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2011

남자친구 이야기 (3)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난 후 갑자기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새해를 맞으러......
체코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Wisla (비스와라고 읽으면 될 듯) 지역에 갔는데 동서 남북으로 완전 평면인 바르샤바와는 달리 한국과 지형이 비슷 해서 기분이 싱숭생숭 했다.
스키장이랑 스파 시설 딸린 호텔? 리조트? 같은데를 갔는데 우리 말고도 크리스마스, 또는 새해를 맞이 하려는 가족들이 참 많았던 듯, 차들도 계속 들어오고 또 근처에 큰 리조트 시설이 많았다. 스키장도 많고.... (덕분에 무척 한산했다) 아침 저녁으로 나오는 밥도 맛있었고 동네도 작고 예쁘고....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지난 연말에도 갔었는데 여전히 좋더라....
아무튼 그 외에 볼링장도 있고, 가라오케도 있고, 춤추는 데도 있고, 펍도 있고.... 하여간 안에서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그런 시설 이었는데....

이 때는 아직까지 남자친구 식구들과 좀 서먹 서먹 하던 때였다.
이 집 어머님이 무척 열정적인 스타일이신데, (물론 엄청 침착하시면서 또 굉장히 비판적이시기도 함) 플라멩고 공연이 있다고 해서 다 같이 보러 갔다. 그런데 공연이 끝나자 후끈 달아오르셨는지 엉덩이를 들썩 들썩 하시는 게 아닌가.... 물론 댄스홀도 있고 노래도 흘러 나오는데 우리 소심한 폴란드, 체코 사람들은 남의 눈치 보면서 맥주나 마시고 계시더라.... 그래서 남자친구보고 어머니랑 같이 나가서 춤 좀 쳐봐! 네 어머니 춤추고 싶어 하시는 것 같은데... 그랬더니 영~ 수줍음을 타는게 아님?  속으로 좀 답답해서 내가 말도 안통하는 어머니 손을 붙잡고 춤추러 나가자고 몸짓과 얼굴로(....-_-a ) 얘기 했다.
주변에 쳐다보는 사람은 참 많았으나 아무도 없는 댄스홀에서 (그 리조트 통틀어 딱 한명이었던, 덕분에 시선 좀 끌었던 듯... 어디서 왔냐고 많이들 물어 보더라.. ) 동양 여자애가 웬 아줌마랑 나와서 미친 듯이 춤추는 걸 본 그 사람들은 그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런데 남자 친구 어머니는 남의 시선은 신경도 안쓰고 진짜 열정적으로 춤을 추셨다....
나야 몰타에서 놀 때 한게 수영하고 술마시고 춤춘게 다라서 그렇다쳐도 평생을 기계 설계만 하시던 남자친구 어머니 안에 숨겨져 있던 열정에 놀라서 나도 참 열심히 춤췄다...
하나 둘씩 사람들이 나와서 춤을 추기 시작했고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춤추다 들어와서는 맥주를 마셨고 남자친구 엄마는 나를 꼭 껴안아 주셨다.
그 때 이후로 내가 말을 못해도 남자친구 어머니는 애기 다루듯이 하나하나 천천히 알려 주시면서 나를 친딸 이상으로 예뻐해주신다.
남자친구도 입이 떡 벌어져서는 너무 좋아하고....
남자들이 자기 엄마한테 잘하는 여자 좋아하는 건 세계 공통 인듯 싶다.

재미있는 건 이 얘기를 친구한테 했더니 친구가 배꼽을 잡고 웃는게 아님?
한국에서 시어머니 되실 분이랑 클럽가서 춤췄다고 하면 사람들이 뭐라 그러겠냐고.. 그 집 참 X판이라고 하지 않겠냐고.... 그리고 그 시어머니가 그 자리에서는 재미 있어 하실지는 몰라도 애 참 발랑 까져서 못 쓰겄다~ 또는 정신 나갔다는 소리 듣지 않겠냐고... 그런데 너는 그걸로 시어머니 되실 분한테 점수 땄으니 세상은 참 요지경이라고 하면서.....

