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2011

남자친구 이야기 (3)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난 후 갑자기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새해를 맞으러......
체코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Wisla (비스와라고 읽으면 될 듯) 지역에 갔는데 동서 남북으로 완전 평면인 바르샤바와는 달리 한국과 지형이 비슷 해서 기분이 싱숭생숭 했다.
스키장이랑 스파 시설 딸린 호텔? 리조트? 같은데를 갔는데 우리 말고도 크리스마스, 또는 새해를 맞이 하려는 가족들이 참 많았던 듯, 차들도 계속 들어오고 또 근처에 큰 리조트 시설이 많았다. 스키장도 많고.... (덕분에 무척 한산했다) 아침 저녁으로 나오는 밥도 맛있었고 동네도 작고 예쁘고....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지난 연말에도 갔었는데 여전히 좋더라....
아무튼 그 외에 볼링장도 있고, 가라오케도 있고, 춤추는 데도 있고, 펍도 있고.... 하여간 안에서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그런 시설 이었는데....

이 때는 아직까지 남자친구 식구들과 좀 서먹 서먹 하던 때였다.
이 집 어머님이 무척 열정적인 스타일이신데, (물론 엄청 침착하시면서 또 굉장히 비판적이시기도 함) 플라멩고 공연이 있다고 해서 다 같이 보러 갔다. 그런데 공연이 끝나자 후끈 달아오르셨는지 엉덩이를 들썩 들썩 하시는 게 아닌가.... 물론 댄스홀도 있고 노래도 흘러 나오는데 우리 소심한 폴란드, 체코 사람들은 남의 눈치 보면서 맥주나 마시고 계시더라.... 그래서 남자친구보고 어머니랑 같이 나가서 춤 좀 쳐봐! 네 어머니 춤추고 싶어 하시는 것 같은데... 그랬더니 영~ 수줍음을 타는게 아님?  속으로 좀 답답해서 내가 말도 안통하는 어머니 손을 붙잡고 춤추러 나가자고 몸짓과 얼굴로(....-_-a ) 얘기 했다.
주변에 쳐다보는 사람은 참 많았으나 아무도 없는 댄스홀에서 (그 리조트 통틀어 딱 한명이었던, 덕분에 시선 좀 끌었던 듯... 어디서 왔냐고 많이들 물어 보더라.. ) 동양 여자애가 웬 아줌마랑 나와서 미친 듯이 춤추는 걸 본 그 사람들은 그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런데 남자 친구 어머니는 남의 시선은 신경도 안쓰고 진짜 열정적으로 춤을 추셨다....
나야 몰타에서 놀 때 한게 수영하고 술마시고 춤춘게 다라서 그렇다쳐도 평생을 기계 설계만 하시던 남자친구 어머니 안에 숨겨져 있던 열정에 놀라서 나도 참 열심히 춤췄다...
하나 둘씩 사람들이 나와서 춤을 추기 시작했고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춤추다 들어와서는 맥주를 마셨고 남자친구 엄마는 나를 꼭 껴안아 주셨다.
그 때 이후로 내가 말을 못해도 남자친구 어머니는 애기 다루듯이 하나하나 천천히 알려 주시면서 나를 친딸 이상으로 예뻐해주신다.
남자친구도 입이 떡 벌어져서는 너무 좋아하고....
남자들이 자기 엄마한테 잘하는 여자 좋아하는 건 세계 공통 인듯 싶다.

재미있는 건 이 얘기를 친구한테 했더니 친구가 배꼽을 잡고 웃는게 아님?
한국에서 시어머니 되실 분이랑 클럽가서 춤췄다고 하면 사람들이 뭐라 그러겠냐고.. 그 집 참 X판이라고 하지 않겠냐고.... 그리고 그 시어머니가 그 자리에서는 재미 있어 하실지는 몰라도 애 참 발랑 까져서 못 쓰겄다~ 또는 정신 나갔다는 소리 듣지 않겠냐고... 그런데 너는 그걸로 시어머니 되실 분한테 점수 땄으니 세상은 참 요지경이라고 하면서.....

