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0/2010

나라는 인간에 대한 단상

  • 내 감정이 너무 중요해서 누가 날 좋아하는 지 아닌지의 여부는 그다지 중요치 않았다.
  •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보다는 나 스스로의 모습이 내 마음에 드는 지 여부가 더 중요했다.
  • 남들이 예쁘다고 말해도 내가 마음에 들지 않은 옷을 입고 있을때면 기분이 늘 우울하곤 했다.
  • 내가 예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옷을 보고 내게 예쁘다고 말하는 사람을 보면 -_-+ 이런 표정이되곤 했다. 그리곤 그 다음부터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해도 자연스럽게 흘리게 되었다.
  • 댓글을 달아 놓고는 그 사실을 까맣게 잊어 버리곤 반년 후에 질문이 달린 걸 보곤 한다.
  • 남 때문에 마음 아프기 보다는 나 스스로에게 더 마음 상하고 슬퍼진다. 
  • 다른 사람(마음에 별로 안 들 경우)과 같이 있어도 입 다물고 혼자 잘 논다.
  •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가서 책만 읽고 살고 싶다는 고등학교 시절의 소망은 사실 아직 조금 마음 안에 남아있다. 그래서 한국인을 찾아 보기 힘들었던 몰타에서도, 한국말 아예 안 통하는 -심지어는 영어도 별로 안 통함- 폴란드에서도 마음 편하게 완전 잘 살고 있는 걸지도 모름.... 나 자신이 바로 거대한 망망 대해에서 표류 하고 있는 하나의 무인도가 된 기분이다.
  • 나를 알아 보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기분으로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묘한 쾌감이 느껴진다... 가볍고 행복한 느낌 (그렇다고 나를 알아 보는 사람이 많았던 것도 아닌데!)
  • 속해 있지 않다는 느낌에서 오는 홀가분함....... 이상하게 외롭지가 않다.
  • 내가 못 알아 듣는 데서 오는 답답함, 대신 가끔 알아 들을 때도 이해 못한 척 하는데서 오는 묘한 통쾌감도 있다.
  • 전화 하는게 사실은 너무너무 귀찮다.
  • 남자친구를 너무너무 좋아하지만 사실은 옛날 남자친구도 가끔 생각난다.
  • 정말로 아들 이름은 Daniel로 짓고 싶다. (만약 생기면....)
  • 띠랑 사주, 궁합을 의외로 잘 믿는다.
  • 지금까지 한번도 가위에 눌려 본적이 없다. 귀신도 본적 없음
  • 좀 둔감한 것 같음, 영적 능력 제로
  • 가끔은 눈치도 좀 없는 것 같다. 상대방이 싫어해도 아랑곳 하지 않음.
  • 토론하기 귀찮다. 그냥 자리를 뜨는게 내 시간을 낭비 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음
  • 정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글로 적어 간결하게 보내 줬으면 좋겠다. 말로 하면 자꾸만 사족이 붙어서 싫다.
  • 역시 말보다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좋다.
  • 약간의 활자 중독증이 있다. 지하철을 탈때나 길을 걸을 때도 수시로 거리의 간판을 보고 읽어 댄다. 방향치임에도 불구하고 길을 잘 찾는 건 사실 이런 버릇 때문
  • 몇명의 지인 외에는 사실 별로 생각나지 않는다.
  • 하지만 가끔.... 뭔가 유인 요인이 있을때, (예를 들어, Phantom of the Opera의 음악을 지나가다 듣거나 하게 되면 선미가 떠오른다. ) 싸이로 확인 하고는 흐뭇하게 웃는 나를 발견! 
  • 오랜 만에 만나도 어색함이 하나 없다. 어제 헤어진 것 같은 느낌!
  • 이상하게 자꾸만 비밀 얘기, 속 얘기, 야한 얘기를 하게 된다. 아마 자주 못 만나니까 더 원초적인 대화로 거듭나게 되는 걸지도~
  • 중학교 때 장래의 희망에 '좋은 사람'이라고 적어 냈다. 
  • 고등학교 때 장래의 희망에 '정말로 좋은 사람'이라고 적어 냈다. 
  • 고등학교 때 일기에 내가 생각하는 정말로 좋은 사람의 조건에 대해 적은 페이지가 있다. 
  • 고등학교 때 나를 정말로 싫어했던(그렇게 생각이 드는)사람들이 있었는 데 그 중 한명과는 평생을 갈 절친이 되었고 그 중 하나는 지금까지도 기억이 나는 내 인생에 몇 안되는 부정적인 이미지의 소유자가 되었다. 
  • 그 때만 해도 가시 있는 장미 같았던  지금의 나의 절친과 나는 고등학교 삼년 내내 같은 반이었고 그 삼년 간 나는 어린왕자의 심정으로 그 녀의 고독과 곧은 심성, 그리고 상처 받은 마음을 깊이 깊이 사랑했다. 결국은 내 인생에 다시 없을 소중한 장미가 되어 주었다.  (그 녀는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자신이 내 밷은 말을 그대로 지키는 곧은 심성의 사람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
  • 좋아하는 노래가 생기면 하루에 30번 50번까지도 돌려 들는다. 영화도 마찬가지라 좋아하는 영화는 계속 돌려본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돌려 본 영화는 바즈루어만 감독의 물랑루즈, 음악과 곳곳에 숨겨둔 작은 장치들 때문에 계속 돌려봐도 새롭게 발견하는 요소들이 많았던 작품. 20번 이상 돌려 봤다, 거의 대사를 외우는 수준....
  • 두번째로 많이 돌려 본 작품은 에반 올마이티, 아마 이 대사 좋아하는 사람 많을 텐데
           If someone prays for patience, you think God gives them patience?
                or does he give them the opportunity to be patient?
           If they pray for courage, does God give them courage?
                or does he give them opportunities to be courageous?
           If someone prayed for their family to be closer,
                you think God zaps them with warm, fuzzy feeling?
                or does he give them opportunuities to love each other?

