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7/2011

새로운 언어 배우기

새로운 언어를 배우기로 막 결심한 상태에서는 무척 흥분이 된다.
발음이 멋있어서, 영화를 보고 나니 공부 하고 싶어서...  남자 때문에, 역사적인 이유로, 개인적인 경험에 의해 등등의 각종 이유로 새로운 언어를 시작하게 되면 그냐말로 상상의 날개를 펴기 시작한다. 내가 이 언어를 말하게 된다면 ..... 
이 시기....나를 기다리고 있는 엄청난(?) 공부는 사실 생각이 잘 나지 않고, 그 나라말로 사람들과 소통할 기대감과 상상에 몸을 떤다. 물론 나 공부 진짜!!!!! 열심히 할꺼야!!! 라는 결심은 자동으로 따라온다.

자기 소개를 배울 때까지는 재미가 있다. 한 문장 한 문장 배우면서 조금씩 문장 구조를 파악하고 간단한 문법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상황을 급변한다. 간단한 법칙일지라도 활용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불규칙한 경우를 외워 나가고, 단어를 익히고, 같은 말이라도 전혀 다르게 표현하는 그 언어의 특징을 이해해 나가는 과정이 처음 생각했던 것 보다는 그다지 환상적이지 않다는 걸 깨닫기 시작한다. 여기서부터 자기와의 싸움이 시작된다.

내 경우 좌절과 회복, 좌절과 회복을 반복한다.
분명히 요렇게 배웠는데 왜!!! 이 동사는 전혀 다른 변화를!!!!
아니!! a로 끝나는 단어는 분명히 여성인디!! 왜 요건 남성이야!!! 그러면서 앞에 붙는 형용사는 남성변화로 변하고 뒤에 있는 불규칙 명사는 왜 여성변화야!!! 이런 짬뽕같은!!!! 하면서 거품 물고 집에서 침대에 업드려 마구 몸부림을 친 뒤... (물론 남자친구한테도 막 화낸다 니네 나라 말 진짜 이상해애애애애애~~~~~~ 나 당장 그만 둘꺼야!!!!!! 등등-물론 정신들면 미안하다고 막 사과...)
감정을 가다 듬고 벽에다 포스트잇으로 '하면 된다'를 써서 붙인다.
그렇게 써서 붙인 포스트 잇이 색깔별로 40장이 넘는다.
(남자친구가 바르샤바에 올 때마다 또 늘었네... 하면서 불쌍하게 쳐다본다. )
나는 화 났을때 누가 옆에서 달래주면 더 화가 난다. 그냥 가만히 내버려두면 알아서 풀려서 어느 순간 실실 웃으며 나타나는데 그걸 잘 모르는 남자친구는 처음에 엄청 달래주려고 하다가 고생 좀 했다. 요새는 내가 멍~ 하게 앉아 있거나 갑자기 침대로 붕 뛰어 올라서 몸부림치면 그냥 알아서 조용히 있거나 조깅을 나간다.


나는 지금 길고 긴 터널을 지나가고 있는 거야 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지지부진한 속도로 늘지 않는 것 같은 나의 폴란드어 실력에 좌절을 반복하며, 이 어려운 발음을 어린아이처럼 읽어 나가며, 폴란드 사람들이 들으면 늘 빵 터지는 우스꽝스러운 문장을 반복하며 그렇게 기어가고 있다.
걸어가는 게 아니라 기어간다. 정말 천천히....
단어를 외우고, 불규칙 변화를 외우고, 새로운 격을 배우고, 또 한국어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표현법을 배우며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간다.

정말 가끔은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당장 그만 두고 싶지만 그럴때면 또 한번 포스트잇에 '하면 된다'를 써서 붙인다.
이렇게 일 년 그리고 또 일 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지금 이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웃는 날이 올꺼야 하고 생각한다.






 이 쯤에서 누군가는 도움도 안되는 말을 뭐하러 그렇게 고생하면서 배워? 할지도 모르지만.... 폴란드 인 남자친구를 떠나서, 그 나라에서 일년 넘게 체류하고 있으면서 말을 할 줄 모른다는 건 (내 생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현재 내 주위에는 말을 배울 기회가 널려있다. 도처에 연습할 곳 투성인데 내 노력의 부재로 말 한마디 못하고 영어로 말할 줄 알아? 를 반복하며 살고 싶은 생각이 없다.
현실적으로 생각해서 딱히 폴란드로 돌아올 생각이 없는 남자친구와 결혼을 한다면..... 내 쪽에서 이동을 하게 될 텐데 내가 폴란드 밖에서 이 어려운 언어를 사용할 기회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상관없다. 내가 여기에 있는 한, 그리고 폴란드 사람들과 소통하는 한 열심히 배우는 것이 여기서 만난 내가 좋아하고, 또 존경하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회사-집-회사-집 만 반복하는 단조로운 일상에서 뭔가에 몰두 할 수 있다는 건 내 삶에 커다란 활력을 준다.


흥미로운  현상 한가지....
폴란드 어 듣기 연습 진짜 죽어도 안는다.
단어가 기니까 엄청 빨리 뭉개서 말하는데 정말 안들린다.
그런데 폴란드어 수업 시간에 고도로 집중해서 리스닝 연습을 한지 어언 두달째, 전에는 완전 집중해야 잘 들리던 BBC뉴스가 전과 같은 집중력이 없어도 깨끗하게 들린다. 왜 그럴까....

댓글 2개:

  1. 저는 프랑스어 배워야하는데 큰일이네요. 사실 소피아님이 댓글다신 글도 제가 프랑스어 배우려고 찾아보던중 흥미로운 논문?있길래 출처밝히고ㅋㅋ블로그에 넣어놓은거에요 ㅋㅋㅋ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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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네 전 그 논문보고 좀 좌절했다가.... ㅎㅎ
    에이 몰라~ 하고는 다시 마음 먹었다는...
    프랑스어도 어렵기로 유명한데.... 우리 같이 화이팅 해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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