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6/2012

인종 차별을 성토하는 누군가를 볼때

이런 생각이 든다.
그가 당했던 그 일이 단지 그 사람의 출신 때문일까?
단편적인 생각으로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본인의사고의 수준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나온 불명확하고 미확인 된 상황 판단이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 때가 많다.
특히나 말하는 사람의 수준에 따라 가끔 이 생각은 더 강해진다.

마트에서 또는 길에서 당하는 불쾌한 경험은 고국이라면 절대 경험하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먼저 묻고 싶다.... 나는 한국에서 약 26년을 줄곧 살았고, 그 시간 동안 불쾌하고 비이성적인 대접을 받은 경험이 수차례 있다.
외국에서 사는 지금도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은 어렵지 않게 신문을 통해 접할수 있고, 가끔은 누군가가 지하철에서 맞기도 하고, 누군가는 사기를 당하기도 한다.
당신이 만약 그 상황의 피해자라면, 이런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어떤 이유를 가져다 붙일까? 한국에서 당했다면 아무도 인종 차별을 그 이유라고 생각하지 않겠지만 외국에서 이런 경우를 당하면 거의 대부분은 인종차별을 그 이유라고 생각하고 상황을 이해하려고 한다.

세상을 살다보면 억울한 일 당하는 경우 같은것.... 누구나 인생에서 경험해볼 수 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서비스 직종에서 나도 일해 본적이 있고 그 덕분에 서비스직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다.
누군나 가끔 힘든 날이 인생에 찾아올 때가 있다. 아무리 일이라고 해도 다른 사람에게 신경을 쓰는 것이 녹록치 않은 날, 하필이면 내가 손님이 되는 경우, 살다보면 일상에서 이런 상황에서 내가 피해자가 되기도 하는 법이다.
한국이라면 그러겠지....

저 사람 진짜 이상한 사람이야.
에이 오늘 운이 나쁘네....

그런데 외국에서 살면 사람들은 곧잘 그 상황을 상황 그대로 이해하기보다, 본인에게 가장 쉬운 설명거리를 핑계 삼아 위안하고 스스로를 위로 한다.
물론 다른 모습의 사람, 다른 생각의 사람, 다른 배경의 사람에게 느끼는 친밀도는 많은 것을 공유하는 사람에게 느끼는 것보다 확연히 적을수는 있다.  그리고 이런 배타적인 감정이 발전하여 때로는 사람의 역사에서 볼수 있듯이 처참하고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그것을 차별이라는 단어로 단순화 하여 우리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수준의 일들을 바라보기엔 무리가 있다.
물론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이 모든 이야기는 우리가 정신적으로 완벽하지는 않을지라도 사람이라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이타심과 다른 사람의 아픔에 대해 공감할줄 아는 아주 기본적인 수준의 사회적 존재를 전제로 하고 있다.

생각해보시라, 내가 오늘 눈에 다래끼가 나서 욱씬 거리는 눈으로 수퍼마켓에서 일하는데 어느 순간 내 앞에 나와는 다른 모습을 한 사람이, 익숙한 물건을 들고 계산을 하기 위해 다가왔다. 당연히 말이 안통할것 같아 긴장도 살짝 되긴 하지만, 나는 아침 조회때 눈에 다래끼가 나서 어떤 상품이 세일에 들어갔는지 파악이 안된 상태에서 바로 그 손님이 내가 몇달이 넘게 팔아온 너무나 익숙한 물건에 대해 나에게 가격에 대해 뭔가를 말하려고 한다면.... 당신이라면 얼굴에 웃음을 가득 띄우고 그 사람의 언어로 그 사람이 이해 할수 있도록 차근히 설명해 줄수 있을까?
게다가 그 사람뒤로 이미 5~6명의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면?

그런데 나아가 알고보니 그 사람이 가격에 대해 말하려던 것이 맞았다, 그래서 그 가격은 내가 알던 일반 가격의 반 가격에 오늘 팔리고 있었으며 나와 비슷한 머리색, 비슷한 눈을 가진 사람들은 그 줄 뒤에 서서 나를 바라 보고 있다면?  게다가 눈은 점점 더 아파온다면?
'나' 는 과연 친절하게 그 사람이 알아 들을수 있도록 사과하고 일을 처리 할수 있을까?
이 경우 내가 느끼는 감정이 그 사람에 대한 것일까? 그 상황에 대한 것일까 아니면 나 자신에 대한 것일까?
'나'라는 사람은 인종이 다르기 때문에 그 사람을 차별한 것일까?
만약 이 손님이 이 상황에서 '나'를 인종차별 했다며 고소 한다면.... ??

그리고 이 상황에서 만약 그 손님이 바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라면?

당신은 인종 차별을 당했다고 느끼지 않을까?
다시 바꿔서 당신이 바로 그 점원이며 이 상황으로 인해 인종 차별 당했다며 고소를 당하거나 직장에서 처벌을 받았다면?

나 또한 유럽에서 산지 몇년이 되었고, 종종 불쾌한 경험이 있었지만, 그 사람이 단지 나의 외모로 인해 나를 인종 차별 했다는 느낌은 거의 받은적이 없고,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적은 종종 있었다) 그 사람의 인성이 또는 성품이 원래 그렇거나, 그 날 정말 힘들고 운수가 나쁜 날이라 나 또한 그로 인해 영향을 받은 것 뿐이거나, 단지 언어로 인해 그 사람이 어쩔줄 몰라 하다 나에게 자신이 스트레스 받은것을 숨기고자 하는 과정에서 불쾌하게 굴었던 경험이 대부분이었다. 때로는 방귀 낀 놈이 성낸다는 말처럼 내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는 못난 모습 때문에 오히려 더 다른 사람에게 날카롭게 대하기도 하는게 사람이라는 걸... 다들 알고 있지 않나?
그 상황을 잘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그래서 내 인생의 오류를 줄이고자 하는 노력이 있다면 타향살이가 그렇게 힘든 것만은 아니다.

사실 그럴때는 있다. 내 말이 모자라서, 내가 그 언어를 못해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 하지만 이 경우는 인종차별도 아니고 내 능력이 모자라서 벌어지는 상황일 뿐이다.
의사소통이 안 되는데 어쩌겠는가....
단순히 내가 동양인이라서, 단순히 내가 그들과 달라고 인종 차별을 당했다고 생각이 든다면 잘 생각해보시라, 객관화 시켜서,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호들갑 떨며 인종차별이 남의 일이 아니라 어쩌고 저쩌고 생각하기보다는 내가 그 상황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시면 좋겠다.

당신이 경험하는 불쾌하고 서럽고 기분 나쁜 대부분의 일은 한국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며 오히려 어떤 부분은 외국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당신이 한국에서 겪어야 할 다른 종류의 서러움과 힘든 경험들을 배재하고 있을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하시면, 지금 내가 겪는 것이 과장할 필요도 없고 민감하게 받아 들일 필요도 없는 인생의 어느 한 부분임을, 어렵지 않게 깨달으시리라 생각한다.





댓글 2개:

  1. 인종차별은 왜하는걸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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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수 있지만..... 제 생각에 사람은 기본적으로 익숙하지 않고, 이질적인 것들에 본능적으로 공포심을 갖는것 같아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정도 파악이 된 상태에서는 좋거나 싫은 감정이 생기면서 그에 따라 사람을 대하게 되는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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