          우와.... 이 대사 들었을 때의 느낌이란!!!!   (사실 이 외에도 귀여운 유머 코드가 가득)
  • 얇은 팔다리의 남자가 좋다 주지훈 같은....
  • 중고등학교 다니는 여자애들을 보면 너무너무 예뻐서 웃음이 난다. 같이 얘기도 하고 싶고....  하지만 거리에서 무더기로 만나면 좀 무서움....
  • 시튼 수녀원에서 봉사활동 할 때만해도 사실은 마음 한 구석에 나 어쩌면 수녀원에 들어 갈지도 몰라, 하얀 장미도 받았고... 하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다. 
  • 마음 속에선 여전히 '난 가톨릭!' 하고 생각하고 있다. 이유 : 보이지 않는 손에 너무 사랑 받고 큰 느낌이 들어서 완전 기적! 또는 정말이지 누가 내 옆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세워두고 나의 무지막지한 호기심과 철 없음과 눈치 없음에도 불구하고 별 탈없이 넘어져도 툭툭 털고 혼자서 잘 일어 날 수 있게, 한 발자국 뒤에서 언제나 잘 자랄수 있도록 감싸 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 때문.   
  • 제대로 된 요리를 시작 한 건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가면서, 첫 메뉴는 수제비
  • 중학교 때 이사한 집 옆집 아저씨가 현대 고등학교 체육 선생님이 아니 었다면 난 아마 현대 고등학교에 가지 않았을 것임, 현대 고등학교에 가지 않았더라면 난 아마 지금의 절친과 만나지 못 했을 것임, 지금의 절친과 만나지 못 했더라면 난 아마 몰타에 가지 않았을 것 임, 몰타에 가지 않았더라면  난 아마 다니엘을 만나지 못 했을 것임, 다니엘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러시아어 공부 안 했을 것임, 러시아어 공부 안 했다면 난 아마 회사 잘 다니고 있을 때 걸려온 전화에 폴란드 관심 없어요! 하고 대답 했을 것임,  폴란드에 오지 않았더라면 난 아마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지 못 했을 것임,
          결론 :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지 못 했더라면, 난 아마 여전히 남에게 무심하고 차갑고
                     사람을 믿지 않는 냉소적인 사람이었을 것임,그런데 여전히 상처에는 둔감 한 것 같음.

