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2011

현지 채용 vs 해외 취업 (1) 부제 : 어떻게 여기에 오게 되었나

무슨 비법이나 뭔가 나만 알고 있는 비밀이라도 알려 줄 것 처럼 제목을 썼지만 사실 이 글은 (언제나처럼) 영양가가 없는 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말하고 싶은 주제가 몇가지 있는데 그 것들을 동그랗게 말아 한번에 말하기로 작정한 데다,  내가 그닥 논리적인 글쓰기에 소질이 없기 때문에, 이 글은 신세 한탄으로 마무리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양가 없는 글을 쓰는 이유는..... 한마디로 '해소' 라는 단어로 함축 할 수 있겠다.
정신적 외상이라는 말을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실텐데....  나는 정신적 외상이 꼭 시각과 연관시키지 않아도 작은 연결 고리 만으로도 지속적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야기하는 경험, 또는 상처라고 생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사람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어 하고 이를 통해 가슴 속에 있는 응어리를 해소 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대화를 통해 나라는 존재에 대해 분석하고, 인식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정신적인 상처를 해소해 나간다. 또한 그 과정에서 때로는 위로도 받고, 공감하는 사람으로부터 큰 힘을 얻는다. 즉 사람은 사회성을 타고난 존재라는 얘기다. 이 이야기는 위의 전제를 바탕으로 한 바로 나의 경험으로부터 시작 된다고 볼 수 있다.

서론이 길었는데 각설하고 신문을 펴면 매일 같이 볼 수 있는 단어 중 하나가 청년 실업이다.
실업난이 가속화 되고 있던 2009년 2월, 한국의 작은 소기업에 취업 했다. 포워딩이라고 무역에서 사고 파는 계약이 완료 되면, 물류 관련하여 스케줄 조정 및 관세 통관을 비롯하여 운송 전반에 걸쳐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야로 Logistics 의 한 분류라고 보면 된다. 대학교 졸업 시 별 다른 욕심도 없었고 '크고 작은게 무슨 상관? 우선 경제적으로 자립 하는게 급 선무'라고 생각했다. 월급이 많지는 않았지만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어서 좋았고 작은 회사라 사람도 별로 없었고, 문제 될 만한 거리는 거의 없었다. 사장도 젊은데다 거의 밖으로 영업하러 돌아다니는 터라 안에서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것도 없었고 또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별 다른 생각 없이 잘 생활 하고 있었는데 5월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점심을 먹고 들어와서 메일을 살펴 보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 받을 까 말까 고민하다 비상 계단으로 나가서 전화를 받았는데 대뜸 헤드 헌터라며 이력서를 보고 전화 하는 거라고 했다.
'이상하다.... 내가 이력서 손 안댄지가 벌써 반년이 다 되어 가는데....'  하는 생각에 관심 없습니다. 하고 대답 했으나 이메일을 이미 보내 놨으니 관심이 있으면 한번 면접이나 보다는 얘기를 하고 쿨하게 끊었다. 메일에는 유럽의 P국, 회계 관련자 모집이라고 씌여 있었는데 나는 회계 쪽은 2학년 때 회계 원론 들은게 다였기 때문에 뭔가 착오가 있었겠거니 생각했다.
(늘 그렇듯이 다들 경제와 경영이 같은 분야라고 생각함 )
그런데 다음 날 다시 전화를 걸어 이메일은 확인 했느냐 편하게 생각하고 면접이나 보자, 영어로 자기 소개만 준비해 오면 된다 길래 퇴근이 6시 반이라 나는 면접을 봐도 7시 반에나 가능하다고 했더니 아무 때나 괜찮다며 내 스케줄에 맞추겠다고 하길래 나쁠것 없지 하는 마음으로 헤드헌터와의 면접을 편하게 봤다... (참고로 그 분이 참 편하고 좋은 분이셨다. 나이도 있으시고 삼촌과 얘기 하듯 편하게 대해 주셔서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난다)
그 자리에서 그 다음주에 현지에서 일하고 계시는 매니저가 한국에 나오시는데 면접을 보는게 어떻겠냐고 하길래 뭐 밑져야 본전이라고 영어 인터뷰 연습이나 하지 뭐~ 하고 쿨하게 가서 정말 부담 없이..... 나는 회계는 정말 모르고, 엑셀도 조금만 써 봤고, 지금 하는 일은 무역 관련 일이라 회계랑은 관련이 없다고 솔직히 대답했다. 내 이력서를 훑어 보시던 지금의 차장님께서는 나보고 왜 이렇게 졸업이 늦어졌냐고 물으셨다.
 그 때 나는 솔직하게 아래와 같이 얘기 했다.