남자친구 어머니도, 그리고 아버지도 나는 소피의 그런 열정이 너무 예쁘다 라고 말씀해 주실때마다 조금은 마음 한쪽이 뭉클 거린다.
나는 천성이 빼는 걸 싫어한다. 자리를 깔아주면 최선을 다해서 놀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놀때는 정말 열심히 논다.
그래서 친척들 모여서 노래 시키면 노래 잘 부르고 다같이 모이는 자리에서는 항상 웃는 얼굴로 있으려고 노력하는데, 한국에서는 여자가 그러는게 과히 좋게 보이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도 내가 너무 활달하다며(좋게 말해서) 어렸을 때부터 조신하게 좀 있으란 말씀을 참 많이 하셨었다. 친척들도 농담으로 주고 받는 말중에 나는 늘 잘 노는 애, 공부에는 관심 없는 애, 남자 뒤꽁무니나 쫓아 다닐 것 같은 애라는 식으로 얘기를 했고, 수줍음 많이 타고 교회 열심히 다니는 사촌동생은 늘 너무 착하고 바른 아이라는 식으로 얘기를 하셨었다..... (덕분에) 20대에 들어서면서 말 없이 그냥 배시시 웃는 정도로 가족들 앞에서는 늘 이미지 관리를 했다.

그랬는데 남자친구 가족들이 있는 그대로를 예쁘게 봐주니까 참 감사하기도 하고...감정이 복잡 미묘 하다. 고마운 마음 속에서 더 잘해야지 하는 마음도 생기고... 그러다보니 정도 쌓이는 것 같다.

(사실 마음에 안들어도 말이 잘 안통하니 아들한테 말하기도 뭐하고 해서 속으로 삭히시는 부분도 있을꺼라고 생각함....)

현지 채용 vs 해외 취업 (3) 부제 : 현지 채용은 무슨 일을 할까...?

이번 글에는 폴란드에서 뭘 하고 있는지 간단한 얘기를 해보고자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현지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망설이고 있거나, 현지채용에 대해 생각은 있는데 잘 알지 못해서 정보가 필요한 구직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
요지는 간단하다. 어디가나 자기 하기 나름이라는 것.


예전에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현지 채용으로 들어가봤자 본사 직원도 아니고, 번역이나 쫌 하는 것 외에는 별 볼일이 없다'는 듯한 뉘앙스의 글을 본 적이 있다. 맞는 말이라고 볼 수도 있고, 틀린 말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역시나 각자 하기 나름이다.

아무래도 영어권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폴란드 연구소의 업무시 쓰이는 공식 언어가 영어라 할지라도 폴란드어로 다들 얘기 하고, 소규모의 회의는 폴란드어로 하고 내부 교육도 폴란드어로 한다. (뭐..... 그 외 기타 등등 폴란드어로 사적인 농담이나 얘기 하는 건 당근.... )
하지만 기본적으로 영어를 하는 인력들을 뽑는지라 90% 이상의 직원이 영어를 꽤 한다.
(물론 한국 사람들 평균 보다는 월등히 잘 한다고 볼 수 있다. 의사 소통의 측면에서 문제 될 것은 거의 없다. ) 즉 본인만 꺼려 하지 않는 다면 사실 일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한국 회사의 연구소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한국과 연락 할 기회가 많은데.... 아직 까지는 아무리 글로벌 회사라고 해도 한국어로 연락이 많이 온다.
보고서 준비도 한국어로 해야 하고, (임원 급들에게 돌려지는 보고서는 당근 한국어로!!) 감사팀도 오고, 출장자들도 많이 오고, 자료 준비 및 시스템 관리 등등 한국인 특유의 섬세하고 빠릿빠릿한 일처리가 필요한 곳이 많다.
기술 개발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폴란드 사람들의 일하는 성향이 어떤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동유럽 쪽이 공대가 강하다는 얘기만 들어서 알고 있을 뿐 정말로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한국 사람보다 속도가 느리다. 즉각 대처가 많이 미흡하다는 얘기다. 덧붙여 사생활을 매우 중요시 여기므로 사생활과 업무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사생활이 우선시 되는 성향 때문에 업무에 차질이 생기는 경향이 있다. 마지막으로 좀 허술하다. 크고 작은 실수가 많은데 이 부분은.... 절박함이 덜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실수 하면 안된다!! 라는 인식이 좀 적다고 할까? 한국 처럼 상하관계가 뚜렷하지 않아서 실수해도 미안하다는 얘기 거의 안하고, 알겠어~ 고칠께 한마디 하고 돌아서는데다, 상사도 거기에 대고 화를 낸다거나 (인신 공격을 한다거나), 말로 혼내거나 하질 않아서 실수를 하면 안된다! 라는 인식이 부족 한 것 같다.