Munchen

요새 일이 너무 바빠서.... 솔직히 짜증이 좀 났었다.
또 판매법인 호출.... 노트북으로 PC 변경신청 넣었는데 아직도 안나와서 완전 무거운 출장용 노트북 들고 다시 판매법인으로 호출.... 원래 하루면 끝날줄 알았는데 생각치도 못한 문제가 터져서 추석인데!!!! 차장님한테 전화로 완전 깨지고.... (내가 한 실수도 아닌데... 실수한 인간들이 둘다 출산 휴가 가버려서!!!!.) 남자친구하고 전화하면서 콧물 팽 풀고...
연구소 추석 기념 점심도 못먹고!!! (그 전날 하루만 참으면 한국음식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빵 드립!했는데!! )  이상한 빵 뜯으면서 시스템 복원하고....  흑
야근야근야근, 그렇게 고생 했는데...... 휴.....

거기다 차장님이 고생 했다고 토요일 저녁 초대 해주셨는데!!! 하필이면 나는 두달전에 티켓을 끊어둔 상태 였다. -_-;;;; 줸좡줸좡줸좡

아무튼 금요일 아침! 상콤하게 트렁크를 들고 트램 타고 회사로 출발! 날씨가 너무 좋아 설마 내 비행기에 아무런 문제도 없겠거니!!! 하는 기대를 안고 뮌헨으로 출발하려 하였으나...
아뿔사 -_-;;;;  혹시나 하고 전화로 확인한 민박집 아줌마의 착오로 방이 없다는 말씀....
(나는 분명이 9월 24,25일 예약 했다고요!!!! )
아줌마가 급하게! 친구 집으로 돌려 주셨는디 콩닥콩닥하는 마음을 안고 비행기에 올랐다.
더이상의 불운은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그런데!!!  이게 뭔일?!
뮌헨에 8시도착 비행기는 -_-;;; 급하기 몰아닥친 폭풍으로 인해 뮌헨 공항에 내리지 못하고 뉘른베르크로 우회.... 헉!!! 공항에 내려서도 한동안 멍~ 했다.
남자친구 비행기는 그나마 좀 늦게-1시간- 뮌헨 공항에 내렸고 (앞에 비행기 17대가 밀려 있었다 함, 들어보니 1개 공항 위에 약 20여대의 비행기가 돌고 있었던 매우 위험한 상황 ㅎㄷㄷ) 항공사에서 나눠준 택시 쿠폰으로 캐나다 아저씨랑 방글라데시 IT남자랑 셋이 택시로 2시간에 걸쳐 (약 12시 무렵 뮌헨공항 도착) 달려_ 쉬고 싶었는디 어찌나 떠들던지... 캐나다 아저씨 불어로 뭐라뭐라 하길래 퀘벡 출신이신갑네요~ 한마디 했다가 날씨 얘기부터 시작해서 쏼라~쏼라~ 2시간을 쉬지 않고!!!! 흑.... 정말 미안한 얘기지만 난 그 방글라데시 아저씨 말은 정말이지 40% 정도 밖에 못 알아 듣겠더라 어찌나 발음이 새던지.... 휴.... -_-;;;
피곤해 죽겠는데 집중도 안되고 계속 방글라데시 아자씨가 말할때 Sorry? 를 반복했더니 나중엔 캐나다 아저씨가 잘됐다! 하면서 계속 말을 멈추지 않는 것이 아닌가...... 아후.....진짜!