남자친구 어머니도, 그리고 아버지도 나는 소피의 그런 열정이 너무 예쁘다 라고 말씀해 주실때마다 조금은 마음 한쪽이 뭉클 거린다.
나는 천성이 빼는 걸 싫어한다. 자리를 깔아주면 최선을 다해서 놀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놀때는 정말 열심히 논다.
그래서 친척들 모여서 노래 시키면 노래 잘 부르고 다같이 모이는 자리에서는 항상 웃는 얼굴로 있으려고 노력하는데, 한국에서는 여자가 그러는게 과히 좋게 보이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도 내가 너무 활달하다며(좋게 말해서) 어렸을 때부터 조신하게 좀 있으란 말씀을 참 많이 하셨었다. 친척들도 농담으로 주고 받는 말중에 나는 늘 잘 노는 애, 공부에는 관심 없는 애, 남자 뒤꽁무니나 쫓아 다닐 것 같은 애라는 식으로 얘기를 했고, 수줍음 많이 타고 교회 열심히 다니는 사촌동생은 늘 너무 착하고 바른 아이라는 식으로 얘기를 하셨었다..... (덕분에) 20대에 들어서면서 말 없이 그냥 배시시 웃는 정도로 가족들 앞에서는 늘 이미지 관리를 했다.

그랬는데 남자친구 가족들이 있는 그대로를 예쁘게 봐주니까 참 감사하기도 하고...감정이 복잡 미묘 하다. 고마운 마음 속에서 더 잘해야지 하는 마음도 생기고... 그러다보니 정도 쌓이는 것 같다.

(사실 마음에 안들어도 말이 잘 안통하니 아들한테 말하기도 뭐하고 해서 속으로 삭히시는 부분도 있을꺼라고 생각함....)

댓글 6개:

  1. 벙이벙이18/2/11 01:16

    서양애들은 대체로 자신있게 스스로 즐기는 모습들이 있는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서는 춤도 잘 추는 사람들만 춰야 뒷말도 없는데, 춤실력과는 상관없이 자신이 얼마나 즐기냐가 중요한것 같아요.물론 뒤에서 쟤는 춤은 못추다 말은 합니다만, 그냥 그 말로 끝나는 거지 쟤는 나댄다, 주제파악을 못한다. 이렇게 말하지는 않더라구요.
    소피아님의 남자친구 가족분들이 모두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 인것 같아요. 특히 어머님이 마음이 열린 분이신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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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ㅋㅋㅋ 잘하셨어요.
    진심은 통한다죠.
    저도 첨엔 시부모님들이랑 참 많이 서먹했는데
    이제는 좀 많이 가까워진 느낌이예요.
    시아버지도 드뎌 저한테 말 놓으시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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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넴 어머님이 마음이 너무 열리셔서 탈이죠... ㅋ

    둘이서 바디 랭귀지 하는 거 옆에서 보는 아버님이 (원래 좀 과묵하고 잘 웃지 않으심) 빵 터져서 어색한 웃음 짓는 걸보고 위안 삼습니다. 완전 원시인들의 대화 같다능...


    전 결혼도 하기 전에 너무 가까워져서 좀 얼떨떨 해용
    이 윗 얘기가 그러니까 2009년 크리스마스 얘기거든요... 뵌지 거의 일주일도 안된 상태에서 일어난 일인데 그땐 결혼 생각도 없었는데 왜 그랬을까.... (하아아아아~~~~)

    이번 크리스마스때도 뭔가 기대 하시길래
    사람들 볼링 치는 구석에 마련된 가라오케 (것도 술 마시는 사람들 옹기 종기 모여 있는...)에서 완전 구린 반주에 맞춰 노래 불러 드렸습니다.... -o-
    정말 쪽 팔렸지만... 그냥 에라 모르겠다 하고 불렀는데 참 유럽애들 노래 못 부르더군녀
    덕분에 상으로 와인도 탔습니다.
    울 시엄마 되실분께서 단박에 달려 나와 와인 받아 들가는 나를 부둥켜 안고 뽑뽀 세례를 해주시는데.... 생각해보면 코메디 같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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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쏘이라떼26/2/11 19:30

    블로그 관리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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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쏘이라떼6/5/13 23:37

    Sofia님 요 위에 내 이메일 들어있는 덧글 좀 삭제해줄 수 있을까?
    중요한 일에 쓰는 액티브 이멜주손데 구글에서 바로 검색이 되어버려서 왠지 난처하네~~ 내가 삭제할수가 없어서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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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 처리 되었어용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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