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뭔가를 계속 써 대는지는 모르겠으나....
오늘일은 꼭 기록으로 남겨야 겠다고 생각이 들어.... 자정도 넘은 이 시간에 글쓰기 버튼을 눌렀다. (아직까지도 자아 정체감이 온전히 회복 되지 않은 상태임을 감안 할 것)
오후 3시 무렵.... 영등포에서 6시쯤 만나 군도를 함께 관람하기로 한 지인이 준 정보 ( 목동 CGV와 메가박스에 강배우님이 무대 인사를 오신다며 한 번 가보라며.... 아니 나는 오늘 오후에 무대 인사 오실때 다시 보기로 했는데?! ) 에 호기심이 발동한 것도 있고.... 그 근처는 추...추억이 어린 목동 도서관, 빠리 공원, 오목교 근처인데다.... 날도 좋고...최근엔 활쏘러 몇번 갔다 그냥 지나온게 아쉽기도 했고... 또 집에서 가깝기도 하고 여러가지 이유를 붙여 두시 경 집을 나섰다.
버스를 타고 목동도서관 앞에 내려 주변을 걸으며 둘러 보니, 여전히 변한게 없었다.
목동 도서관 4층에서 가을에 내려다 보는 빠리 공원은 여전히 아름답겠구나.. 하고 생각하며 성당 옆을 지나 (옛날에 이 성당에서 미사도 보고 했는데.... 그게 벌써 십년도 더 된 이야기라니.... 하며 감회에 젖음) 사이길로 들어서니 내 이십대 초반의 시절이 생생히 떠 올랐다.
와 나 그때 정말 철 없었는데 하하하, 이렇게 혼자 웃으며 걸어가니 기분이 점점 좋아졌다.
어느새 나는 목동 메가박스가 있는 곳까지 당도했고, 주변을 빙 돌아 건물로 들어가려 하는데 중...중고등 학생들 및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것이 아닌가....
직감적으로... 아 강배우님이 여기로 올라가나? 하고 보는데.... 아니나 다를까 큰 버스도 옆에 있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는데 가.... 강배우도 함께 지나 갔다....
순간.... 소리 지르는 중고등학생 무리의 한 가운데서 넋을 잃고 쳐다보는데... 소리는 당연히 안나오고 (지를 마음도 없고 ) 강배우는 눈앞에서 지나가는데 머릿속에서는 나는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는가? 아 강배우 멋있네... 그런데 현실감 없다... 그 와중에 어느새 내 다리는 까치발을 하고 더더 보려 하고 있고..... 아.... 여기서 벗어나야 하는데... 하는 생각도 들고 머릿속이 뒤죽박죽으로 엉켜 가는 와중이었음에도 몸은 어느새 강배우를 조금이라도 더 보려고 움직이고 불편해서 잘 안쓰는 안경까지 꺼내 쓰고......... 정신을 차리고 나니...진짜 무척 혼란스러웠다....
저...정신 차리자 나는 -_- 32살이고... 사회인이고... 이런 팬질은 이 전에도 해본적이 없고.... 완전 피곤하다.... 뭐 이런 생각들도 스쳐 지나가고.... 약간 그 사이에 껴 있기가 민망하기도 하고..
아 이게 뭔가... 싶고, 그런데도 강배우를 보고 나니 완전 마음이 떨리는 건 뭘까.... 회사에서 상무님 앞에서 손익 발표 하다 숫자 틀렸을때도 안떨었는데...... -_-a
옆에서 어린 소녀 하나가 나에게 하정우 갔냐며 물어 보길래 네 방금 들어간 것 같아요 하고 대답해 주고는.... 그 소녀와 잠시 담소를 나누며 고등학교 생활 힘들다는 하소연 들어주고 -_-a 나 참...
그 소녀가 같이 CGV로 가자 길래 그래 어차피 오목교로 가기로 했으니 같이 가쟈 하고는 아이스크림도 하나 사주고..... ( 맨 남동생들이랑 만 얘기 하다 오랜만에 십대 소녀랑 얘기 하니 귀엽고 좋더라...) 하정우씨 좋아하는 모습 보면서 나도 이 나이때 팬질 좀 해 볼껄 아 이 나이에 이러고 있으니 진짜 피곤하네... 그런데 얘는 어린애가 취향이 좀 노땅 취향인가?! 하고 속으로 생각하고 하하하하
이 용감한 친구가 CGV 입장하는 통로로 성큼 성큼 걸어 내려가는 데 쫄래쫄래 따라가서 서 있다 화....화장실 들어가는 강배우님 다시 한번 보고... 우와 내 살다가 이런 것도 해보고.... 역시 사람은 오래 살면 다양한 경험을 하는 구나 내 29살에 찾아왔던 ( 지금은 웃으며 얘기 하지만 내 인생 TOP3안에 드는 암흑기 )우울증을 잘 이겨내길 잘했구나 하고 다시 한번 생각.....
이 소녀가 나한테 이런거 살면서 한번은 경험해 봐야죠 하며 웃는데, 그래 너는 나보다 훌륭한 어른이 되겠구나... 하고 이 친구의 미래도 속으로 축복해 주고 영등포에 와서 지인을 만나고 나니... 정신이 살짝 돌아오며 뜬금 없지만..... 장자의 호접지몽 얘기가 떠올랐다.
내가 강동원을 본게 맞나? 아니면 강동원을 보는 꿈을 꾼겐가?!