아저씨 택시 내리면서 명함 주신거 가방 옮기면서 빗물에 젖어 너덜너덜~ 뮌헨 공항에서도 공항 오방 커서 남자친구랑 계속 엇갈리다가 겨우 만나서 12시 반이 넘은 시간에 중앙역 도착!

그래도 다행히 여기서부터 나의 불운이 끝나고 겨우겨우 평범한 여행을 즐길수 있었다는 얘기....

민박집 아점마가 새로 잡아준 숙소는 민박집이 아니라 일반 가정집으로 독일 아저씨랑 한국 아줌마가 알콩달콩 사시는 신혼집 (결혼 하신지 얼마 되지 않는 커플_하지만 연배가 있으신)이었다. 조금 어수선했지만 식품 영양학 전공의 아줌마 덕분에 밥도 완전 잘 먹고! 같은 유럽 사람을 만나서 좋다는 아저씨랑 신나게 얘기도 하고 (기본 식사시간 2시간 ㅎㄷㄷ) 완전 즐겁게 보냈다. 장소도 중앙역 바로 근처! 옥토버페스트 바로 옆이라서 정말 정말 좋았다 +_+ 헤헷

다음날 남자친구랑 걸어 다니다가 바이에른 전통 의상도 사고 (과연 전통일까? -_-+ 그래도 넘 이쁘다!!! @_@ )




















사실 쓸 얘긱 조금 더 있지만 피곤하니 오늘은 여기서 이만 총총

9/18/2010

첫 레슨

판매 법인에서 일주일을 발버둥치다가 캐롤(남자임)이 쇼팽을 배우고 있다는 걸 듣고는 선생님을 소개 시켜 달라고 졸랐다.
레슨비가 너무 싸서 너무 놀랐다. @_@ (개인 레슨이 이렇게 싸도 되는거야?  )
오늘은 첫 레슨.... 처음으로 찾아가느라 좀 헤메다가 최근 회사에서 바꿔준 안드로이드 폰에서 google map으로 검색 검색.... 그냥 지도를 보고 따라 걸었다. (비바! 안드로이드! 이래서 구매 담당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헤헤헤)
교실 문을 열자 선생님은 피아노를 열고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6살때 피아노를 시작했다. 엄마가 바빠서 학교 갔다 돌아오는 시간에 맞출수 없어 엄마가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나도 집에 올 수 있도록....학교 들어가기 직전에 피아노 학원에 보내 주신게 그 시작이었다. (7살에 학교 들어갔어요! )
처음에는 마냥 좋았다.
그렇게 10살까지는 그냥 마냥 좋아서 왔다 갔다 하면서 배웠다. 고민이라곤 없었다.

피아노로 인한 고뇌가 시작된 건 내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 개인레슨을 시작하면서였다. 엄마는 까만 피아노를 내 방에 놔 주셨고 선생님이 집으로 오시기 시작했다.
그 선생님은 전의 선생님과는 달랐다. 하농이라는 기교 연습곡을 하루에 2시간씩 연습 시켰다.  심지어는 엄마에게 진짜 연습 했는지를 묻곤 했다. 그리고 연습을 게을리 한 것 같다는 대답을 하면 1시간 내내 하농을 선생님 보는 앞에서 쳐야 했다.
또 기억나는 점은 나는 손목을 좀 흔드는 버릇이 있었는데 달걀을 살포시 쥔 듯한 모양으로 손가락만 움직여야 한다고 하시며 내 손목을 묶어 놓고 연습을 시켰다.
또.... 소리가 너무 지저분 하다며 (섞인다는 말) 또박 또박 쳐야 한다고 매일 강조 했다.
깔끔하고 매끄러운 소리가 나야 한다며....
악보를 마스터 하는게 그 분의 목표 였다.
기교 있는 곡을 마스터하고 다음 곡 다음 곡 또 다음 곡으로 넘어갔다.

