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eszsz 클레쉬취 정도의 발음인데... 이게 뭐냐면...
어제 아침에 샤워를 하면서 비누칠을 하는데.... 손에 뭔가 불편한 느낌이 전해졌다.
어디서 또 긁혔나... 하면서 손톱으로 살짝 건드렸는데 아무 느낌도 안왔다... 보통 상처면 약간 쓰려야 되는디....
-_- 이건 뭥미.. 어디서 뭐가 붙은거얌... 하는 생각으로 손톱으로 잡아 떼는데 피부가 약간 늘어 났다가 풀려다면서 퐁... 하는 느낌과 함께 다리 같은게 있는 작은게 딸려 나오는게 아님?
어? 이거 뭐야.... 숲에서 딸려왔나? 흡혈곤충인가? 하고 잠시 생각했다 그냥 버리려다 놀려줄 마음에 남자친구에게 보여주기로 했다.... 사실 이때까지는 호기심 때문에 별 다른 느낌이 없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지난 주말 부모님 집에서 같이 놀고 나는 일요일 오후에 바르샤바로 돌아 왔고, 남자친구는 그 다음날 오후 스위스로 가는 중 이륙 지연으로 인해 바르샤바에서 바꿔 타야 하는 비행기를 놓쳐 그 다음날 아침에 스위스로 가게 된 남자친구가 집에 있었기에 (왜 같이 있었는지 설명 하는게 이리 긴가.... ) 불러서 보여줬더니 Kleszcz Ah!!!! 하고 소리를 지르고 호들갑을 떨면서 부모님께 전화를 하고 병원에 전화를 해서 당장 예약을 잡는게 아님?
Kleszcz라는 요 작은 곤충은 알고보니 진드기였다....
그런데 진드기가 뭐 어때서? 그랬더니 남자친구가 대경실색을 하면서 이게 잘못 물리면 뇌에 이상이 올수도 있고 걷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면서 난리난리를 치는 것이었다.
다리에 난 빨간 구멍을 보면서.... 슬슬 겁이 나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온갖 무서운 얘기들이 속속 나왔다. 특히 독일쪽 진드기가 악명이 높은 듯 했다.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갖고 있는 진드기가 1/20 의 확률이라는데... 가뜩이나 우리가 주말에 갔던 숲은 구 독일권이라....
그래도 반 구워진 빵 오븐에 돌려서 라즈베리 쨈 발라 계란국 (남자친구가 매우 좋아함.... 무슨 수프 처럼 밥도 없이 떠 먹음) 잘 먹고 공항에서 니 꼭 병원 가라!! 오후 6시 반이다!! 라고 소리 지르고 검사대로 사라진 남자친구를 보내고 회사로 출근....
괜찮을 줄 알았는데 불안감 때문일까.....
하루종일 열과 구토감에 시달리며 괴로워하다 오후 6시쯤 병원으로 갔다.
이렇게 하루가 길었던 적이 있었던가.....
회사에 앉아 있는 동안 자꾸 지나간 시간들이 떠 올랐다. 내가 이렇게 추억할 거리가 많았던가.... 하는 생각에 좀 놀라기도 하고.... 하루라는 시간이 짧은 줄로만 알았는데 사실 내 인생을 돌아 보기엔 좀 긴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병원에 도착했더니 마음씨 좋게 생긴 할아버지가 요리조리 둘러보더니 별 문제 없으니 집에 가라고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 하길래 불안해 하면서 온갖 말을 쏟아 냈다. 어지럽고 열 나는 것 같고 눈이 뜨겁고 또 배가 딱딱하고 -_-
그랬더니 피검사 하라고 종이 한장 내주고 십일간 복용하라며 항생제 처방 해주고 배 아픈건 29일간 약을 줄테니 하루에 한알씩 먹고 별 경과가 없으면 내시경을 하잔다....
그렇게 세장의 종이를 들고 나오는데.....
아 유럽은 역시 말로 표현 하지 않으면 안되는구나....한국처럼 알아서 봐주길 기대하는 건 안되는 거였어....
알고 있어도 말로 표현 못하면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 처럼.... 줴길....
하고 다시 생각했다.
실로 생태계는 오묘한 것이다.
그동안 민감한 촉각을 갖고 있다고 자부 하였건만... 어찌 안쪽 허벅다리까지 올라 가거나 내려 가는 동안, 그리고 뾰족한 주둥이에 피부를 찔리기까지 왜 나는 아무 느낌이 없었지?
지금 보니 빨갛게 구멍이 선명히 보일 정도인데도 말이다.
어떻게 고 작은게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달고 다닐 수 있는지.... 참으로 놀랍다.
뭔가 다사다난한 하루였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오랜만에 사천 짜파게티를 특식으로 끓여서 먹고 항생제를 꿀떡 삼키고는 잠이 들었다.
