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법인에서 일주일을 발버둥치다가 캐롤(남자임)이 쇼팽을 배우고 있다는 걸 듣고는 선생님을 소개 시켜 달라고 졸랐다.
레슨비가 너무 싸서 너무 놀랐다. @_@ (개인 레슨이 이렇게 싸도 되는거야? )
오늘은 첫 레슨.... 처음으로 찾아가느라 좀 헤메다가 최근 회사에서 바꿔준 안드로이드 폰에서 google map으로 검색 검색.... 그냥 지도를 보고 따라 걸었다. (비바! 안드로이드! 이래서 구매 담당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헤헤헤)
교실 문을 열자 선생님은 피아노를 열고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6살때 피아노를 시작했다. 엄마가 바빠서 학교 갔다 돌아오는 시간에 맞출수 없어 엄마가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나도 집에 올 수 있도록....학교 들어가기 직전에 피아노 학원에 보내 주신게 그 시작이었다. (7살에 학교 들어갔어요! )
처음에는 마냥 좋았다.
그렇게 10살까지는 그냥 마냥 좋아서 왔다 갔다 하면서 배웠다. 고민이라곤 없었다.
피아노로 인한 고뇌가 시작된 건 내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 개인레슨을 시작하면서였다. 엄마는 까만 피아노를 내 방에 놔 주셨고 선생님이 집으로 오시기 시작했다.
그 선생님은 전의 선생님과는 달랐다. 하농이라는 기교 연습곡을 하루에 2시간씩 연습 시켰다. 심지어는 엄마에게 진짜 연습 했는지를 묻곤 했다. 그리고 연습을 게을리 한 것 같다는 대답을 하면 1시간 내내 하농을 선생님 보는 앞에서 쳐야 했다.
또 기억나는 점은 나는 손목을 좀 흔드는 버릇이 있었는데 달걀을 살포시 쥔 듯한 모양으로 손가락만 움직여야 한다고 하시며 내 손목을 묶어 놓고 연습을 시켰다.
또.... 소리가 너무 지저분 하다며 (섞인다는 말) 또박 또박 쳐야 한다고 매일 강조 했다.
깔끔하고 매끄러운 소리가 나야 한다며....
악보를 마스터 하는게 그 분의 목표 였다.
기교 있는 곡을 마스터하고 다음 곡 다음 곡 또 다음 곡으로 넘어갔다.
하루 하루가 연습에 메여 있었고 나는 피아노에 대한 흥미를 잃어 가기 시작했다.
내 잘못을 지적하는 선생님 때문에 괴로웠고 내 스스로의 연주가 만족 스럽지 않았다.
뭔가 빠져 있는 것 같았는데 선생님은 늘 내 연주가 깔끔하지 않아서라고 말하셨었다.
내가 원하는 건 이게 아닌데.... 뭔가 이게 아닌데 하고 늘 괴롭고 힘들었다.
그때는 내가 원하는 연주 방향이 분명치 않아서 더 설명을 못 했었던 것 도 같다.
내 소리가 싫었다. 바꾸고 싶었는데 선생님은 오히려 내게 내 피아노는 너무 평범하다고 했다. 눈에 띄지 않아 심심하다며.... 자꾸 기교 있는 곡을 가르쳤다.
그렇게 치다가 초등학교를 졸업 할 무렵..... 5학년 때쯤 피아노를 시작한 친구의 연주를 처음으로 들었는데.... (그 친구 이름은 아직도 잊지 못할 것 같다) 그 때의 충격이란.....
내 노력과 시간이.... 모두 물거품이 되버린 듯한 느낌....
지금은 오페라 가수지만 그때는 피아노를 쳤었던 우리 사촌언니의 연주에서도 나는 늘 열등감을 느끼곤 했는데 그건 나이 차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언니처럼 나중에는 칠 수 있을꺼야라고 생각하며 버티곤 했는데.... 그걸 그 친구가 일깨워줬다.
내가 보지 못하는 걸 그 친구는 보고 있다는 걸.....바로 알 수 있었다.
그 길로 나는 피아노를 그만 뒀다.
예중 예고에 들어가서 나는 피아노를 칠꺼야... 하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내 시간들이 모두 연기처럼 사라지는 기분을 지금도 잊을수가 없다. 방문을 걸어 잠그고 베란다에 앉아 한참을 울고는 엄마에게 이젠 피아노가 싫어 졌다고 말했다. 엄마는 별 말 없이 얼마 지나지 않아 피아노를 팔아 버리셨고 중학교에 올라가고 나서는 내가 피아노를 쳤었다는 사실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멀어져갔다.
대신 미친듯이 연주곡을 들었다. 그런 내게 엄마는 오디오 세트를 내 방에 놔 주셨고 한번도 시끄러우니 소리를 줄이라는 얘기를 하지 않으셨고 나는 마치 무언의 반항이라도 하듯이 방에 틀어 박혀 밤 늦게까지 피아노 연주곡을 듣고는 했다.
왜 갑자기 다시 피아노를 시작했을까? 하고 나 스스로에게 물어 봤는데....
나도 잘 모르겠다.
시간이 지날 만큼 지났고 이제는 그 무게가 무뎌져 나 스스로 감당 할 수 있을꺼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상처가 아닌 과거의 추억으로 받아 들일 수 있기에 즐길 수 있을꺼라고 생각했기에 용기가 났다.
