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샤바에 첫눈이 왔다.
그 동안 한국의 가을이... 그리고 겨울이 너무나 그리웠다.
한국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아련한 냄새가 나는 것과 달리 이 곳은 공기 자체도 메마르고 겨울에도 빨래가 반나절 만에 마를 만큼 공기가 건조하다.
겨울이 습하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습하다는 개념과는 아예 다른것 같다.
한국에 있을 때면 갑자기 공기가 차가워져 찬 바람이 불면 머리가 아득해질만큼 첫사랑이 떠오르곤 했다.
신사동 고개와 고등학교 근처에서 서설거리며 이미 예전에 없어진 감정들이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확 머릿속을 뒤집어 놓아 괜히 눈물이 날 것만 같았는데... 여기는 그런 느낌이 나질 않는다.
우선 찬바람이 없다. 공기는 찬데, 한국과 같은 칼칼한 바람이 불질 않고, 바깥에 나갔다 들어오면 풍기는 겨울 내음이 없다. 아마 그래서 멀쩡히 아무 문제 없이 잘 있는 것 같다........
지금은 한국의 그 칼칼한 찬 바람이 그립다.
남자친구는 어젯밤을 홀딱 새고 잔다는 연락을 남기고 말이 없다. (너무 좋다. 깨 있으면 영상통화하자고 조를텐데.... 사실 만나면 수다가 끊이질 않지만 영상통화는 정말... 할말이 없다.
그래서 평일엔 맨날 야근 했다고 뻥치고 집에서 혼자 놈....그런데 주말엔 통하질 않음)
혼자 가만히 앉아 창밖을 바라 보고 있는데 혼자 있는 고독감과 지금 이 순간의 안정감이 너무 좋았다. 영원이라는 단어가 존재하고 있는 느낌이 살짝 든 것 같은데.....
바르샤바의 거리는 눈 내린 밤에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제설 시스템은 짱인듯...... 벌써 거리에 눈은 깨끗하게 치워져 있다.
집 앞의 공원에 소복히 쌓인 눈과 대조적인 모습.
베란다의 새 발자국은 크기가 보통이 아닌 것이 까마귀가 남겨 놓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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