내가.... 강동원을 보겠다고 -_- 중고딩 틈에 서서 목 빼고 있었던게 맞나? 강동원을 보기 위해 중 고딩 틈에 서서 까치발 하던 과년한 처자가 나였던 겐가?
허...허허허
난 내가.... -_- 사리 판단 하고 분별력 있는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성이 아직까지 통제하지 못하는 부분이 내 안에 있을 줄이야.... 하하하하
이 부분은 메....멘붕이다 솔직히
강배우가 뭐가 그리 좋았을까? 내 작년에 꼬모 호수 놀러 가서 조지클루니 왔다는 말에도 -_- 그게 뭐... 이래서 같이 간 친구가 실망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한국에서는 조지 클루니가 인기가 없는 줄 아는 스위스녀1)
근 몇년 동안 이렇게 필사적이었던 순간이 내 인생에 있었던가? 하고 버스에 앉아 생각해봤다.... 정말 오랜만에 가슴이 두근두근 했던 것 같아 좋긴 한데... 그 장소와 계기가 -_- 쫌...
어제는 거리도 있고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봐서 그런가? 이렇게 필사적이진 않았던 것 같은데... 내가 알고 있는 나는 어느새 안드로메다로 가고... 이게 도대체 누구야? 하는 낯선 느낌의 나와 조우하자니.... 당황스럽기도 하고... (그 와중에도 배는 고프더라)
지금까지도 생각하면 웃음+한숨이 같이 나온다.
그 와중에도 영등포에서 군도를 보러 들어갔는데... 영등포에 센텀시티? 라는게 생긴 줄도 몰랐고 영화관이 그리 큰줄도 모르고 많이 변했구만 하며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 지인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 들어갔는데... 사람은 무지 많고 나는 이제 이것도 오늘이면 끝이다 하고 마음 놓고 있었으나 숨겨진 복병이 있었으니...(오늘 온 친구 한명은 무척 적극적인 성격, 인피니트 팬으로 다년간의 빠순이 경험으로 다져진 내공)
뒷 자리라 그래 마음 편하게 봐야지~ 하고 있는데 글쎄 이 친구가 무대 인사 시작한다는 말이 나오자 마자 내 손을 붙잡고 통로로 뛰쳐 나가 계단을 질주 하며 내려가서는 글쎄 맨 앞으로 달려가 자리를 잡는게 아님? (뒤에서 지인 한명이 따라서 계단을 굴러 내려옴) 우와.... 여기서 2차 멘붕이.... 나는 그냥 어버버해서 있는데 강배우님은 몇 미터 앞에 서서 웃고 계시고 나는 점점 더 정신이 혼미해질 뿐이고 오늘 낮의 일도 아직 정리가 안되었는데 방금전에 일어난 일에 대해 어안이 벙벙...
이...이런건 정말 생각도 못해본 일이라.... 나는 공연 보러 가면 얌전히 자리에 앉아서 볼 줄만 알았지 이런 적극적이고 대담하게 선을 넘는 행동은 .... 사....상상도 못해 봐서.... 배우들이 뭐라고 하는지는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고 그저 강배우의 얼굴만 물끄러미 보고 있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져간 카메라 이미 기억속에서 지워져 꺼내보지도 못하고 ㅠ.ㅠ) 계단을 올라오는데... 고개를 못 들겠더라는.... (사람들한테 좀 미안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고.... 혹여 아는 사람이라도 있을까 걱정도 되고 허허허)
그 와중에도 드는 생각은.....우리 엄마가 이런 나를 봤으면 뭐라 하셨을까? 아니....내가 이랬다 말하면 믿을까? 아... 정신이 없다는 말이 바로 이런 거구나...
집으로 오는 길에 왜 웃다가 씁쓸하다가... 민망도 하다가 또 멍... 했다가...
아 그래 살다 보면 이런 날도 있구나... 하고 내가 말하는 날이 오는 구나... 하며 맥주캔을 따고 있다는 오늘 하루에 대한 변명 아닌 변명이자 기록
이제 정신이 좀 돌아왔는가 드는 생각은....
강배우님 참 살기 피곤하시겠다.... 어디가나 항상 이런건 아니겠지만.... 엄청나게 터지는 카메라 플래쉬는 그렇다 쳐도 내 동선을 따라 움직이는 불특정 다수의 군중의 무리라는게.... 그렇게 유쾌하지만은 않을테니.... (아무래 팬이라도 말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 내 행동이 좀 미안하기도 하고....
생각해보면 강배우님은 내가 경험하지 못하는 삶의 순간들을 겪고 있겠지만 반대로 나와 같은 사람들이 느끼는 소소하고 작은 일상의 순간들은 모두 놓치고 있겠구나....
뭐가 좋을지는 모르겠으나.... 나 같은 평범한 사람도 그냥 일상에서 별 다른 불편함 없이 살다가 한국사람이 아무도 없는 유럽의 산골짜기에 작은 마을을 걸을 때면 묘한 해방감 같은게 느껴지던데, 이 사람은 그 격차가 얼마나 클까? 하는 생각도 들고 하하
급 몇군데 여행지도 추천해 주고 싶은 마음도 들고 (한국 사람 절대 만날일 없는 곳을 유럽에 몇년 살고나니 알게됨.... ) 뭐 잘 알아서 하실테지만 ㅎ
아무튼 묘한 날이었다. 아니야 좋게 생각하자 One fine day but something peculi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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