하루 하루가 연습에 메여 있었고 나는 피아노에 대한 흥미를 잃어 가기 시작했다.
내 잘못을 지적하는 선생님 때문에 괴로웠고 내 스스로의 연주가 만족 스럽지 않았다.
뭔가 빠져 있는 것 같았는데 선생님은 늘 내 연주가 깔끔하지 않아서라고 말하셨었다.
내가 원하는 건 이게 아닌데.... 뭔가 이게 아닌데 하고 늘 괴롭고 힘들었다.

그때는 내가 원하는 연주 방향이 분명치 않아서 더 설명을 못 했었던 것 도 같다.
내 소리가 싫었다. 바꾸고 싶었는데 선생님은 오히려 내게 내 피아노는 너무 평범하다고 했다. 눈에 띄지 않아 심심하다며.... 자꾸 기교 있는 곡을 가르쳤다.
그렇게 치다가 초등학교를 졸업 할 무렵..... 5학년 때쯤 피아노를 시작한 친구의 연주를 처음으로 들었는데.... (그 친구 이름은 아직도 잊지 못할 것 같다) 그 때의 충격이란.....
내 노력과 시간이.... 모두 물거품이 되버린 듯한 느낌....
지금은 오페라 가수지만 그때는 피아노를 쳤었던 우리 사촌언니의 연주에서도 나는 늘 열등감을 느끼곤 했는데 그건 나이 차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언니처럼 나중에는 칠 수 있을꺼야라고 생각하며 버티곤 했는데.... 그걸 그 친구가 일깨워줬다.
내가 보지 못하는 걸 그 친구는 보고 있다는 걸.....바로 알 수 있었다.
그 길로 나는 피아노를 그만 뒀다.

예중 예고에 들어가서 나는 피아노를 칠꺼야... 하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내 시간들이 모두 연기처럼 사라지는 기분을 지금도 잊을수가 없다. 방문을 걸어 잠그고 베란다에 앉아 한참을 울고는 엄마에게 이젠 피아노가 싫어 졌다고 말했다. 엄마는 별 말 없이 얼마 지나지 않아 피아노를 팔아 버리셨고 중학교에 올라가고 나서는 내가 피아노를 쳤었다는 사실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멀어져갔다.
대신 미친듯이 연주곡을 들었다. 그런 내게 엄마는 오디오 세트를 내 방에 놔 주셨고 한번도 시끄러우니 소리를 줄이라는 얘기를 하지 않으셨고 나는 마치 무언의 반항이라도 하듯이 방에 틀어 박혀 밤 늦게까지  피아노 연주곡을 듣고는 했다.

왜 갑자기 다시 피아노를 시작했을까? 하고 나 스스로에게 물어 봤는데....
나도 잘 모르겠다.
시간이 지날 만큼 지났고 이제는 그 무게가 무뎌져 나 스스로 감당 할 수 있을꺼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상처가 아닌 과거의 추억으로 받아 들일 수 있기에 즐길 수 있을꺼라고 생각했기에 용기가 났다.


그런 내게 이 선생님이... 첫 시간에 피아노의 구조와 원리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주더니 The Entertainer 악보를 꺼내더니 쳐보라고 했다. 당연히.... 쉬운 곡이니까 원래의 박자에 맞춰 쭉 쳐나갔다. (우와! 나 생각보다 기억하고 있는게 많잖아! 손가락도 잘 움직이고!!!  하며 놀란 건 사실이다) 다시 한번 천천히 쳐보라고 해서 천천히 치는데 오히려 더 어렵게 느껴졌다.
그리고는 선생님이 하는 말.....
손목을 움직이지 않는 걸 보면 전에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피아노를 오래 쳤구나. 콩쿨 준비 했었나? 그런데..... 요새는 그렇게 가르치지 않아! 소리가 너무 날카로워지거든...
좀 더 부드럽게 접근해보자. 훨씬 좋은 소리를 만들어 갈수 있을것 같아서 기분이 좋은데? 하고 말해줬다.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툭 떨어졌다.
얼마나 놀랐던지....