1) 요가를 취미로 배우다가 요가 업계가 급 성장하면서 강사 몸값이 오르길래 좋은 경험 하는 셈 치고 강사 자격증 따서 일해 봤다. 작게는 2~3명, 많게는 4~50명 데리고도 수업 진행해 봤다. 덕분에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거 별로 부담 안 느끼고 프레젠테이션 같은거 잘할 수 있다. 1년 전임 강사로 뛰다가 비젼이 안 보이길래 새벽에 강습 하나 남기고 다 정리하고 학교로 돌아와서 내 용돈 내가 벌면서 학교 다녔다.
2) 여행을 좀 다녔다. 일본도 갔다 오고 자전거 여행 다녔다. 여자 혼자 여행 다닌 다고 부모님이 뭐라고 하시는 편도 아니라 가방 들고 어디까지 갈 수 있나 무조건 걸어봤다. 그렇게 반년 놀았다.
3) 졸업 하기 직전,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싶어서 지중해에 있는 몰타라는 섬으로 갔다.
나름 계획은 영어 공부도 하려고 갔었는데 공부는 한달만 하고 (비자 연장하려고) 반년간 정말 다양한 사람들 만나서 놀았다. 유럽 본토로 넘어가서 당시 만나던 우크라이나 남자친구랑 런던에서 베를린까지 차로 여행 했다. 마음 내키는 대로 정해진 스케줄 없이 마음에 들면 한곳에서 일주일 이주일도 머물면서 서바이벌 독일어도 배우고, 서바이벌 러시아어도 배웠다.
그래서 여행하는데 문제 없었고 한국 돌아와서 러시아어 학원 다니면서 문법 좀 배우고 나니 정리가 좀 더 잘 되더라. 그리고 한국 돌아와 바로 졸업해서 취직했다. 그랬는데 전화 받고 새로운 경험이 될 지도 모른 다는 생각에 여기까지 왔다. 인생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모르는 거 아닌가....(요)

지금 생각하면 차장님께서 참 열린 마음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든다. (같이 일하면서 정말 좋다고 생각은 하지만..... ) 지금 생각하면 그 때 당시 나의 강점은.... 문법 좀 틀리고, 약간 웃기게 들리긴 하지만 버벅 거리지 않고 나 하고 싶은 말 영어로 할 줄 안다는 거? 그리고 해외 생활에 대해서 전혀 거리낌 없다는 게 다인데 어떻게 면접에서 저런 얘기 다 하는 사람을 뽑아서 바로 밑에다 놔 둘 생각을 하셨는지....

그 때 차장님은 내게 나중이 되던 오늘이 되던 원래 이력서에 이렇게 공백이 있으면 별로 좋지 않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 뭐든 쉬지 않고 계속 채워 나가는 게 회사 시각으로는 더 나아 보인다는..... 그래서 나는 '아! 떨어 졌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음 날 전화가 걸려와 현지 HR manager와 전화 면접을 보자고 했다
일주일 후, 사전 통보를 받고 전화로 면접을 봤다. 그제서야 나는 그 회사가 '폴란드에 있는 한국 회사의 연구소' 라는 걸 알게 되었다.

