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6/2014

처음이란.... 참 ( 부제1 : 군도 무대인사 온 강동원을 보고 )

(부제2  :  같은 영화 극장에서 두번 보기 - 군도)

연달아 강배우 관련 글을 두개나... 이틀에 걸쳐 쓰다니.... 나참....

난생 처음으로 팬질이라는 걸 해보려니 묘한 기분이 든다.
내가 중 고등학교때는 HOT랑 GOD가 참 인기 있었는데 그때도 안하던 팬질을 32살에 하려니.... 사실 조금 민망하다.
옆에서 군도 얘기를 하거나 강동원 얘기가 나올 때면 (심지어는 동원 참치 얘기만 나와도 -_-) 갑자기 막 표정 관리도 안되고 하고 싶은 말 잔뜩 있지만 참느라 코만 씰룩씰룩 대고 있는 나를 발견할때면 그 상황 자체가 너무 웃긴다.....

내가 강동원을 좋아하기 시작한 때는 2009년 말, 한국이 그리워 본 전우치라는 영화를 보고 난 후 머리가 복잡하고 마음이 심란할 때나 새로운 영화를 보기는 부담스러운 정신상태일때 습관처럼 전우치를 틀게 되면서 부터다.
사실 나는 좋아하는 영화는 열번 스무번 반복해서 보는 편인데, 2007년엔 물랑루즈를, 2008년엔 Atonement를 그렇게 반복해서 봤다.
2009년엔....  호기심에 시작했던 주말 아르바이트로 인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스트레스 해소가 되었는지 그러지 않았건만 연말에 전우치라는 영화로 인해 발목이 잡혔다고나 할까? ㅎ
그동안 이 영화를 반복해서 본게.... 100번도 넘는 것 같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마음이 심란했던 때가 100회가 넘는 다는게 -_- 마음 아프군 )

물론 중간중간에 다른 영화들도 돌려봤다. 파르나서스박사의 상상극장 (The Imaginarium of Doctor Parnassus)은 그 어휘나 어투가 묘해서 자주 돌려봤는데 은유적인 표현도 많고.... 영어를 조금 하시는 분이라면 참 재미있게 보실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간접 화법으로 말하고 시적인 표현들이 많다. 아! 그런데 영국 영어라 듣기 어려우실 수도.... 여기저기 다양한 억양도 나오고 작은 단어 하나까지 덜 보편적이고 비유적이다.
Evan Almighty도 참 좋았다. 디테일한 부분에서 귀엽고 세심했다. 가볍지만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대사들도 좋았는데 배우들의 연기가 대사 안의 의미의 무게들을 가볍고 즐겁게 만들어주는데 한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성당을 다니며 내내 마음 안쪽 무겁게 만들었던 부분들을 한층 덜어 줬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영화다.
가장 유명하기도 하고... 나 또한 확 빠졌던 대사 한 구절을 여기에 적어보자면 (물론 영화로 봐야 그 감동이 잘 전달 되지만...)
If someone prays for patience, you think God gives them patience? Or does he give them the opportunity to be patient?
If he prayed for courage, does God give him courage, or does he give him opportunities to be courageous?
If someone prayed for the family to be closer, do you think God zaps them with warm fuzzy feelings, or does he give them opportunities to love each other?
좋아하는 영화 얘기를 하자면 끝도 없겠지만.... 이 쯤에서 그만하고 본론으로 돌아가 보자면....

어젯밤 몸은 피곤한데 잠이 오질 않아 냉장고에서 맥주를 한캔 꺼내어 영화를 볼까... 하다가 무심결에 핸드폰을 들고 ....강동원 팬까페를 들어가서 글을 훑어 봤다.
사실은 내가 쓴 후기에 혹여라도 -_- 게시판에 '누가 강동원 팬이라며 이런 혹평을 썼다..' 라며 원망하는 글이라도 있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게시판을 살펴보는데.... 군도 무대인사 표가 한자리 남는다며 동행을 구하는 글이 있길래 두근거리는 심장을 (맥주 때문에?!) 진정시키며 연락처를 남겼다. 십여분 후 전화가 왔고, 덕분에 오늘 오후 5시 50분에 명동 롯데 씨네마에서 멀리서나마 무대 인사를 온 강배우를 보게 되었다.

