기엔 너무 춥다!. 비라도 오면 코트 꺼내 입어야 할 것 같은 찬 바람이 몰아친다.

앗 방금 취리히 날씨를 찾아 봤더니 그래도 바르샤바가 나은듯.... 취리히는 17~8도를 맴도는 데 그래도 바르샤바는 24~5도....  유럽 땅을 밟은지 몇해가 흘렀건만 날씨는 아직도 적응이 잘 안된다.
가끔은 찌는 듯한 한국의 여름이 그립다. 심지어는 장마철의 텁텁한 습기까지 그리울 정도다.
뜨끈한 삼계탕도 먹고 싶고 풋고추 우렁이 가득 들어간 된장 찍어 쌈채소 가득 넣어 커다랗게 한입 베어 물고 싶기도 하고.... 여름 느낌이 물씬 나는 한국의 더위가 그립다.
유럽의 여름은..... 가끔은 여름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어쩌면 슬슬 한국이 그리워지는지도 모르겠다.
최근에 좋은 한국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일까? 처음 나왔을 때는 별 생각 없더니 언제나 무던히 옆에 있어주던 친구들이 그립고.... 나를 한결같이 이해해주던 친구들이 그립고, 나이는 달라도 마음이 잘 맞던 언니들이 그립다.
가까이 있을때는 늘 그런줄 알다가 막상 떨어져 나와 내맘 같지 않는 사람들을 겪다 보니 새삼스럽게 내 친구들이 더 소중하고 고마운 것 같다.

어렸을때는 싸워도 정이 들더니 나이 먹으니 작은 마찰만 생겨도 얼굴 보기가 왜 이렇게 힘든지..... 예전에는 미안해 내가 더 잘할께 한마디면 풀릴일이 왜 이렇게 더 꼬이기만 하는지 모르겠다. 알수 없는 일이다.



누군가가 나보다 삶에 대해 훨씬 잘 알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꼭 묻고 싶다.

왜 내 의견을 얘기 하면 그 의견은 전달 되지도 않고 (듣는 것 같지도 않고....) 타당한지 여부는 검토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상대방은 자기를 무시하는게 아닌가를 먼저 생각하고 나는 어느새 남을 가르치려 드는 버릇 없는 사람이 되는건지 모르겠다.... 이게 비단 한국인의 문제인가 아니면 내가 아직 사회 생활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인가의 여부도 잘 모르겠다.

고심해서 단어 하나까지도 고르고 골라 얘기를 해도 뭔가 벽에다 대고 말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때가 있다.... 이게 내 접근 방식의 문제라면 오히려 바꿔 볼만한 여지도 있고 의문이 훨씬 쉽게 풀릴 것 같다. 오히려 가끔은 영어로 얘기 하는게 명쾌할 것 같다는 느낌도 들고....

서비스 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존경스럽게 느껴지는 때다.... (특히 한국)


나도 가끔은 내 머리를 열고 들여다보고 싶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조금만 더 성의를 가지고 생각해보면 누구라도 내 생각이 미치는 범위는 얼마든지 도달 할수 있고 또 짐작이 가능하다 즉 별 다른게 없다는 얘기다.
글쎄... 뭐가 다를까.... 다른거 없지. 개개인의 차이라는 보편적인 개념만 이해한다면....

내 삶에는 뭐가 있냐... 왜 즐겁게 사느냐 쪽으로 접근을 한다면 좀 더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볼 가능성은 있는 것 같다.
우선 늘 남의 떡이 커보인다는 진리와도 같은 말을 띄워 드리고 싶고....
생각하는 걸 즐기느냐 즐기지 않느냐의 여부가 있긴 하지만 개인적인 취향과 관계되는 지라 생략, 삶에 치여서 또 지쳐서 생각을 안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건 본인의 삶에 대한 근본적인 자세와 애정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너무 지쳐서 체념하는 사람도 많이 있지만....자기 인생이라는 자동차를 몰고 가면서 운전대 안잡고 갈수 있나? 뭐 인생 망치는 것도 자신의 선택과 무관하다고 볼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1인이기 때문에......

