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에 치우쳐져 있다는 것을 명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퇴사도 했고, 입사 원서도 도착 했으니 비자 신청하고 (이 때 서류 준비가 조금 까다롭습니다.) 떠나기만 하면 되는 상황에서 겪은 약 한 달간의 이야기다.
참고로 재미 있는 얘기를 하나 하자면.... 아직 전화 면접 까지 끝내고 결과가 나오기 전 회사를 잘 다니고 있을 때였다. 급 엄마가 전화를 하셔서는 '니 시집 언제 가냐고 물어보려고 사주 좀 봤는데 조만간 물 건너 간다고 하더라? 너 어디 여행 가니? ' 하시는 것... 뭐 소가 뒷걸음치다가 쥐 잡은 격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당시의 나는 '헉' 했다. 왜냐면 엄마한테는 아직 한마디도 하지 않은 상황 이었기 때문
(그런데 면접 봤다고 말하기도 뭐 했던 것이... 전혀 계획도 안하고 편하게 가서 본지라 엄마 나 해외에 있는 회사에 면접 봤어~ 하고 말하면 너 해외 나가고 싶니? 언제부터 그런 생각했니? 등등의 질문 세례를 받을 것 같아 딱히 말하고 싶지 않았던 것)
무슨~ 별 생각 없어요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그 날 오후에 출국 준비하라고, 폴란드에서 만나자는 전화를 받았다. 아 놀라워라~ 엄마한테는 이로부터 한참 후에나 얘기를 드렸다.
혹시라도 마음 바뀔까봐... 또는 변수가 생길지 몰라 서류 받기 전에는 말씀을 안드리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아직 친구들에게도 거의 말을 하지 않은 상황 이었고 정말 아무도~ 모르고 있었던 상황에서 (제일 친한 친구 한 둘에게만 얘기 함) 엄마에게 먼저 전화를 드렸는데 엄마는 심드렁~하게 그러니? 하시더니 전화를 바로 끊으셨다. (아마 이모 및 기타 친지들에게 전화 하려고 하셨던 것 같음) 그리고 몇 몇 친구들을 만나 해외에 가게 되었다고 운을 띄웠더니 거의 모든 친구들에게서 질문 세례를 받았다.
어떻게 하다가 알게 되었냐, 면접은 어떻게 봤냐, 언제부터 해외 생활 생각했냐, 왜 폴란드냐, 결혼은 어떻게 할꺼냐, 너 외국 남자랑 진짜 결혼 할꺼냐, 전에 외국 남자랑 연애는 해봤냐 등등 정말 다양한 질문을 받았는데, 정말로 나는 별 생각이 없었다.
해외 생활에 대한 동경도 없었고, 폴란드는 쇼팽 콩쿨 있다는 것 말고는 아는 것도 없고, 외국 남자랑 연애는 해봤는데 별 것 없더라..... 하고 얘기 했더니 언제 누구랑 연애 했냐 왜 그 얘기 진작에 안했냐~ 하길래 깨졌는데 뭐 더 할 얘기가 있겠니... 하고 대답했다가 호박씨 깐다는 얘기만 들었다.
축하해 주는 친구들도 많았지만... 일부의 친구들은 부정적인 시선으로 나를 보고 있었던 것 같다.... 대기업 관심 없는 척 하더니 이직 하려고 눈에 불을 키고 있었다더라 하는 소문 부터... 한국 남자 싫어한다는 소문도 났었던 것도 같고.... (싫어하긴 무슨... 당시에도 열심히 만나던 남자 있었는데 단지 동네 방네 소문 내기 싫어서 말 안하고 있었던 것 뿐임, 아는 사람은 다 알았음) 겉으로는 여유 있는 척 하더니 뒤로는 엄청 노력하는 타입이었다는 칭찬?!도 듣고... 한쪽에서 열심히 소문을 내면 다른 한쪽에서는 열심히 그 소문을 물어다 줬다. 태어나서 이렇게까지 화제의 중심이 된 건 처음 이었던 것 같다. 날 잘 알지도 못하는 과 사람들에게까지 내 소문이 퍼지고 퍼져 학교에 졸업 증명서 떼러 갔다가 학기 마지막에 학점 떼우려 들었던 영어과 수업의 외국인 교수가 날 보더니 너 외국에 간다며? 하고 말걸 더라..... 그 수업 인원도 적어서 영어과 사람들 몇 알게 되었었는데 언제 거기까지 소문이...