여긴 피검사 하면 두통씩이나 뽑아 가던데... 아아아 괴로워
아침도 굶고 점심 시간에 가서 피 뽑고 맛있는 거 먹고 와야지....
큰일 날 뻔 하셨네요. 잘 드시는 걸 뵈니 별 걱정 안하셔도 될 듯. ^^
답글삭제안녕하세요.
답글삭제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좀 더 지켜 봐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예상과 달리 피는 세통이나 뽑았다는....)
아이고...넘 걱정되네요.
답글삭제피검사 결과는 언제 나오는 거예요?
미국에서는 tick이라고 부르더라구요.
근데 다 아픈건 아니고 괜찮은 사람들도 많더라구요.
그냥 잘먹고 잘 쉬고 하시면 몸이 이겨내지 않을까요?
나중에 결과 나오면 알려주세요. 걱정이 많이 되네요.
네 말씀하신 바로 그 벌레에 물렸어요.
답글삭제그렇다고 오래된 나무 바닥이나 침대에서 나온 건 아니구요... ㅎ
tick이라는 단어를 보면 자연스럽게 청소 안된 낡은 집에서 나오는 집 진드기가 떠올라서.... ㅎㅎ누가 tick bite 생겼다고 하면 자연스럽게 어디서? 호텔에서? 빠리 갔다 왔어? 아님 산에 갔다 왔니? 하고 물어보게돼요.... (의외로 mite는 강아지에 붙어 있는 거 외에는 쓰는데가 별로 없어서 ㅎ...)
평소에는 별 생각이 안 드는데 이렇게 미묘한 어감 차이에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서 그럴까? 하는 느낌을 받아요.
역시 언어는 관계된 상황에서 접하는게 젤 좋다는 생각도 들고.... Kleszcz라는 단어는 앞으로 폴란드어를 잘하게 되서 사람들하고 얘기할때 접하면 숲에서 사는 진드기로 자연스럽게 알아 들을 것 같아요.
하도 독일쪽 진드기가 악성이라고 소문이 자자해서 제가 이거 심각한거 아냐? 이랬더니 'Zecke는 아냐' 하고 폴란드애들이 얘기 하더라고요 Zecke는 독일어로 진드기인데 그냥 일반 진드기는 Kleszcz로 악성 바이러스를 갖고 있는건 Zecke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웃음) 물론 다 그러는것 같진 않지만요. 하도 제가 호들갑을 떨고 다녀서 그런가...
재미 있었던 점은....절 진찰했던 의사가 영어를 잘 못해서 tick이라는 단어를 못 알아듣더라고요. 그 의사가 책상 위에 러시아어 영어 폴란드어 담당하고 적어 놨길래...저의 짧은 러시아어로 '아십니까 작은 벌레, 숲속' 하고 말하고는 앙~ 하고 팔뚝 무는 시늉했더니(순간 당황해서 클레쉬치도 제케라는 독일어 단어도 생각이 안나고 하더라고요....) 러시아어로는 찍 이라고 알려줬어요. -_-
폴란드어 독일어 영어의 고유한 단어가 있는데 러시아어 단어는 영어와 매우 흡사한 점이 재미 있었어요 ㅎㅎ 원래는 T를 발음해야 하는 건데 러시아 T발음이 좀 세서 떼도 아니고 잘 들어보면 ㅉ 발음도 나는 것 같고... 뭔가 중간 발음 비슷한 듯yo.
아아아 그나저나 나의 러시아어는 산으로 가는 듯......
으흐흐흐흐흑
폴란드어도 바닥인데......-_-
아 피검사 결과는 음성입니다.
그래도 10일간 항생제 복용하라는 의사 선생님의 지시가 있긴 했지만.... 제 동료 하나는 양성 반응이 나와서(그Zecke라는 놈한테 물린듯요....ㅎㅎ 이 친구는 워낙 야영을 좋아해서...) 한달간 항생제 복용 + 지속적인 병원 방문을 하고 있어요.
이것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아직 열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상황이 6일째 계속 되고 있습니다. 좀 더 두고 보려고요. 야외에 가시게 되면 꼭 조심하세요.... ㅎ
음성이라니 일단 안심이네요.
답글삭제열이 오르락 내리락 한다니 몸에 무리하는 일은 하지 마시고 퇴근도 칼같이 하셔서 푹 쉬세요. 여기서도 틱 물리는 사람들 있어서 항생제 복용하고 그러는것 같아요.
그쵸. 그냥 한국말로 진드기라고 들으면 심각하게 여겨지지도 않고 그런것 같아요. 근데 요즘 한국에서도 흡혈진드기라고 해서 (정식 명칭은 모르겠어요.) 산에 올라가서 물리는 사람들이 있는것 같습니다.
소피아님이 고생하신 이야기인데, 의사한테 설명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좀 귀엽습니다. 소피아님은 폴란드어도 하시고 러시아어 까지 하시니 대단하십니다.