참..... 처음이라는게 별거 아닌 줄 알면서도 왜 그리고 묘하던지..... 난생 처음으로 배우를 보고자 명동까지 처음 보는 사람들과 영화를 보러 나가는 나도, 그 상황도.... 생소하고 낯설었다.
가까이서 본 것도 아니고... 제대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아니었기에 강배우님은 여전히 영상 속 그 모습 그대로 현실감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괜히 가슴이 뛰었다. 하하

그런데 무대인사를 하러 들어오는 감독님 얼굴을 보니... 얼굴색이 어두운것이 오늘 일정이 힘들었는지... 마음 앓이를 하고 계시는지.... 괜히 내 마음이 무거웠다.
생각해보면, 이미 결과물은 나왔고.... 본인이 가장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것이다.
투자 회사도 많고 투자금 규모는 엄청나고, 나온 배우들도 으리으리한 상황에서 이 영화가 흥행에서 실패할 경우 .....  그는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얼마나 생각하고 또 생각했을까?
전작 대비 본인에게는 나름 어려운 도전이었으리라 짐작도 된다.

덩달아 우리 강배우 얼굴도 그리 좋지 않은게, 차타고 이곳저곳 이동하며 시간에 맞춰 긴시간 대기도 하면서 무대 인사를 다니며 피곤했는지.... 영화평을 읽고 마음 고생을 했는지, 얼굴이 그리 밝지 않았다. 배우 중 한명이 무대 인사를 하며, 영화평 잘 부탁 한다고... 재미 없으셨더라도 그냥 있어 달라고 말하는데서... 그들이 흥행여부에 대해 느끼는 중압감에 대해서 조금은 엿볼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지금 상황에서는 뭐가 최선일까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주변에서 쓴소리 해주는 사람 나 말고도 많을테니 나까지 영화에 대해 내 느낀바를 솔직히 적을 필요가 있을까? (생전 영화평 같은거 귀찮아서 안 쓰던 사람이...) 그냥 강배우를 위해서라고 생각하며 평점 후하게 주고 잊어 버리는 편이 나을까? 다른 팬들이 하듯이.... 영화 너무 재미 있었다며 합심하여 평점 올려주는데 동참하는게.... 차라리 지금 상황에서는 강배우를 위하는 길이 아닐까? (아.... 이 팬심, 진지하고 싶은데 이상하게 웃음이 자꾸 난다)