현재 우리 연구소에는 한국인 직원이 개발자3명, 비 개발 인력 3명이 있는데, 개발자들의 경우도 한국인 공대 출신의 고질적인 한계인.... 언어(!)로 인해, 좀 더 윤활한 업무 처리를 기하고자 3명의 개발자(경력자들)를 투입 했고, 회계팀의 1명 (나), 프로젝트 시스템 관리(1), 시장 조사 및 기술 관련 정보 조사 및 주간, 월간 보고서 준비 1명이 투입 되어 있다.

여기서 비 개발 인력 3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써 보자면 나는 회계팀에서 프로젝트 별, 계정별 정보를 잘 관리하고 필요에 따라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총괄적인 회계 정보를 관리 한다. 또한 소비 패턴을 분석하고, 계획 수립, 구매 및 지출 관련 결제를 검토, 승인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더불어 작년에 갑자기 2명이나 출산 휴가를 가는 바람에 구매 관리도 하게 되서 쫌 많이 바쁘다.
폴란드어를 못하기 때문에 하지 못하는 일은 시스템에 비용 기표 (세금률을 잘 알지 못함)를 비롯한 세금 관련한 (나 자신한테 무척 서운함), 업무 말고는 없다. 팀장도 참 잘 만나서 차근 차근 배워 나가는 중이다.

나를 제외한 나머지 두명은 폴란드어 전공자인데 폴란드어 전공자라서 더 혜택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은 듯 하다.
이유는 폴란드어 외에 특성화 된 부분이 없기 때문..... 제일 먼저 입사한 한명은 처음에는 조금 갈팡 질팡 하다가 프로젝트 시스템 관리로 옮기고 나서 제 자리를 찾은 듯 잘 적응하고 있다. 60~70여개의 프로젝트에 대해 기간, 인력, 진행 상황들을 매일매일 관리하고 보고 해야 하는 고로 무척 꼼꼼한 관리가 필요 한 작업이다. 보니까 프로젝트 매니저들하고 매일 매일 씨름 하는 듯....

마지막 한명은..... 정보통이라고 볼 수 있는데 매주, 매월 거의 모든 핵심 정보를 모아 보고서를 작성한다. (한국어를 하는 덕분에 한국 직원들은 정보 수집에 매우 빠르다.) 이외에 폴란드어를 하는 관계로 신규 기술 정보 및 시장 정보를 수집해서 주별로 보고서를 제출한다. (이 친구의 경우... 번역 좀 많이 하고, 보고서 영어로 쓰니까 폴란드어, 영어 둘다 좀 많이 쓰는 듯)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국인 직원이 번역만 한다는 건 좀 과장된 이야기 같고, 번역을 안하는 건 아니지만 업무의 10% 미만의 수준인데다 번역을 위한 현지인 직원이 이미 배치가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본인은 번역을 안한지 1년 째.....) 또한 한국에서 일할 때는 느끼지 못하는 한국인으로서의 희소성이 부각 되기 때문에 핵심 정보? 에 보다 빨리 접근이 가능 하다. 현지어 전공자가 아닌 경우, 즉 현재 연구소에 있는 개발자 (다들 공대 출신) 및 내 경우는 오히려 전공이 부각 됨으로 인해 오히려 현지어 구사자보다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즉 경력에 도움이 안될 만한 (잡)일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것.
오히려 현지어 전공이 현지 채용에서는 강점이 되는 동시에 약점이 될 수도 있다. (한국에서 채용이 되는 경우 오히려 요긴하게 쓰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오늘은 여기에서 이만...