좋은 얘기라도 구설수에 오르 내린다는 건 그다지 좋은 기분이 아니다.
내가 뭐 잘못 했나? 하는 생각까지 들고 진짜 연예인은 삶이 피곤 하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밥 먹자~ 하는 전화도 많이 오고, 참 감사하게도 가기 전에 얼굴 봐야지! 하는 분들도 많았다.
그런데 개 중에는 연락 정말 감사한데 웃으면서 너 외국 가서 출세하니까?! 쏘고 가라 하는 분들도 참 많았다. (출세는 개뿔......) 덕분에 출국 직전까지 카드 한도까지 완전 만땅으로 쓰고 비행기 표는 당시 살던 집 보증금 받아서 겨우겨우 출국 3일전에 샀다.
뭐 여기까지는 애교로 봐줄 수 있다....
정말 가슴이 먹먹 했던 순간은...... 가까운 사람들에 의해 연출 되었다.
막내 이모부.... 어렸을 때부터 참 묘하게 우리 집을 싫어 했던.... 분이셨는데, 이유는... 본인의 아버님께서 하도 문제를 일으 키셔서 자동으로 우리집까지 미운 털이 박힌듯 하다.
우리 집안 이모부들의 특징은.... 딸 사랑이 대단하시다. 울 엄마가 지나 가는 말로 우리 딸이 뭐 했어~ 하고 한마디 하면 본인 딸은 새벽 기도 나간다며 별 연관성도 없는 말까지 끌어다 늘 내 사촌 동생 칭찬으로 울 엄마 기를 눌러놔야 만족 하시는 분들인데 (하지만 사촌 동생과 내 사이는 다행히 각별~또 워낙에 착해서... 문제는 어른들..) 이번에 엄마가 다 모이는 자리에서 우리 딸 이직 한다며 폴란드에 나가게 되었다고 말씀 하셨는디... (글쎄 자랑끼가 섞였나? 울 엄마가 좀 뻥튀기 해서 말씀 하셨나?) 이유가 뭔지 모르겠지만 심하게 심기 불편해 하시더니 나도 앉아서 밥 먹고 있는데 요새 세상에 누가 밖에 나가냐며 한국에서 취업 못하고 빌빌 거리는 것들이나 나가지... 하고 말씀 하셨다. 당시 본인 딸이 3학년 마치고 호주로 어학연수 나가는 입장 이었는데 본인 딸은 절대 외국에서 회사 생활 못 시킨다며 큰소리를 치셨다. 뭔가 조금 어이가 없었지만 허허 웃으면서 그렇죠.... 하고 말았다.
울 엄마한테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 친척들 앞에서 왜 자꾸 그런 소리 하냐고 엄마 속 만 더 상한다고 한 소리 하고는 죄송해서 나 때문에 밥 먹다 숟가락 놓으신 엄마를 위해.....고기 사드렸다.
거기서 끝난 줄 알았더니 출국 몇 일전 큰 이모부가 밥 사겠다며 모두 집합 시켜서는 하신다는 소리가..... 폴란드 못 사는 나란데 거기서 뭐 볼일이 있어서 한국 사람 데려다 일 시키겠냐며 혹시 이상한 데 일하러 가면서 회사 이름만 대는 거 아니냐는 말씀을 하셨다.....
처녀들 데려다 팔아 넘긴다나 어쩐다나....
이상한 데라니... -_-;;; 나 참..... (전 그러기엔 나이가 좀 있거든요.... 물론 동양 사람이 좀 동안으로 보이긴 합니다만.... ) 두 명의 가족 구성원에게 요런 얘기를 듣고 나자 다행스럽게도 야속하게 느껴졌던 (일부)친구들에 대한 감정을 훌훌 털어 버리고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저 너무너무 이해되요.저 뉴욕갈때 별의별얘길 다 들었어요. 아무리 무시할려고 하고 못들은척 해도.. 비슷한 내용의 얘길(매우 부정적인)계속 들으니 기분이 나쁘더라구요.
답글삭제남의 입에 오르 내리는게 좋던 나쁘던 정신적인 측면에서 좀 힘든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답글삭제그런데 뉴욕에 계시는 군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