그런 내게 이 선생님이... 첫 시간에 피아노의 구조와 원리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주더니 The Entertainer 악보를 꺼내더니 쳐보라고 했다. 당연히.... 쉬운 곡이니까 원래의 박자에 맞춰 쭉 쳐나갔다. (우와! 나 생각보다 기억하고 있는게 많잖아! 손가락도 잘 움직이고!!! 하며 놀란 건 사실이다) 다시 한번 천천히 쳐보라고 해서 천천히 치는데 오히려 더 어렵게 느껴졌다.
그리고는 선생님이 하는 말.....
손목을 움직이지 않는 걸 보면 전에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피아노를 오래 쳤구나. 콩쿨 준비 했었나? 그런데..... 요새는 그렇게 가르치지 않아! 소리가 너무 날카로워지거든...
좀 더 부드럽게 접근해보자. 훨씬 좋은 소리를 만들어 갈수 있을것 같아서 기분이 좋은데? 하고 말해줬다.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툭 떨어졌다.
얼마나 놀랐던지....
선생님한테 나 그때 내 소리가 너무 마음에 안 들었었다고... 또박또박 치라고 늘 얘기를 듣다가 선생님이 이렇게 말해주니까 마음안에서 뭔가가 무너지는 것 같아! 라고 말하니까
선생님도 급 놀란듯.... 왜 그래? 니가 바라는게 이걸로 돈을 벌어서 살게 아니니까 훨씬 우리는 즐겁게 레슨을 할 수가 있어! 그리고 넌 악보를 잘 보고 칠 줄 아니까 우리는 이제 소리를 듣고 그 소리를 다듬어 가면 돼!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업이야! 걱정하지마 우리는 이제부터 네 소리에 집중할꺼니까..... 라고 말해줬다.
갑자기 The Entertainer가 완전히 다른 곡처럼 느껴졌다.
가슴이 두근두근해서 자꾸 눈물이 나올 것 만 같았는데 꾹 참고 건반을 눌렀다.
(휴..... 글을 쓰는 지금도 자꾸만 눈물이 나올 것 같다.....)
마지막이 대박...
선생님이 우리 오늘 10분만 빨리 나갈수 있을까? 하더니 남자친구 선물을 사야하는데 쇼핑몰이 금방 끝나거든... 약속 시간에 늦으면 안되서 미안해! 라고 하는게 아닌가!!!
피아노 시작한다는 말 했을 때부터 선생님이 남자냐! 너 혹시라도 피아노 치는 모습에 빠지지는 않는지 불안하다! 드립치던 남자친구....
걱정마! 우리 선생님.... 남자친구 있어!!! ㅎㅎㅎ
나 진짜진짜 오늘 완전 행복해!!
하악 피아노. 저도 피아노 어렸을 때 한 8년 넘게 쳤어요. 집안이 어려워져서 그만뒀지만. 여기서 피아노를 다시 배우고 싶어서 기웃기웃하곤 하는데 아무래도 비용도 그렇고 시간도 없고요. 1시간에 얼마정도 하나요? 흑흑 저도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 부럽습니다 :) (아참 저는 이글루스 Lena예요;)
답글삭제당연히 레나양 알죵.... 제 블로그에 지금까지 댓글 남겨준 두분중 한 분인데 제가 왜 기억 못하겠어요 ㅎㅎ
답글삭제여기는 한 시간당 45즈워티이니까.... 2만원 정도? 그런데 학원처럼 연습 시켜 놓고 돌아 다니거나 하지 않고 가만히 옆에 앉아서 듣고 설명해 주고 같이 화음을 맞춰주니까.... 정말정말 싼 가격이 아닐까...해요
단 쌤 시간에 맞춰서 제가 학교로(쌤 연습실)하긴 하지만요.
내가 숙소 제공 할테니 여름에 교환 학생이나 어학 연수 오셈요~ 헤헤
안녕하세요:-)우연히 들리게되었어요.
답글삭제저도 어릴때 피아노를 배웠다가, 그만둬버렸어요.
연습하는게 너무나 싫었다는...
근데 피아노를 손에 놓은지 8년 정도 지난뒤에, 서양고전음악에 빠지게되서, 피아노를 다시 시작하게 됬어요ㅎ
님글을 보니까, 너무 공감이 되서 글을 남깁니다.
처음에는 무턱대고 드뷔시 달빛을 배우다가, 쇼팽 에튀드를 배우게되고, 피아노에 빠져서 제대로 해보고 싶은 마음에 바흐 인벤션부터 다시 배우는 중입니다. ㅎㅎ 나이를 먹고나서 배우는게 쉽지는 않지만, 더욱 와닿고 좋은것 같아요. 즐거운 피아노연습이 되시길 바래요! (근데, 레슨비가 정말 저렴하네요 ㅇㅁㅇ;)
블로그를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여기서 이렇게 드러나다니...
답글삭제1월 초에 남겨 주신 댓글을 이제야 봤습니다.
요새 바빠서 레슨 계속 빼먹고 있어요.... -_-;;;
어제 감사팀이 가서 내일은 레슨 갈수 있겠지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남자친구 만나러 가려고 비행기 표를 예매해 뒀지 뭡니까....
이번 달은 완전... g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