추신 : 아무래도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 폴란드라는 한개의 나라에 국한 되어 있는 예를 들어 글을 썼기 때문에 일반화 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이나, 나 또한 궁금한 점이 있을 때 인터넷으로 주로 검색하는 고로, 가볍게 읽고 넘어가 주시면 감사 할 듯 (요...)
연구소의 경우 생산 법인이나 판매 법인과 비교해 분위기가 많이 다릅니다. 이 점도 감안해 주시길(요!)
미화 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혹시라도 폴란드에 놀러와서 개인적으로 차 한잔 할 기회가 된다면 좀 더 소소하고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눠 보아요!

2/07/2011

현지 채용 vs 해외 취업 (2) 부제 :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냐 하면.....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에 치우쳐져 있다는 것을 명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퇴사도 했고, 입사 원서도 도착 했으니 비자 신청하고 (이 때 서류 준비가 조금 까다롭습니다.) 떠나기만 하면 되는 상황에서 겪은 약 한 달간의 이야기다.

참고로 재미 있는 얘기를 하나 하자면.... 아직 전화 면접 까지 끝내고 결과가 나오기 전 회사를 잘 다니고 있을 때였다. 급 엄마가 전화를 하셔서는 '니 시집 언제 가냐고 물어보려고 사주  좀 봤는데 조만간 물 건너 간다고 하더라? 너 어디 여행 가니? ' 하시는 것... 뭐 소가 뒷걸음치다가 쥐 잡은 격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당시의 나는 '헉' 했다. 왜냐면 엄마한테는 아직 한마디도 하지 않은 상황 이었기 때문
(그런데 면접 봤다고 말하기도 뭐 했던 것이... 전혀 계획도 안하고 편하게 가서 본지라 엄마 나 해외에 있는 회사에 면접 봤어~ 하고 말하면 너 해외 나가고 싶니? 언제부터 그런 생각했니? 등등의 질문 세례를 받을 것 같아 딱히 말하고 싶지 않았던 것)
무슨~ 별 생각 없어요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그 날 오후에 출국 준비하라고, 폴란드에서 만나자는 전화를 받았다. 아 놀라워라~ 엄마한테는 이로부터 한참 후에나 얘기를 드렸다.
혹시라도 마음 바뀔까봐... 또는 변수가 생길지 몰라 서류 받기 전에는 말씀을 안드리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아직 친구들에게도 거의 말을 하지 않은 상황 이었고 정말 아무도~ 모르고 있었던 상황에서 (제일 친한 친구 한 둘에게만 얘기 함)  엄마에게 먼저 전화를 드렸는데 엄마는 심드렁~하게 그러니? 하시더니 전화를 바로 끊으셨다. (아마 이모 및 기타 친지들에게 전화 하려고 하셨던 것 같음) 그리고 몇 몇 친구들을 만나 해외에 가게 되었다고 운을 띄웠더니 거의 모든 친구들에게서 질문 세례를 받았다.
어떻게 하다가 알게 되었냐, 면접은 어떻게 봤냐, 언제부터 해외 생활 생각했냐, 왜 폴란드냐, 결혼은 어떻게 할꺼냐, 너 외국 남자랑 진짜 결혼 할꺼냐, 전에 외국 남자랑 연애는 해봤냐 등등 정말 다양한 질문을 받았는데, 정말로 나는 별 생각이 없었다.
해외 생활에 대한 동경도 없었고, 폴란드는 쇼팽 콩쿨 있다는 것 말고는 아는 것도 없고, 외국 남자랑 연애는 해봤는데 별 것 없더라..... 하고 얘기 했더니 언제 누구랑 연애 했냐 왜 그 얘기 진작에 안했냐~ 하길래 깨졌는데 뭐 더 할 얘기가 있겠니... 하고 대답했다가 호박씨 깐다는 얘기만 들었다.
축하해 주는 친구들도 많았지만... 일부의 친구들은 부정적인 시선으로 나를 보고 있었던 것 같다.... 대기업 관심 없는 척 하더니 이직 하려고 눈에 불을 키고 있었다더라 하는 소문 부터... 한국 남자 싫어한다는 소문도 났었던 것도 같고.... (싫어하긴 무슨... 당시에도 열심히 만나던 남자 있었는데 단지 동네 방네 소문 내기 싫어서 말 안하고 있었던 것 뿐임, 아는 사람은 다 알았음) 겉으로는 여유 있는 척 하더니 뒤로는 엄청 노력하는 타입이었다는 칭찬?!도 듣고... 한쪽에서 열심히 소문을 내면 다른 한쪽에서는 열심히 그 소문을 물어다 줬다. 태어나서 이렇게까지 화제의 중심이 된 건 처음 이었던 것 같다. 날 잘 알지도 못하는 과 사람들에게까지 내 소문이 퍼지고 퍼져 학교에 졸업 증명서 떼러 갔다가 학기 마지막에 학점 떼우려 들었던 영어과 수업의 외국인 교수가 날 보더니 너 외국에 간다며? 하고 말걸 더라.....  그 수업 인원도 적어서 영어과 사람들 몇 알게 되었었는데 언제 거기까지 소문이...

