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1/2011

나의 20대를 마감하는 길목에서....

나는 단어 고르기 게임을 참 좋아한다.
남자친구와 사귀게 된 계기도 어쩌면 3가지 단어 대기 였던것 같다.
사귀기 전 크라코프에서 토멕과 함께 세명이 작은 방안에 앉아 수다를 한참 떨다가 '사랑'에 대한 자신이 생각하는 단어 세 가지를 말하기 놀이를 하던 중.... 남자친구가 그래 이 여자야! 하고 결심을 하셨다고 하니.... 흠흠
그 단어 세 가지는 쫌 민망하니 생략하고.....

문득 내 20대는 어땠나 하고 생각을 하는데 반사적으로 한 단어가 떠올랐다.
 'instinctive'
그리고는 바로 아직 나는 젊다. 미치기에 충분하다.....고 번뜩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떻게 미치면 괜찮을까... 하고 다시 약 5초간 생각한 후, 내 체력을 소진하여 장렬히 전사하는 방안을 떠올렸다.

현재 나의 스케줄은 월요일, 수요일 퇴근 후 폴란드어 수업이 전부다.
물론 가끔 야근도 하고 혼자 걷기도 하고 집에 와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하고 빈둥 거리기도 하는 등.... 혼자 매우 잘 놀지만..... 사실 삶이 매우 단조롭고, 단순하다.

폴란드어는 입문이 참 어렵다. 처음에 엄청나게 쏟아지는 문법을 소화하기가 참 힘들지만 시간이 갈 수록 조금씩 나아진다. 물론 아직도 문법은 마구 쏟아지고 있지만, 적응이 된 것 같다.
초반처럼 집에 돌아와 창문 앞에 앉아 40도짜리 술을 마시거나, 울지 않아도 견딜수 있다.
(물론 아직도 포스트잇으로 답답한 날에는 뭔가를 써서 벽에 붙인다만...)
회사에서 제공하는 수업도 있다. 화요일 목요일 오전에 한시간씩.....
훨씬 회화 위주의 수업이고, (선생님의 엄청난 노력하에) 문법은 거의 피해간다.
나름 나에게는 상호 보완적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아직까지 뭔가에 미치기엔 충분한 나이다. 한국에서 친구들은 벌써 서른이다.
학교 일찍간 덕에 겨우겨우 스물 아홉이라고 우겨 볼수도 있고 유럽에선 다행히 28으로 먹힌다. 그래서 내게 남은 1년 반의 시간은 정말 후회 없이 보내야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도 요런 비슷한 느낌이 든적이 있었는데, 때는 바야흐로 내가 25이 되던 해, 20대의 중반을 넘기는 문턱에서 이대로 후반을 맞이하면 안되겠다는 알수 없는 불안감에 몸을 떨던 때였다. 그때는 사회적으로 압박도 심하고 (취업등 불안정한 미래) 회사 들어가면 절대 장기간의 휴가는 불가능하다는 심리적 요인이 작용하여 바로 작정하고 반년간 놀러 갔지만, 지금의 나는 그래도 철이 조금 들었는지... 내게 도움이 되는 방향을 택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서...... 결정한 건.......... (두둥)

내 생애 처음으로 미친듯이 공부해 보기로 했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미친것 같지만..... 마음 한구석에 고이 모셔둔 대기만성이란 사자성어를 떠올리며 큰 그릇은 못 되더라도 가마에 들어는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디어 든 것이다.

그래서..... 단순했던 내 시간표를 깔끔히 정리하여 공부할수 있는 시간을 최대로 확보하고, 계획을 세워 그대로 실천하기로 굳게 마음 먹었다.
폴란드어는 지금까지 하던대로 하되, 조금 시간을 줄이고 집중력을 높이자!! 하는 쪽으로....(흠 과연?)
그 동안 반은 놀고, 반은 취미 생활로 보내던 화요일, 목요일 퇴근 후에는 러시아어를 공부하기로 했다. 묵혀뒀던 나의 러시아어, 시작이 어땠건 지금까지 애정을 잃어본적이 없는 나의 비루한 러시아어를 되살리기로 마음 먹었다.