본인이 생각을 멈추지 않고 바른 선택(도덕적인 의미의 바른이 아니고 본인을 위한, 본인에게 맞는...최선의 선택이라고 할수 있음) 을 추구하고 이를 지지할 의지가 확고 하다면 본인의 행복을 남과 비교해 스스로를 깎아 먹지 않는 이상 행복해지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의지가 확고하지 않아 중도 포기한 사람들에게는 늘 남의 이야기로 남겠지만.....

아 뭔가 오늘은 굉장히 변명하고 싶고 나라는 인간에 대해서 강력히 변호 하고 싶은 날이다.

7/25/2011

동생이란....

둘째 동생이 유럽여행을 왔다.
전공 특성상 졸업 후 바로 군인이 되는 동생의 상황을 고려해 봤을때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방학으로 제한 되기 때문에 1학년인데도 불구하고 엄마와 의논하여 엄마는 비행기 표, 나는 여행비를 대기로 했다.
 너무 급작스럽게 결정된 터라, 너무나 걱정이 된 나머지 네덜란드에 있는 남자친구까지 동원해 여행 루트를 짰는데 남자친구는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다 큰 성인 남자인데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주는게 어떻겠냐고 했다.... (그거야 니 생각이고....) 하지만 내겐 아직도 어리기만한 동생이라 마음이 놓이질 않았다.  동생과 최대한 함께 있을 수 있도록 개인 휴가도 내서 함께 다닐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했지만 그녀석 혼자 여행하는 기간이 2주가 넘는지라 내내 마음 한쪽으로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막내 동생과 마찬가지로 동생이라고 하기엔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일까.... 가끔은 야속하기도 하고 속도 많이 태웠지만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단 한순간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다.
늘 어른같은 표정을 짓고는 눈물이 많았던 녀석이 어느새 커서 대학교를 들어가고 혼자 여행을 하겠다고 배낭을 매고 눈앞에 나타나자 금내 눈이 뜨거워졌지만 언제나 그랬듯 나는 감정을 감추고 차갑게 대답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혹시라도 무슨일이 생기면 어떻하나.... 이상한 사람을 만나서 흉한 일이라도 당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에 배낭 여행으로 18일에 쓰기엔 좀 많다 싶은 금액의 돈을 유로로 바꿔서 줬는데..... 이 녀석이 얼마나 아끼고 아꼈는지 반이 넘게 남겨왔다.

누나 집에와 안심했는지 바로 잠이 든 동생 옆에서 그 녀석이 여행 기간 동안 쓴 일기를 들춰 보는데 돈을 아끼려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알수 있었다. 
철자는 다 틀려서 얘가 대학생이 맞나 싶은 생각에 웃음이 나왔지만.....
한편으로는 기특 하기도 하고.... 이젠 정말 다 컸나 보네.. 하는 생각에 섭섭하기도 하고....
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들이 밀려왔다.

공항에서 손을 흔들고 사라지는 그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걸 보며 엄마는 기분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어 하루 종일 기분이 묘했는데 회사에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 삐뚤빼뚤한 글씨의 편지가 놓여 있었다.

동생은 나와는 무척 다르다.
서툴지만 정이 많고 사랑이 많다. 아직도 엄마가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때면 엄마 다리를 끌어 안고는 응석을 부린다. 차갑게 옳고 그름을 따져가며 비판하는 나와는 전혀 다른 성향을 지녔다.   힘든 시간도 있었고 나도 어려서 사랑하는 방법을 잘 알지 못해 순수하게 사랑해주기 보다는 내 욕심이 앞서 동생들에게 늘 냉정하게 대했다.
첫째라는 자리 때문인지 늘 동생들에게 실수 하면 안된다,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따뜻한 말을 건네기 보다는 이성적인 충고를 하려 노력했다. 나보다도 훨씬 어렸던 그 녀석들의 눈에 나는 어떻게 비춰졌을지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가슴 한쪽에 서늘한 바람 같은게 분다.
다행히 나같은 냉정한 누나 밑에서도 그 녀석은 따뜻한 본성을 잃지 않고 컸다.
그러고 보면 사람은 날때부터 지니고 있는게 다른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나중에 돈 많이 벌면 누나랑 엄마랑 꼭 옆에 데려다 놓고 함께 살고 싶다는 말에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나도 엄마한테 이런 멘트 한번 날려 줘야 하나? 하는 생각도 좀 들고....

오랜만에 가족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수 있는 기회 였던 것 같다.
.... 누군가가 그립다..는 감정도 참 오랜만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