좋은 얘기라도 구설수에 오르 내린다는 건 그다지 좋은 기분이 아니다.
내가 뭐 잘못 했나? 하는 생각까지 들고 진짜 연예인은 삶이 피곤 하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밥 먹자~ 하는 전화도 많이 오고, 참 감사하게도 가기 전에 얼굴 봐야지! 하는 분들도 많았다.
그런데 개 중에는 연락 정말 감사한데 웃으면서 너 외국 가서 출세하니까?! 쏘고 가라 하는 분들도 참 많았다. (출세는 개뿔......) 덕분에 출국 직전까지 카드 한도까지 완전 만땅으로 쓰고 비행기 표는 당시 살던 집 보증금 받아서 겨우겨우 출국 3일전에 샀다.
뭐 여기까지는 애교로 봐줄 수 있다....

정말 가슴이 먹먹 했던 순간은...... 가까운 사람들에 의해 연출 되었다.
막내 이모부.... 어렸을 때부터 참 묘하게 우리 집을 싫어 했던.... 분이셨는데, 이유는... 본인의 아버님께서 하도 문제를 일으 키셔서 자동으로 우리집까지 미운 털이 박힌듯 하다.
우리 집안 이모부들의 특징은.... 딸 사랑이 대단하시다. 울 엄마가 지나 가는 말로 우리 딸이 뭐 했어~ 하고 한마디 하면 본인 딸은 새벽 기도 나간다며 별 연관성도 없는 말까지 끌어다 늘 내 사촌 동생 칭찬으로 울 엄마 기를 눌러놔야 만족 하시는 분들인데 (하지만 사촌 동생과 내 사이는 다행히 각별~또 워낙에 착해서... 문제는 어른들..) 이번에 엄마가 다 모이는 자리에서 우리 딸 이직 한다며 폴란드에 나가게 되었다고 말씀 하셨는디... (글쎄 자랑끼가 섞였나? 울 엄마가 좀 뻥튀기 해서 말씀 하셨나?) 이유가 뭔지 모르겠지만 심하게 심기 불편해 하시더니 나도 앉아서 밥 먹고 있는데 요새 세상에 누가 밖에 나가냐며 한국에서 취업 못하고 빌빌 거리는 것들이나 나가지... 하고 말씀 하셨다. 당시 본인 딸이 3학년 마치고 호주로 어학연수 나가는 입장 이었는데 본인 딸은 절대 외국에서 회사 생활 못 시킨다며 큰소리를 치셨다. 뭔가 조금 어이가 없었지만 허허 웃으면서 그렇죠.... 하고 말았다.
울 엄마한테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 친척들 앞에서 왜 자꾸 그런 소리 하냐고 엄마 속 만 더 상한다고 한 소리 하고는 죄송해서 나 때문에 밥 먹다 숟가락 놓으신 엄마를 위해.....고기 사드렸다.

