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4/2013

바르샤바에서 방을 구할때 어디가 좋을까?

이 글을 쓰려고 참 많은 시간 생각만 하다가.....

직장의 이동으로 인해 현재 다른 곳에다 방을 알아보는 나의 절박한 심정과 같은 누군가가 있을수도 있다는 생각에 당장에 마음을 다 잡고 앉아서 글을 쓰기로 했다.
방 알아보는 도중에 다른분들께서 올리신 글을 보고 고마운 마음이 참 많이 들었는데.... 지금 느끼는  감사한 마음을 누군가 나눌수 있기를.... 또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바이다.

이 글은 바르샤바로 오는 직장인, 싱글, 아이가 없는 젊은 사람을 위한 글이다.
가족이 있으신 분과는 전혀 다른 상황의 이야기 이기 때문에, 이 점을 먼저 분명히 하고 싶다.

우선 내 경우를 설명 드리자면......

내가 처음 바르샤바로 올 때 원했던 바는 아래와 같다.
1) 회사에서 가까울것 또는 30분 이내 통근 가능, 이왕이면 트램을 타고 다닐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었음.
2) 공원 가까이
3) 창문이 클것

약 3년 하고도 몇개월을 더 지난 지금 시점의 조건은 아래와 같다.

1) 슈퍼가 무조건 가까워야 하고 이 슈퍼는 이왕이면 11시 이전에는 문 안 닫았으면 좋겠음.
아니면 까르푸 익스프레스라도 (10시에 닫음) 있는 곳
2) 회사에서 30분 이내 거리 무조건, 하지만 걷는 거리는 10분 이내여야 함! (겨울에 엄청 춥기 때문에)
3) 공원 필요 없고, 시내에서 가까울 것 (술 먹거나 밥 먹고 날 좋은날 집으로 걸어가면 매우 좋음, 그러나 일년중 단 몇개월에 불과하다는 점)
4) 엘레베이터 낡지 않은 건물
5) 배수 잘 되고 뜨신 물이 펑펑 나오는 집 ( 시내 가까이의 집들은 거의 대부분이 낡았는데 내부를 수리 해서 새 것 같은 집이 많은데, 왕왕 뜨거운 물이 나오기까지 약 2분의 시간이 소요 되는 집도 있음)
6) 조용한 집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유럽내 많은 집들이 고요한 밤 옆집의 말소리가 또는 TV 소리가 들릴때가 있다. 내용을 식별할 정도는 아니지만, 젊은 애들이 가끔 친구들이라도 초대해서 노래 틀고 지들끼리 놀때면 잠을 이룰수가 없음, 할머니 할아버지 사시면 좋은데, 이 분들은 또 내 소음에 괴로워 하실수 있음, 민감한 할머니는 밤 11시에 퇴근해서 구두 벗으면 이 소리 때문에 천장을 쿵쿵 쳐대시는 경우도...)

* 폴란드의 대부분의 집들은 매우 따뜻하다 외벽이 두껴워 외풍도 별로 없고 (창가는 물론 따로 살펴봐야 함), 하지만 역시 잘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아래의 조잡한 지도를 보면, 노란색은 내가 다시 집을 구한 다면... 선호하는 지역
(밤에 걸어다녀도 안전한 지역- 폴란드는 굉장히 안전한 나라여요)
빨간색 동그라미 부분은 큰 백화점이 있는 곳,
연두색 부분은 한국 식당, 작은 곳은 일식집 (비싼곳) 이 있는 곳이며, 분홍색으로 표시한 지역은, 내 무조건 살고 싶다 +_+ 하는 .....내가 가장 선호하는 거리다.
아! 그리고 빨간 X표는 지하철 역이며 파란 줄이 지하철 라인이다.

한창 2호선이 공사 중이나 현재 바르샤바에는 지하철이 1개 라인이 다다.

중심 지역을 Srodmiescia 라고 하고, 그 아래를 Mokotow 라고 하는데 이 밑으로 대규모의 거주 밀집 지역이 있다. 큰 집들도 많고 교외라 건물이나 회사 보다는 거의 대부분이 아파트와 공원이라 아이들 키우기에 좋은지 가족 단위로 많이 사는 것 같다. 지하철도 트램도 없는데다 버스는 약 10여분에 한대씩 다니는 지라 차가 필수 같아 보인다.
나같은 뚜벅이 족은 가뜩이나 걸어 다니는 걸 좋아하니 시내를 벗어날수가 없다는 말씀....
(클릭하시면 커짐)

물론 이 외의 지역이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내 선호와 내 취향을 고려한 추천 지역이기 때문에 이 점을 염두에 두셨으면 한다.




