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문득 그가 한 말이 생각이 날때가 있다.
살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나자마자 서로에게 끌렸던 사람이 있었다.
2주가 지난 후 비행기 표를 한 손에 든 그는 문앞에 기대 앉아 말했다.
이렇게 돌아가버리면 생각이 날까봐 걱정이 된다고.....
그때의 기억을 떠올릴 때면, 돌아가는 건 자긴데 혼자 방안에 앉아 내 생각을 하고 또 외로워 질까봐 걱정이 된다고 말하던 그의 얼굴이 아직도 생각난다.
그렇게 문 앞에서 내게 말하곤.... 영국으로 가버렸던 그는 2주 후에 돌아와 다시 내 앞에 서서 웃으며 말했다. 남은 시간이 한달이 안되더라도.....같이 있고 싶다고.....그래서 돌아왔다고....
부지바의 좁은 길에 서서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나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마음으로 그저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말없이 웃던 그는 그냥 보고 싶었다고 그래서 돌아온거라고 말하곤 조심스럽게 내 손을 잡았고 나는 이번에 떠나야 하는 건 난데.... 난 돌아올 수 없어라고 말했다.
그런 내게.... 그럼 널 그리워하면서 일년을 보낼꺼야 그리고 또 일년 그렇게 시간이 가다보면 다시 만날 수도 있겠지... 어쩌면 둘다 서로의 기억에서 잊혀질 수도 있고.... 하고 말했다.
그 후 나는 계획보다 2주를 더 보냈고 그렇게 한달이 지난 후.... 내가 비행기를 타던 그 날..... 우리는 서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공항에서 내내 꼭 안고만 있었다.
그리고 나는 눈물 한방울 떨구지 않고 웃으며 문을 통과했다.
그 후로 문득 문득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이 떠오를 때면 나는 그가 한 말을 되뇌였다....
일년 그리고 또 일년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수밖에는 없다고....
그가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 아침이면 꺼내 마시던 블렌디, 나지막히 속삭이던 목소리와 말투....가만히 앉아 자는 것처럼 눈을 감고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리던 모습, 입을 다문채로 나를 향해 미소 짓던 모습과 도톰하던 아랫입술, 작은 버릇 하나하나까지도 기억이 난다, 레몬향이 나는 향수와 얇은 머리카락, 동그란 어깨와 긴 손가락까지..... 그에 대한 기억들이 떠오를 때면 나는 가만히 앉아 눈을 감고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것 밖에 할 수가 없다.
가만히 앉아서 빨리 시간이 지나가 버렸으면..... 그의 말대로 일년 그리고 또 일년....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버리길 기다린다.
버릇이라도 된 것처럼 이젠 다른 사람이 옆에 있는데도 햇살 좋은 일요일 낮이면 창가에 앉아 그가 했던 것 처럼 도수 높은 술을 따라 마시곤 눈을 감고 가만히 시간이 가는 소리를 듣는다.
시간이 지나 감정이 바래고 희미해진다 해도.... 잊어 버리지 못할까봐..... 그게 겁이 난다.
마음속으로 공감합니다 :)
답글삭제저도 그런 사람이 있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