거기서 끝난 줄 알았더니 출국 몇 일전 큰 이모부가 밥 사겠다며 모두 집합 시켜서는 하신다는 소리가..... 폴란드 못 사는 나란데 거기서 뭐 볼일이 있어서 한국 사람 데려다 일 시키겠냐며 혹시 이상한 데 일하러 가면서 회사 이름만 대는 거 아니냐는 말씀을 하셨다.....
처녀들 데려다 팔아 넘긴다나 어쩐다나....

이상한 데라니... -_-;;; 나 참.....  (전 그러기엔 나이가 좀 있거든요.... 물론 동양 사람이 좀 동안으로 보이긴 합니다만.... ) 두 명의 가족 구성원에게 요런 얘기를 듣고 나자 다행스럽게도 야속하게 느껴졌던 (일부)친구들에 대한 감정을 훌훌 털어 버리고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2/04/2011

현지 채용 vs 해외 취업 (1) 부제 : 어떻게 여기에 오게 되었나

무슨 비법이나 뭔가 나만 알고 있는 비밀이라도 알려 줄 것 처럼 제목을 썼지만 사실 이 글은 (언제나처럼) 영양가가 없는 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말하고 싶은 주제가 몇가지 있는데 그 것들을 동그랗게 말아 한번에 말하기로 작정한 데다,  내가 그닥 논리적인 글쓰기에 소질이 없기 때문에, 이 글은 신세 한탄으로 마무리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양가 없는 글을 쓰는 이유는..... 한마디로 '해소' 라는 단어로 함축 할 수 있겠다.
정신적 외상이라는 말을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실텐데....  나는 정신적 외상이 꼭 시각과 연관시키지 않아도 작은 연결 고리 만으로도 지속적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야기하는 경험, 또는 상처라고 생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사람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어 하고 이를 통해 가슴 속에 있는 응어리를 해소 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대화를 통해 나라는 존재에 대해 분석하고, 인식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정신적인 상처를 해소해 나간다. 또한 그 과정에서 때로는 위로도 받고, 공감하는 사람으로부터 큰 힘을 얻는다. 즉 사람은 사회성을 타고난 존재라는 얘기다. 이 이야기는 위의 전제를 바탕으로 한 바로 나의 경험으로부터 시작 된다고 볼 수 있다.