그래.... 주연 배우니 손익 분기점을 넘느냐 안 넘느냐의 문제는 정말 신경 많이 쓰일 것이라 생각한다.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두 번 보고 나니... (이번에는 철저하게 강배우에만 집중해서 영화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더욱 더 명확해지는 의문점들이 마음을 어지럽히는 데다 강배우님이 여기까지 와서 이 글을 읽을 것 같지는 않으니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라는 심정+세번째 보고 난 후의 느낌은 어떨지 비교해 보고 싶기도 하니 글로 써보기로 했다....
어차피 액션 좋았다는 얘기 (물론 이 부분도 참 하고 싶은 얘기 많은데... 정두홍 무술 감독을 언급하지 않을수 없는데다 얘기가 길어 질 것 같아 나중에 기회가 되면..... 뭐...합을 어떻게 짜주던 그걸 표현하는 건 배우의 몫이니), 칼을 아름답게 쓰는데는 강배우만한 배우가 없다는 점, 몸이 가벼워 보이고 빠르고 날랜 느낌을 장옷 몇겹 걸쳐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잘 표현했다는 것과 표정으로 울분 어린 감정을 잘 표현한 점등 이 영화에도 소리 높여 칭송하고 싶은 부분이 많지만 나 말고도 다들 얘기 할테니 (하지만 악역으로서의 서늘한 날카로움은 있지만 카리스마는 조...조금 떨어지는 건... 나이 탓인가? 미모 탓인가? 워낙 강배우의 얼굴 선이 곱고 가늘긴 함....) 나는 그냥 개인적으로 느낀바 허심탄회하게 써보고자 함.... -_-a
무엇보다도 나는 좋아한다는 마음으로 좋게 생각하고 넘어가는게... 잘 안된다.
늘 스스로에게 더 엄격하고자 하는 성향도 좀 있고....
1. 가옥이 전소되고 어머니와 누이동생이 모두 타죽을 정도의 화재에서... (그것도 불탄 서까래가 머리위로 떨어졌는데도) 돌무치는 어떻게 살아 남았는가?
2. 그 화재에서 살아 남았다 해도 화상으로 인해 움직이는 것은 무리다. 그런데 돌무치는 어떻게 도끼를 들고 조윤과 붙을 수 있었는가? (Unbreakable?)
3. 그 순간엔 객기였다 치더라도 화상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할 만큼 수포와 염증으로 치명적일 수 있다. 지저분한 감옥에서 살아 남음은 물론, 고문도 받은 것 같던데 돌무치의 피부는....  특수 재질인가? 보니 화상 자국도 머리 쪽에만 조금 있던데.... 원래는 전신 화상으로 손가락 몇개 없어도 이상할 바 없는게 아닌가?
4. 조윤의 집 도치가 찾아와 싸우는 도중 날리는 것은 벛꽃잎인가?  바람은 어디서 불었는지? 사방이 막혀 있는 듯 하던데....
5. 노사장과의 싸움중 조윤의 상투가 잘린 것은 그렇다쳐도 상투끈은 언제 잘렸는지 조윤의 머리카락이 어떻게 그렇게 사라락 생머리로 내려올 수 있는 것인가? (그런데 상투가 잘렸으면 그 정도 길이가 나올수 있나?)
6. 상투가 잘린 조윤은 어떻게 또 금방 상투를 틀수가 있을까? 가채라도 썼나?
7. 진지를 습격한 관군이 쏜 화살에 왼쪽 가슴을 맞은 소년은 왜 끝까지 죽지 않았나? (제2의 unbreakable?)
8. 치명상을 입은 도치는 어떻게 그렇게 금방 소생할 수 있을까? 몇일 사이에 그렇게 금방?  (Unbreakable인 것 같다는 내 짐작이 확실해 지는 부분)
9. 군중의 무리가 조윤의 집으로 몰려왔을때 날리는 것은 또 벛꽃잎? 시간적 배경이.... 중간쯤엔 겨울 이었던 것 같던데.... 이미 봄이 된 건가?
10. 2살 정도 된 조윤의 조카는 조윤이 안고 있을때 보더라도 꽤 크던데, 어째서 조윤이 왼쪽에 안고 도치랑 싸우는 중에는 그렇게 작아질수가 있을까?
11. 중간에 한번 얼굴 보여주며 이건 조윤이 조카를 안고 있는게 맞다고 확인 시켜 주던데, 어떻게 두살배기 아기가 그 와중에 한번 안 울수 있을까아?  (- 삼촌이 칼 맞는 시점에 울어주는 센스)
12. 조윤의 집 뒤에 대나무 숲이 있다는 건 도치가 이미 자신의 도끼와 조윤의 검이 만났을때는 근거리 전이 유리하다는 점을 인지 하고 미리 지리를 확인한 후 치밀한 계획 하게 그 쪽으로 유인한 걸까? 아님 그 시절 나주에 대부호집 뒷 마당에 대나무 숲이 있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닌걸까?
13. 노사장은 사투리와 표준어 둘 다 구사? (사투리 쓰다가 도치가 추월에 가입하는 장면에서는 급 표준어 구사.....) 나주가 배경인데 전라도 사투리보다 경상도 사투리가 더 자주 들리는 이유는??


그 외에도 도치가 나중에 들고 나오는 따발총도 이상하고 연결이 잘 안되는 부분이 있다. 뭐니뭐니 해도 최고의 의문점은.... 조윤은 왜 조카를 보고 죽이지 않았느냐는 점이긴 하지만... 갑자기 혈육의 정이 돋았다... 뭐 요렇게 생각하고 싶다.
(뭐라더라.... 더러운 땅에 피어오르는 하얀 연꽃은 신의 뜻인가 연꽃의 의지 인가? 하는 대사가 있던데 이 대사는 갑자기 왜 읊는 것이며.... 자기 집으로 들이 닥친 민중들에게 타고난 운명을 바꾸기위해 생을 걸어본 자의 칼만 받겠다는 조윤의 대사도 참 뜬금 없긴 했다만... )