선생님한테 나 그때 내 소리가 너무 마음에 안 들었었다고... 또박또박 치라고 늘 얘기를 듣다가 선생님이 이렇게 말해주니까 마음안에서 뭔가가 무너지는 것 같아! 라고 말하니까

선생님도 급 놀란듯.... 왜 그래? 니가 바라는게 이걸로 돈을 벌어서 살게 아니니까 훨씬 우리는 즐겁게 레슨을 할 수가 있어! 그리고 넌 악보를 잘 보고 칠 줄 아니까 우리는 이제 소리를 듣고 그 소리를 다듬어 가면 돼!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업이야! 걱정하지마 우리는 이제부터 네 소리에 집중할꺼니까..... 라고 말해줬다.

갑자기 The Entertainer가 완전히 다른 곡처럼 느껴졌다.
가슴이 두근두근해서 자꾸 눈물이 나올 것 만 같았는데 꾹 참고 건반을 눌렀다.
(휴..... 글을 쓰는 지금도 자꾸만 눈물이 나올 것 같다.....)



마지막이 대박...
선생님이 우리 오늘 10분만 빨리 나갈수 있을까? 하더니 남자친구 선물을 사야하는데 쇼핑몰이 금방 끝나거든... 약속 시간에 늦으면 안되서 미안해! 라고 하는게 아닌가!!!
피아노 시작한다는 말 했을 때부터 선생님이 남자냐! 너 혹시라도 피아노 치는 모습에 빠지지는 않는지 불안하다! 드립치던 남자친구....

걱정마! 우리 선생님.... 남자친구 있어!!! ㅎㅎㅎ
나 진짜진짜 오늘 완전 행복해!!

9/16/2010

9월의 폴란드




금요일밤 갑자기 말도 없이 찾아 온 남자친구 덕분에 9월의 폴란드를 만끽 할 수 있었다.
일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계속 전화기에 대고 징징 대다가 결국엔 그냥 안 받아 버렸더니 감기 걸린 몸으로 깜짝 놀라서 달려 온 것 같다....  바부.... 난 그냥 놔두면 풀리는데...

우리의 문제는 늘 여자답지 않은 나다.
보통 여자들이 화났을땐 남자가 달래주고 풀어주면 상황이 좋아지는데 나는 내가 화났을때 나에게 말 거는게 너무너무 싫다.

나는 그냥 거리를 두고 놔두면 알아서 풀어진다. 즉.....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내 남자친구는 그걸 그냥 놔두질 못하고 안절부절..... 옆에서 풀어 주려고 말시키고 노력하다가 오히려 내 화를 돋구고 마는데.... 다들 그런 남자친구가 좋은 거라고 하지만 나는 정말 그 점이 싫다.  (그냥 내 기분을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

하지만 이번엔 그냥 넘어가주기로 했다. 
사실 그 녀석이 잘못한것도 없는데.... 내 앞에서 쭈뼛거리며 미안하다고 말하는 걸 보니 마음이 안 좋아졌다.  자꾸 무언가 내가 잘못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냥 한숨을 내쉬곤 우리 둘다 조금씩 서로에게 익숙해져 가는 거겠지? 하고 말하곤 토닥토닥 해줬더니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는지 얼굴이 풀어지는 걸 보고 나도 그냥 웃고 말았다. 

화내고 싸우기엔 주말이 너무 예뻤다.
  