서론이 길었는데 각설하고 신문을 펴면 매일 같이 볼 수 있는 단어 중 하나가 청년 실업이다.
실업난이 가속화 되고 있던 2009년 2월, 한국의 작은 소기업에 취업 했다. 포워딩이라고 무역에서 사고 파는 계약이 완료 되면, 물류 관련하여 스케줄 조정 및 관세 통관을 비롯하여 운송 전반에 걸쳐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야로 Logistics 의 한 분류라고 보면 된다. 대학교 졸업 시 별 다른 욕심도 없었고 '크고 작은게 무슨 상관? 우선 경제적으로 자립 하는게 급 선무'라고 생각했다. 월급이 많지는 않았지만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어서 좋았고 작은 회사라 사람도 별로 없었고, 문제 될 만한 거리는 거의 없었다. 사장도 젊은데다 거의 밖으로 영업하러 돌아다니는 터라 안에서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것도 없었고 또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별 다른 생각 없이 잘 생활 하고 있었는데 5월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점심을 먹고 들어와서 메일을 살펴 보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 받을 까 말까 고민하다 비상 계단으로 나가서 전화를 받았는데 대뜸 헤드 헌터라며 이력서를 보고 전화 하는 거라고 했다.
'이상하다.... 내가 이력서 손 안댄지가 벌써 반년이 다 되어 가는데....'  하는 생각에 관심 없습니다. 하고 대답 했으나 이메일을 이미 보내 놨으니 관심이 있으면 한번 면접이나 보다는 얘기를 하고 쿨하게 끊었다. 메일에는 유럽의 P국, 회계 관련자 모집이라고 씌여 있었는데 나는 회계 쪽은 2학년 때 회계 원론 들은게 다였기 때문에 뭔가 착오가 있었겠거니 생각했다.
(늘 그렇듯이 다들 경제와 경영이 같은 분야라고 생각함 )
그런데 다음 날 다시 전화를 걸어 이메일은 확인 했느냐 편하게 생각하고 면접이나 보자, 영어로 자기 소개만 준비해 오면 된다 길래 퇴근이 6시 반이라 나는 면접을 봐도 7시 반에나 가능하다고 했더니 아무 때나 괜찮다며 내 스케줄에 맞추겠다고 하길래 나쁠것 없지 하는 마음으로 헤드헌터와의 면접을 편하게 봤다... (참고로 그 분이 참 편하고 좋은 분이셨다. 나이도 있으시고 삼촌과 얘기 하듯 편하게 대해 주셔서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난다)
그 자리에서 그 다음주에 현지에서 일하고 계시는 매니저가 한국에 나오시는데 면접을 보는게 어떻겠냐고 하길래 뭐 밑져야 본전이라고 영어 인터뷰 연습이나 하지 뭐~ 하고 쿨하게 가서 정말 부담 없이..... 나는 회계는 정말 모르고, 엑셀도 조금만 써 봤고, 지금 하는 일은 무역 관련 일이라 회계랑은 관련이 없다고 솔직히 대답했다. 내 이력서를 훑어 보시던 지금의 차장님께서는 나보고 왜 이렇게 졸업이 늦어졌냐고 물으셨다.
 그 때 나는 솔직하게 아래와 같이 얘기 했다.

1) 요가를 취미로 배우다가 요가 업계가 급 성장하면서 강사 몸값이 오르길래 좋은 경험 하는 셈 치고 강사 자격증 따서 일해 봤다. 작게는 2~3명, 많게는 4~50명 데리고도 수업 진행해 봤다. 덕분에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거 별로 부담 안 느끼고 프레젠테이션 같은거 잘할 수 있다. 1년 전임 강사로 뛰다가 비젼이 안 보이길래 새벽에 강습 하나 남기고 다 정리하고 학교로 돌아와서 내 용돈 내가 벌면서 학교 다녔다.
2) 여행을 좀 다녔다. 일본도 갔다 오고 자전거 여행 다녔다. 여자 혼자 여행 다닌 다고 부모님이 뭐라고 하시는 편도 아니라 가방 들고 어디까지 갈 수 있나 무조건 걸어봤다. 그렇게 반년 놀았다.
3) 졸업 하기 직전,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싶어서 지중해에 있는 몰타라는 섬으로 갔다.
나름 계획은 영어 공부도 하려고 갔었는데 공부는 한달만 하고 (비자 연장하려고) 반년간 정말 다양한 사람들 만나서 놀았다. 유럽 본토로 넘어가서 당시 만나던 우크라이나 남자친구랑 런던에서 베를린까지 차로 여행 했다. 마음 내키는 대로 정해진 스케줄 없이 마음에 들면 한곳에서 일주일 이주일도 머물면서 서바이벌 독일어도 배우고, 서바이벌 러시아어도 배웠다.
그래서 여행하는데 문제 없었고 한국 돌아와서 러시아어 학원 다니면서 문법 좀 배우고 나니 정리가 좀 더 잘 되더라. 그리고 한국 돌아와 바로 졸업해서 취직했다. 그랬는데 전화 받고 새로운 경험이 될 지도 모른 다는 생각에 여기까지 왔다. 인생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모르는 거 아닌가....(요)