아무쪼록 잘 드시고 푹 쉬도록 하세요.
아십니까 작은 벌레, 숲속
답글삭제................ 아아 너무 귀엽고 너무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처음에 폴란드 도착했을때 마트에 갔는데 우유를 못 찾겠는거예요. 그래서 아줌마한테 밀크 어딨냐고 물어 봤는데 영어는 못하신다고.... -_- 그런데 폴란드어랑 러시아어랑 우유가 비슷해요 믈레코... 제가 당황하면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 지기 때문에 기억이 죽어도 안나는 거예요..
답글삭제그래서 가슴쪽에 손을 대고 우유 짜는 시늉을 했는데 아줌마가 저를 이상하게 보는 거죠.... -_-
정말 미치겠어서 음메에~ 소리를 냈더니 그제서야 알았다는 듯이 손으로 가르쳐 주시는데... 가보니 그곳은 정육 코너 였다는 슬픈 이야기가.... T.T
결국은 우유를 찾아서 겉면에 씌여 있는 단어를 보고 진짜... 마트에서 몸부림을 쳤다니까요.... (미치고 팔짝 뛴다는 말이 그럴때 쓰는 말인 것 같음 그런데 웃기는 건 아줌마가 폴란드어로 영어 못한다는 말은 찰떡 같이 알아 들었다는..... )
배우면 뭐하냐고요.... 막상 필요할때는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데... 으흐흐흐흑
뭔가 그런 슬픈 상황을 여러번 겪고 나면 그제서야 뇌가 대오각성이라도 한 듯 필요한 상황에서 단어를 기억해주시더라능...
sofia님!
답글삭제저 이제 댓글 달수 있어요.
남자친구분네 다녀오셨다가 숲에서 그 진드기 벌레가 달려온 듯 해요.. 그거 엄청 무서운거래요. 피도 빨아먹고~ R군도 산장갔다 오면 꼭 몸 구석구석을 샅샅히 뒤져요. 살을 파고 들어갈 수도 있다고.. (이거 남의 블로그에 와서 겁만주고 가는듯..ㅠㅠ)
소피아님, 폴란드 의료체계는 어떻게 되나요?
여기는 공립이라..
정말로 소피아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알아서 봐주는것'없고
예방진단 같은건 전혀 없어요. 정말로 아파야 병원가는거고 약 받는 거니까요..
그래서 제가 알아낸 팁이라면 팁이랄까..
의사한테 가면 소소한것도 하나하나 다 말해야 하고, 조금은 엄살을 피워야 해요. 왜냐.. 여긴 정말로 알아서 봐주고 알아서 치료해주는거 없으니까요.
앞으론 그렇게 하시길..
그나저나 구토나고 그런거 무섭네요..ㅠ
참 참!! 체코도 우유는 믈레코예요 ^^
답글삭제지네들은 언어 다르다 뭐다 하더라도.. 잘 모르는 저한테는 비슷하게만 느껴지네요
안녕하세요.
답글삭제원래 제가 왕 엄살쟁이거든요..... 병원가면 항상 오바하긴 하지만 이번엔 전혀 경험이 없어서 '이건 뭥미.... ' 하면서 간터라....ㅎㅎㅎ
한국에서는 다 커서 엄살 피운다고 의사쌤들이 항상 저보고 그러셨었는데.... 유럽은... 하하
남자친구 엄마도 하루에 한번씩 -_- 전화해서 물어 보시고 보는 사람마다 물어봐서(ㄷㄷㄷ) 이젠 나중에 또 물려도 잘 대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ㅋ
(여담이지만... 검사한다고 피를 너무 뽑아서 한국 가는 비행기에서 졸도를 했다능.... -_- )
ps ㅎㅎ 슬라빅 언어 쓰는 쪽은 기본 단어들이 비슷하니까 좀 편하다고 해야 하나.... 저번에 프라하 갔을때 단어들이 너무 비슷해서 참 재미있었어요. 폴란드 말로 해도 서로 다 알아듣고 문제 없이 여행 할수 있어서 좋았었죵.
그런데 거기는 아호이~ 하고 인사 하는것 같던데 그건 좀 생소 했어요...
(몇일 있는 동안 둘이 필 받아서 간단한 말 찾아보고 서로 막 좋아하면서 놀았다능....)
불가리아는 '믈랴코' ㅋㅋㅋ 거의 비슷~~
답글삭제그러고보니 우리 다 동구권 ㅋㅋㅋㅋㅋ
답글삭제나름 한가족예요 ㅍㅎㅎ
한가족 좋아요~
답글삭제그리고 여긴 친구나 어린애들한테 아호이~ 해요 ^^
어른들한텐 '도브리덴' 하구요.
요건 비슷하던데요?
출장갔을때 많이 들었어요 ㅋㅋ
참고로 저 엘레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