은근한 압박

임신한 매니저 없이 2011년 계획을 짜는 일 때문에 정말 정신없이 정말 처음부터 (바닥부터) 구르듯이 시스템 배우고 허덕허덕 자료 준비해서 겨우 일정에 맞춰 놨더니...
평소부터 야망이 있던 2인자께서 내게 왜 자기한테 말 안했냐며 어떻게 자료 준비를 한건지  이제서야 (저번주에는 뭐하고?) 묻길래 차근차근 설명해 줬더니 하는말

니가 재정일을 전에 안해봐서 모르는 모양인데 이런식으로 계획 짜면 니가 책임 질꺼야? 나중에 문제 생기면 어떻해? 내가 이거 준비하려고 탬플릿 만들어 놨는데....

이거 메일 본사에서 각 법인 탐장들한테 다 보냈고 걔가 나한테 돌려서 난 이거 막느라 정말 한주 동안 고생했거든..... 밤 10시까지 판매 법인 가서 연구소가 어쩌구 저쩌구 말하는 거 들으면서 떼워 놨더니.... 그것도 금액은 다 주재원들이랑 얘기 마쳤거든.....하고 얘기 하려다 전부터 팀장 자리에 욕심 내는 거 알고 있었고 나쁜 마음으로 말하는 거 알고 있기에 그냥 좋게 말했다.

그래? 그럼 다음 년도에는 우리 1년 계획 짤때 8월에 자료 준비해서 9월에 딱 끝내자
난 이번에 법인 시스템 매니저랑 프로그램 우리 쪽에서 업로드 할 수 있게 하느라고 너무 바빴어...
너도 알지? 9월에 경영 계획 짜는거? 그럼 좀 더 빨리 움직여야했어.
우리 이제부터는 실행 계획이라도 좀 제대로 짜자 그 탬플릿 보여줘봐. 그거 쭉 돌려서 우리 계획 부터 제대로 짜자

그랬더니 휙 돌아서는 지 '그 시스템 매니저는 내용에 대해선 하나도 몰라! ' 하고는 지 할말만 하고 내 말은 듣지도 않더라.... 하는 얘기 (벌써부터 분위기 조성하는 건가..... 흑)

짜증나는 마음을 추스리려고 노력하고 있는데.....임신 바이러스라도 퍼졌는지 또 한명이 출산 휴가 받으려고 포석을 깔았다. '4개월 이예요' 하고.....
결혼 안한 처자라 마음 놓고 있었더니만.... 게다가 남자친구랑 요새 사이 어때? 하고 물으면 갸랑은 너무 오래 되서 느낌이 안나~ 하길래 회사내 직원 한명이랑 분위기가 거시기 해도 모른척 눈감아 주고 있었더니 대뜸 임신이라니....
겁나서 차마 아빠가 누구냐고는 물어 보지 못했다.... 이상하게 듣는 순간 남자친구랑 결혼 할꺼야? 하는 질문도 떠오르지 않았다.... 순간 멍~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한명이 박차고 나가시겠단다.
더 높은 곳을 향하여....
뭐 개인 발전을 위해 더 공부하시겠다는데 차장님도 더는 말씀이 없으셨다.
그러니 나도 행운을 빌어 줄수 밖에....

임신 5개월부터 내리 2달을 나오지 않고 있는 사람 좋은 우리 팀장
(애기 한테 별 문제가 없길 바라고 있을 뿐)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던 우리 팀 2인자....
4개월이라고 발표한 3인자 - 연구소 Finance team의 실질적인 업무인 출장 비용 정산 및 확인을 담당
Posting 담당 신참 - 이제 1년이 갓 넘었음- 도 당차게 퇴직을 선언한 오늘..... 아직 반년도 안된 새로 들어온지 얼마 안되는 또 다른 그녀가 너무나도 믿음직스럽다

이 것도 저 것도 아닌 본사와 시스템 중간에 끼어 이것도 저것도 아닌 나........ -나도 여기 온지는 이제 9개월밖에 안됐다구!!!! -

과연 우리팀은 아니아니 나의 미래는 어디로 흘러 가고 있는 것인가....
고민 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