지금 생각하면 차장님께서 참 열린 마음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든다. (같이 일하면서 정말 좋다고 생각은 하지만..... ) 지금 생각하면 그 때 당시 나의 강점은.... 문법 좀 틀리고, 약간 웃기게 들리긴 하지만 버벅 거리지 않고 나 하고 싶은 말 영어로 할 줄 안다는 거? 그리고 해외 생활에 대해서 전혀 거리낌 없다는 게 다인데 어떻게 면접에서 저런 얘기 다 하는 사람을 뽑아서 바로 밑에다 놔 둘 생각을 하셨는지....

그 때 차장님은 내게 나중이 되던 오늘이 되던 원래 이력서에 이렇게 공백이 있으면 별로 좋지 않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 뭐든 쉬지 않고 계속 채워 나가는 게 회사 시각으로는 더 나아 보인다는..... 그래서 나는 '아! 떨어 졌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음 날 전화가 걸려와 현지 HR manager와 전화 면접을 보자고 했다
일주일 후, 사전 통보를 받고 전화로 면접을 봤다. 그제서야 나는 그 회사가 '폴란드에 있는 한국 회사의 연구소' 라는 걸 알게 되었다.

 현지 매니저와의 전화 면접....  헤드 헌터분이 미리 말씀을 해 주셨지만 폴란드 사람들의 영어 발음... 러시아어, 독일어, 불어 하는 사람들도 영어로 말하면 어투나 발음이 참 그 나라 언어의 특색이 강한데, 폴란드어도 예외는 아니 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몰타에서 다양한 발음을 다 들어 보았기 때문에 이미 ( 영,프,독,이,스페인, 심지어는 아랍어 하는 사람의 영어 발음, 몰타어 하는 사람의 영어 발음도 이미 거쳤음) 어느정도 단련이 되어 있었고, 잘 못 알아 들었을 때 다시 말해 달라고 하는 것에 별 다른 스스럼이 없었다. 덕분에 별로 어렵지 않게 전화 인터뷰를 마쳤고 마지막에는 마음에 들면 폴란드 남자 만나서 결혼하고 살아도 OK야~ 괜찮은 사람 있으면 나 나중에 일하게 되거든 간접적으로 추천해 줘~ 라고 농담까지 나누고 끊었다.

2주 후 폴란드에서 같이 일 했으면 좋겠다며 입사 전까지 약 2달의 비자 준비 기간이 소요 되기 때문에 그 동안 개인적으로 출국 준비를 하시라 는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약 두달 후에 정식으로 입사 원서가 도착했다.
(하지만 노동 허가를 받기 까지는 예상 했던 2달보다 약 한달이 더 소요가 되어 3개월의 시간이 걸렸으며, 노동 허가서를 받아 비자를 발급 받는데 약 2주의 시간이 더 소요 되었다. )
마지막 관문까지 지나고 나자 마지막으로 남은 한 가지는.... 퇴.사.

일한지 반년이 갓 넘어서 퇴사 하겠다는 소리가 도무지 입에서 나오질 않았지만.... 어쩔 수 없지... 하는 마음으로 욕 먹을 각오 단단히 하고 말씀 드렸다가 잔소리 좀 듣고 그래도 해외로 간다니 몸 조심 하라는 덕담 듣고 끝났다.

이 때까지는 아직 실감이 나질 않았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감도 안오고.... 내가 뭔가를 특별히 노력 한 것도 아닌데 눈 앞에 기회가 굴러 온 것 같아 조금 겁도 났다.

참 뜬금 없이 웬 폴란드? 하는 생각에 허허실실 웃음만 나오고....

뭐가 기다리고 있는지는 몰라도 그 때는 그 모든 것들이  고등학교 때 읽었던 소설 책에서 나오는 삶의 표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버릴 수도 있지만 따라가면 무언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꺼라는 알 수 없는 예감 같은 것도 조금은 있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