 


내 지금까지의 기억으로는 집을 구하는 방식은 이렇다.

1) 부동산
2) 인터넷
3) 지인

부동산의 경우 월세의 한달치 정도를 서비스 비용으로 지불해야 하는데 보통 반반씩 나눠서 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2000즈워티 이하의 집은 왕왕 혼자서 비용을 다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잘 살펴 봐야 하며, 최근 부동산들이 대여 보다는 판매쪽에 주력을 다하는 지라 자기네 싸이트에서 대여건들을 관리하는 건 드문것 같고 인터넷에 올라온 공고를 잘 살펴보고 연락을 하면 이게 에이전트가 올린 광고인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아무리 본인이 찾았어도 주인과 연락하고 약속 잡는걸 에이전트가 하기 때문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여기서 재미 있는건, 인터넷에 보면 똑같은 공고가 여러건 올라와 있는 경우가 있는데, 주인이 올리고 에이전트가 올리는 경우일수 있다.
잘 살펴봐서 주인이 직접 올린 것 같은 광고(회사 로고나 이름이 없이 개인 이름과 연락처만 있는 경우)의 연락처로 연락을 직접하면 대답은 좀 늦을수 있으나 비용을 줄일수도 있다.

약속을 잡고 방문을 하면 이곳 저곳 꼼꼼히 살펴 보고, 주인의 됨됨이도 잘 살펴 보는 게 좋다. 
주인이 가끔 시도 때도 없이 오겠다고 하는 경우, 문제가 생겨도 책임지지 않거나 오히려 뒤집어 씌우는 경우 등이 있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심술궂게 생긴 주인은 피하는게 좋다.

주인도 갠츈하다 생각이 들면, 적극적으로 자기 직업과 성실히 월세를 납부할 것임을 어필하는 것이 좋다. 회사가 좀 유명한 곳이면 좋고...
잘 웃고, 당당하게 어필하면 폴란드 사람들은 대부분 좋은 인상을 받는 것 같다. 물론 예의는 필수....  기본적으로 한달치 집세를 보증금으로 내는데, 외국인이기 때문에 세 달치 받고 싶다 하는 경우도 있다. 개인적인 능력으로 좋은 인상과 말솜씨를 발휘하여 깎을수 있다.

간혹 주인이 한달에 한번씩 직접 와서 월세를 받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는 주인이 세금 신고를 안하고 싶어 하기 때문일수 있다.... 주인이 마음에 들고 그렇게 하고 싶다하는데 안된다 하기도 그렇고.... 하면 내 경우, 회사 앞으로 오라고 해서 매달 회사 앞에서 현금으로 줬다.
보니까 주변에 이런 경우 좀 있던데, 계좌가 없는 할머니, 전쟁 이후에 공공 서비스를 못 믿는 노인분들 같은 경우도 직접 오셔서 받아가신다고 한다.

자....이제 어디서 아파트를 찾느냐.... 하면 나는 아래의 싸이트를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
Gumtree도 있긴 하지만.. 아래의 싸이트가 훨씬 나은 것 같다.

http://dom.gratka.pl

가서 아파트 Mieszkania 를 선택하고, 대여인 Wynajmy를 선택, 도시(Miasto)는 Warszawa, 마지막으로 지역(Dzielnica) 은  Srodmiescia (시내 중심지역의 경우, 약간 남쪽의 경우 Mokotow를 선택! ) 를 선택해서 가격 범위를 결정한 다음 찾기 Szukaj 를 클릭하면 된다.

(이 지역이 좀 광범위 하므로 지역을 선택했다고 마음 놓지 마시고 거리 이름을 보고 꼭 지도에서 찾아 보실 것을 강추 함!  아래에 사진을 넣고자 하나 어째 크기가 조정이 안되네?! 클릭하시면 커질 듯?!)