자 그럼 금요일과 주말이 남지?
금요일엔 영어 XXX시험을 위한 준비를 하기로 했다.
남자친구와 책도 사서 나눴다. 토요일 일요일 폴란드어와 러시아어 선행학습 및 복습을 한 후 금요일에 공부하는 영어 XXX시험도 같이 준비하려고 시간표까지 짜 놨다.


그 동안 분산 시켰던 나의 관심을 끌어 모아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바라던 자유와 평화가 주어졌는데 내가 못할일이 어딨어? 하는 오기도 생겼다. 그래서 말인데..... 샐러던트의 삶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못할것도 없지... 하는 생각으로 오늘부터 내 여가 시간은 주말에 무한도전 보는 거 한시간? 으로 줄이기로 했다. 뭐 가끔 괜찮은 영화가 있으면 볼수도 있고.....
쇼핑도 금지, 외식은 당연히 주말에만....


옛날에 둘리 만화 중.... 램프에서 나온 할아버지가 부르던 노래 가사가 '가는 세월 어느 누가 잡을 수가 있나요~' 뭐 요랬는데....흘러가는 시간은 잡을수 없다는 말..... 천천히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일 년 그렇게 또 일 년이 지나면 내 인생 어떻게 흘러갈지 누가 알아?
무슨일이 있어도 하겠다 생각 했던 것....... 더 시간 지나가기 전에 마음 독하게 먹고 모두 해 봐야겠다.
꿈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거창하고.. 마음안에 있던 작은 소망들, 내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그런 작은 바램들 모두 현실화시켜서 내 인생 곳곳에 펼쳐 놓을 꺼다.

그런 의미에서 그 동안 마음 내킬때 보다 말다 했던 러시아어 동영상이 있는데.... 요것부터 마음 먹고 앉아서 보고는 정리했다.
http://hotforwords.rt.com/lessons/
러시아어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부담 없이 보기에 좋다.
그리고 집중율 최고..... 선생님 너무 섹시해... +_+
나는 쭉 봤는데 기억이 안나는 부분이 좀 있어서 약간 충격을 먹었으나, 그래도 즐겁게 리뷰했으니..... 별 불만 없다. 야근하는 남자친구한테 보내주면서 피곤할때 보라고 웃음까지 날려줬다.....내일부터 앉아서 그동안 멀리했던 문법책 예전에 배운 부분을 정리할 생각이다.
공부일기 같은거 쓰는 체질이 아니라 글쎄....
내 회사 다이어리에 뭐 공부했는지 정도는 쓰겠지....

폴란드어 학원 다녀와서 러시아어 공부하려니 왜 이렇게 머리에 잘 들어오나.... 싶은게 몸과 뇌가 열렬히 내 결심을 환영하는 느낌이 든다.

깔끔하게 20대의 마지막을 열정적으로 보낸 다음, 좀 여유로운 마음으로 30대를 맞아야겠다.
남자친구한테 전화해서 나 미친듯이 공부하기로 결심했어! 하고 말했더니 너같은 여자는 처음본다며 1년 뒤에 보자며 황당한 목소리로 매우 시니컬하게 말씀해주시는데..... (너..... 일년 반전의 그 간절함은 어디가고...... -_-+ )
두고봐
난 1년뒤에 너보다 러시아어 훨씬 유창하게 말하고 말테니....

내 전화로도 얘기 했지만 내 이상형의 조건 중 하나는 나보다 러시아어 잘하는 남자다.
훗.......


(벌써 4월인데~ 아직도 휴가가 18개나 남았어~~ 아아아아 행복해~~~
여름에 불가리아+이스탄불 2주 휴가 줄이고 휴가 박박 긁어 모아서 가을에 혼자 러시아로 2주 어학 프로그램 갔다 와야지..... 본토 까지는 아니고.... 분할령 칼린그라드로 갈꺼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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