 현지 매니저와의 전화 면접....  헤드 헌터분이 미리 말씀을 해 주셨지만 폴란드 사람들의 영어 발음... 러시아어, 독일어, 불어 하는 사람들도 영어로 말하면 어투나 발음이 참 그 나라 언어의 특색이 강한데, 폴란드어도 예외는 아니 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몰타에서 다양한 발음을 다 들어 보았기 때문에 이미 ( 영,프,독,이,스페인, 심지어는 아랍어 하는 사람의 영어 발음, 몰타어 하는 사람의 영어 발음도 이미 거쳤음) 어느정도 단련이 되어 있었고, 잘 못 알아 들었을 때 다시 말해 달라고 하는 것에 별 다른 스스럼이 없었다. 덕분에 별로 어렵지 않게 전화 인터뷰를 마쳤고 마지막에는 마음에 들면 폴란드 남자 만나서 결혼하고 살아도 OK야~ 괜찮은 사람 있으면 나 나중에 일하게 되거든 간접적으로 추천해 줘~ 라고 농담까지 나누고 끊었다.

2주 후 폴란드에서 같이 일 했으면 좋겠다며 입사 전까지 약 2달의 비자 준비 기간이 소요 되기 때문에 그 동안 개인적으로 출국 준비를 하시라 는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약 두달 후에 정식으로 입사 원서가 도착했다.
(하지만 노동 허가를 받기 까지는 예상 했던 2달보다 약 한달이 더 소요가 되어 3개월의 시간이 걸렸으며, 노동 허가서를 받아 비자를 발급 받는데 약 2주의 시간이 더 소요 되었다. )
마지막 관문까지 지나고 나자 마지막으로 남은 한 가지는.... 퇴.사.

일한지 반년이 갓 넘어서 퇴사 하겠다는 소리가 도무지 입에서 나오질 않았지만.... 어쩔 수 없지... 하는 마음으로 욕 먹을 각오 단단히 하고 말씀 드렸다가 잔소리 좀 듣고 그래도 해외로 간다니 몸 조심 하라는 덕담 듣고 끝났다.

이 때까지는 아직 실감이 나질 않았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감도 안오고.... 내가 뭔가를 특별히 노력 한 것도 아닌데 눈 앞에 기회가 굴러 온 것 같아 조금 겁도 났다.

참 뜬금 없이 웬 폴란드? 하는 생각에 허허실실 웃음만 나오고....

뭐가 기다리고 있는지는 몰라도 그 때는 그 모든 것들이  고등학교 때 읽었던 소설 책에서 나오는 삶의 표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버릴 수도 있지만 따라가면 무언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꺼라는 알 수 없는 예감 같은 것도 조금은 있었고....

댓글 7개:

  1. 오 재밌어요- 근데 일하시기 전에 정말 멋진 경험을 하셨군요. 멋집니다~

    +) 저도 요가 좀 가르쳐 주세요 ... 굽신 ㅋㅋㅋ
    +) 레나예요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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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재밌게 읽었습니다. 그래서 폴란드에 가셨군요.
    2부 기다리고 있습니다. 빨리 올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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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앗 레나양~ 영국은 잘 다녀왔어요? 나 글 읽었는데 게을러서 별 답글 안 달았는데...
    난 레나양 한테서 불어 좀 배우고 싶은...굽실굽실~
    로제타 스톤 하고 있는데 자꾸 발음이 에라인지 안넘어가서 왕 짜증 나요.... 마이크가 이상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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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부엉부엉님 근데 제 글이 넘 두서 없이 감정 중심적이라.... 쫌 부끄럽네요.
    시간이 지나서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나에 대해서 남겨 놓고 시간이 지난 후에 보려고 쓰고는 있는데 너무 공개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_'

    재미있게 읽어 주셨다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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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로제타스톤 어떤가요? 쓸만한가요? 광고 많이 봤는데 정말 효과가 있는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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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처음에 부담 없이 시작하기에 좋아요.
    그런데 로제타 스톤만 믿기엔 쫌.....
    그냥 기본 단어나 문장이 툭툭 나오는 효과는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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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오우~~ 저도 폴란드에 와있는데 몰타에 있던것도 같으시네요~~~ 아 신기신기~~
    저도 회계쪽을 전공하고 여기서 일하고 싶은데 영어도 짧아서 많이 걱정이되네요....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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