 
 
가격대는 참 뭐라 말씀 드리기 어려운 사항이나....
나같이 비자가 필요한 외국인의 경우, 집 주인이 본인을 거주 등록에 포함 시켜 줘야 하는데, 이걸 멜두넥 Meldunek이라고 한다. 집 주인이 직접 해주거나 또는 집 계약서와 특정 서류를 갖고 있으면 회사 HR에서 할수 있긴 한데 이게.... 번거로운 일이라 집주인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싼 집일수록....
2000즈워티가 넘어가는 집의 경우, 나름 고가의 집이라 할수 있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쉽게 해주지만, 1500즈워티 아래의 집주인들이 멜두넥을 선뜻 해주리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뭐 불가능한 건 아니고.... )
 
새 집의 경우 거의 대부분 1900 이상인 것 같고,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은 3년전에 새로 고쳤다고 하는데, 나름 깔끔하고 약 40sqm로 이케아 4인용 식탁이 들어가고도 남는 큰 부엌하나 방 (큰 서랍과 넒은 장농 포함) 그리고 샤워 부스와 세탁기가 있는 깔끔한 화장실이 있는 곳으로 1800즈워티를 내고 살고 있다, 그리고 가스, 전기, 물등 약 한달에 100즈워티 정도 내고...
 
나보다 싸게 또는 약간 비싸게 주고 오래 되었으나 보수 공사 된 시내의 아파트에서 살고 계시는 분도 있고, 훨신 싸게 오래된 -_- 정말 오래된 아파트에서 사시는 분도 있고, 약간 교외이나 지하철 가까운 곳에서 새로 지은 번쩍번쩍한 아파트에서 훨씬 비싸게 내고 주고 사는 분들도 있지만.... 각자 원하는 바가 다를수 있으니, 이 부분은 위의 정보를 가지고 본인의 취향에 맞게 골라서 사시면 될 것 같다.  
 
나도 지금은 새로운 곳에 아파트를 구해야 하는 실정이라 찾아보느라 눈이 빠질 지경이나, 혹시라도 바르샤바에서 정착하시는 분께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후다닥 써보 았다는 이야기....
 
 
* 덧붙임
 
여기도 나갈때 청소 상태 안 좋으면 보증금에서 까고 줍니다.
그러니 청소 잘 하시고 공과금 잘 내시면 보증금 그대로 돌려 받는 경우도 있는데, 안 그런 사람들도 많아서 나갈때쯤 공과금도 안내고~ 청소도 안하고,어차피 안 돌려줄지도 모르는데 에라 모르겠다 하는 분들도 있고....
제 경우.... 여기 청소 점검하는 기준이 워낙 높아 제가 1박 2일을 꼬박 청소만 하여도 모자랄 것 같아 그냥 마지막 달에 집주인에게 협상 조건을 제시 합니다.
막달은 보증금에서 반은 그냥 청소도 하고~ 고장난데 있으면 고치고~ 너 가지거라 그러니 마지막 월세는 반만 주겠다.... 
(이건 상대적으로 허술한?! 좀 인정있는 폴란드에서나 통하는 얘기일 것임)
 
 
 
 
 
 

고향 생각

날마다 뜨는 신난한 뉴스에.... 마음을 주지 않으려 하다가도 문득 문득 머릿속을 파고 드는 고향 생각에 일손을 놓고 한참을 상념에 젖게 된다.

유럽에 살게 된 이후, 아름다운 마을, 성, 도시를 수 없이 갔지만 그 어느 풍광 보다도 내 마음을 흔드는 건, 여전히 기억속에 사진처럼 선명하게 각인 되어 있는 어린시절의 봄이다.
아직은 차가운 공기지만 따뜻한 햇살에 봄꽃이 천지에 피어,  그 향기가 은은히 퍼지는  봄 내음이 너무나 그립다.
누군가는 일본의 잔재라고 하지만 봄이면 평범했던 우리 동네를 동화속 환상의 세상 같이 만들어 버리던.... 바람을 타고 흩날리는 벛꽃, 교정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었던 목련꽃 향기가 너무 좋아 한참을 나무 밑에 서 있곤 했던 그 순간과 또 이름을 알수 없는 갖은 봄 꽃의 향기들이 떠올라 머릿속을 뒤집어 놓을때면 그렇게 멍하니 책상앞에 앉아 어린시절의 추억으로 걷잡을수 없이 빨려 들어간다.