같이 본 분들은 감독 탓을 참 많이 하던데.... 나는 사실 영화사, 투자자들 또한 이 영화가 이렇게 나온 데에 있어 기여 했다고 생각하며, 감독 탓만 하고 싶지는 않다.....
그냥 한국 영화가 조금만 더 디테일에 신경을 썼으면... 하고 바래본다.
(사실 다른 영화 같았으면 지인들과 술 마시면서 할 얘기를 이렇게 쓰고 있는 걸 보면.... 나도 참 강배우가 좋긴 좋은가 봄 ) 결론은.... 난 내일 무대 인사보러 가서 영화 한번 더 본다는 점... 즉... 영화평은 이렇게 써도 결론적으로 보면 난 군도를 세번이나 영화관에서 본다는 점...하하


사족이지만.... 이 스토리는.... 드라마가 더 잘 맞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인물 하나 하나의 과거 얘기도 좀 더 풍푸하게 풀어내고, 조윤의 얘기도 관직에 나간 부분; 출신 성분-가문 때문에 과거로 관직에 나가지 못한 태기-조진웅-에 비해 조윤은 서자임에도 관직에 나갔으니 이 또한 아버지의 뒷배가 있지 않았을까?!,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트라우마가 있는 조윤이 관직에 나가며 아버지가 자신을 아들로 생각하고 마음 써준다고 생각했다가 아버지가 그냥 집에서 치우려고 관직에 대충 뺀 거라는 내용 같은것도 하나의 에피소드로 만들기에 충분할 것 같고... 조윤의 과거 얘기는 물론이거니와, 영화에서 조윤이 기생집에서 민관합작 사업ㅋ을 진행 시키는 부분 또한 - 과거에 자신이 자란 기생집에 나주로 돌아와 다시 찾아가 이 곳을 관리들을 접대하기 위해 긴밀히 협조하기까지의 과정등 또한 재미있게 잘 풀어 낼 수 있을 듯 싶은데....




여기서부터는.... 정말 객관성이고 뭐고 다 떠나서 그냥 드는 생각

예전에... 피아노를 그만 두기로 결정 한 뒤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까지 집에 피아노가 남아 있을때였다.....중학생 때였나?
사촌 언니가 연주해 준 즉흥 환상곡이라는 쇼팽의 곡이 너무 치고 싶었다.
.... 무작정 악보를 보고 치려니 손가락은 꼬이고 마음은 괴로웠으며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수십번..... 그 마음을 다잡고 또 다잡으며 이 곡을 꼭 치겠다는 목표로 매일 매일 한음 한음 치기 시작해서 수십번 수백번을 반복했다. 손에 힘이 너무 들어가서, 마음만 앞서고 손가락이 따라가지를 못해서...... 둔탁한 소리만 울려 퍼지던 하루 하루를 힘겹게 이어가던 날들이 반복 됐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부터인지 몇개의 음으로 중간 중간에 음색을 내기 시작했고, 한 마디 마디가 이어져 완벽하지는 않지만 누가 들어도 즉흥 환상곡이구나 하고 알 수 있을 정도가 되었을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내가 왜 피아노를 그만 두기로 결정했는지.... 결정은 내렸음에도 괴롭고 슬펐던 내 마음과.... 그렇게 한 곡을 치도록 연습하고 또 연습했던 날들에 대한 기억과 엉성하기 그지 없지만 그렇게 한곡을 칠 수 있게 되었다는 가슴 벅찬 느낌.....(아마 행복감이었으리라 생각함) 에 피아노 앞에 앉아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난다....

엄마가 나에게 의논도 하지 않고 피아노를 팔아버리신 이유는.... 그때의 나를 보시고 걱정이 들어서 이시리라......
스스로 그만 두기로 결심 했음에도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는 내 모습 때문에......

강배우의 액션을 보고 있자니 그 때 생각이 많이 난다.
아 이 사람은 얼마나 연습하고 또 연습했을까? 그렇게 얼마나 많은 순간 순간을 이겨 냈을까? 하는 생각.....  그 장면 장면을 만들기 위해, 움직임을 익히고 표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인내하고 버텨 냈을까를 생각하면.... 의문이고 객관성이고 다 떠나서....

정말 열심히 하신 그 노력과 의지에..... 잘했다고.... 정말 잘했다고 등 두드려주고 싶은 느낌... (누군가 해 줬으리라 생각함ㅎ - 그래도 평점은 못 올랴줌 개인의 노력과 역량은 군도라는 영화의 전체적인 완성도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다 쓰고나니.. 또 마음이 불편하네.... 후....
맥주나 한캔 마시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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