이 맘때면 상위에 오르던 향기로운 봄 나물과, 냉이국, 김이 오르는 막 지은 밥을 먹던 그 시절이 생각난다.
물론 겨우내 먹던 음식이 결코 모자랐던건 아니다.
묵은지에 갖은 장아찌와 젓갈 종류는 전라도 사람들의 소울푸드와 같아서 겨울 내내 부족함 없이 밥을 먹었던 나다.
그때를 생각하면....감사하게도 먹는 것에 대한 즐거움,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도록 풍성한 식생활을 누렸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는 아직도 샌드위치로 한끼 식사를 때우는 서구 식생활에 적응이 되지 않는다. 나에게 식사 시간이란 굉장히 소중하고 중요한 충전이자 기쁨의 시간이기에, 누군가와 식사를 하는 건... 그 사람과 영혼을 나누는 것이라고 했던 어느 유명한 요리사의 말처럼 가끔은 식사 시간이 신성하게 느껴질때도 있다.
그래서 어렸을때는 별 생각 없이 하던 밥이나 한번 먹자 하던 얘기가 나이를 먹을수록 잘 나오지 않는다. 정말로 같이 그 순간을 같이 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는.... 인사치레로도 그런 말을 하고 싶지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아직 어려 젓가락질이 서툴었던 때, 입맛이 없어 반찬 투정을 할때면, 할머니는 보릿물에 밥을 말아 굴미 한마리 구워 살을 발라 내가 밥을 퍼서 입에 넣을때 그 위에 올려 주시다가 내 손이 더뎌질때 쯤이면 젓가락 위에 명란젓을 조금씩 얹어 내 입에 넣어 주곤 하셨다.
그 기억 때문일까? 나는 유독 명란젓을 좋아한다.
(! 하지만 금방 무친 조개젓도 어디에 비할데 없는 맛이다. )

그렇게 내가 할머니와 밥을 먹고 있을때 엄마는 할머니집 마당에서 자라는 새파란 호박을 따다가 빨갛게 양념한 고등어와 보글보글 끓여 저녁식사 준비를 하고 계셨는데, 저녁 상에는 또 마당 한구석에서 따온 고추와 갖은 야채가 가득해서, 밥 한뭉텅이와 야채를 크게 싸서 된장을 올려 먹던 여름의 기억과... 그리고 어린시절의 내가 봄을 맞이하며 여름이 머지 않았다는 기대감에 설레이던 그 어린 마음도 떠올라 웃음이 난다.
고향이란 이런 건가 보다....
그때를 생각하면 온갖 색깔과 향기와 맛이 복합적으로 머릿속에서 피어 오른다.
어린 시절 역사 시간에 옛 조상들이 중국에 유학가 십년씩 생활하며 고향을 그리워 하며 쓰던 싯구를 읽을때나, 수구초심 같은 고사성어를 배울때면 이해가지 않았던 마음이 이제는 뼈에 사무치게 공감이 간다...

나는 친가 외가 모두 전라도 쪽이라 유난히 음식에 대한 기억이 많다.
철마다 목포에서 삼촌네가 보내 주던 바다 음식들, 그 중에서도 겨울에 올라온 감태를 장과 참기름에 무쳐 밥위에 올려 먹으면 얼마나 맛있던지...  목포에서 큰 박스가 도착하던 날이면 상위가 푸짐해지곤 했다.  멀건 국물에서 깊은 맛이 느껴지는 연포탕, 그냥 삶아 내기만 해도 눈이 뒤집힐 만큼 맛난 꽃게찜, (참고로 나는 꽃게를 정말 잘 발라 먹는다), 그 냄새만으로도 어질거릴 만큼 향긋한 간장게장에 갓김치가 상위에 올라오는 꿈을 아직도 나는 가끔 꾸곤 한다.

또 영광이 친가라 항상 냉장고에는 굴비가 있었는데....  정확히 말하면  조기지만, 늘 냉장고에 꽉꽉 차 있었다..  이걸 엄마가 기가 막히게 소금 간을 해서 (엄마님 친구 분께서는 소금 장수를 하시기 때문에 늘 양질의 소금이 집에는 가득) 구워 먹어도 그 맛이 천국, 졸여 먹어도 밥 두공기를 뚝딱 하곤 했다. 그렇게 먹어도 나는 초등학교 시절에는 늘 반에서 키가 작아 1번을 내내 도맡아 했는데, 고등학교때까지도 작던 키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약 6센치 정도가 컸으니 지금 그 친구들을 만나면 언제 이렇게 키가 컸냐며 놀라기도 한다.

예전엔 가을이 끝날 무렵 갑자기 차가워진 공기에 그렇게 마음이 심란하더니... 이제는 봄이 될쯤이면 옛 생각에 마음이 흔들거린다.
나는 언제쯤 고향에 돌아갈수 있을까...


아니 내가 생각하는 고향은 그 모습 그대로 거기에 있을까?
이제와 생각하면 내가 생각하는 고향은 내 마음안에만 남아 그 어느곳에도 남아 있지 않을 것만 같다.
특히 요새 신문을 읽으때면 마음 한구석에서 쿵하고 내려 앉는 느낌이 들어 더 그런지...
마음이 많이 심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