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그동안 쉬었던 폴란드어 설명이 아니고, 폴란드어를 배우며 느끼는 개인적인 감상이다. 폴란드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폴란드어는 3차의 분할을 통해 나라가 지도 상에 존재 하지 않았던 120여년의 세월을 거치면서도 살아 남은 언어다. 그 말은 120여년 동안 공식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던 정체된 언어 였으며(아예 사용되지 않았다는 말이 아님) 그로 인해 1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다시 나라를 재건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언어의 통일화, 간소화등의 과정 없이 오래 된 언어의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민족주의가 외부의 적이라는 존재에 대응해야 하는 위기의 상황에 매우 강력하게 발현 되어 작용하는 점을 고려하면, 왜 폴란드에서 언어 혁명이 일어나지 않았는지가 쉽게 이해 된다.
러시아가 언어를 주변국에 보다 빠르고 효과적으로 전파하고자 복잡하고 불규칙적인 특성 자체를 필요적인 측면에서 간소화 시켰던 반면에 폴란드는 언어에서 편의를 도모하기 보다 민족적 정체성 유지에 더 비중을 두었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봤다.
때문에 폴란드어는 슬라빅 언어의 복잡한 문법 체계를 현대에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도 언어 개혁을 할 가능성은? 확신 할 수는 없지만 거의 없다고 본다.
오히려 폴란드어의 복잡한 문법 체계가 국가성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 듯 생각이 들때가 있다. 원칙을 중요시 여기고 반칙은 싫어 하며, 간단히 넘어 갈 수 있는 요령이 보이는 데도 정도를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
사족이지만, 폴란드 사람들의 원리원칙 주의가 참 좋은 점은 이런 성향 덕분에 사람들이 음식에 장난치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화학 비료 등도 한국에 비하면 아예 안치는 거나 마찬가지란다. 덕분에 사람들은 길에서 산 사과도 쓱쓱 문질러 껍질채로 먹는다. 얼마전에는 회사에서 임신 3개월의 여직원이 사과를 씻지도 않고 그냥 베어 먹는 것을 본적이 있다.
각설하고, 폴란드어는 아주 간단한 문장 하나를 만드는 데도 복잡한 문법적 논리를 필요로 한다. 동사의 인칭 변화는 기본이고, 동사에 따라 그리고 상황에 따른 격 변화, 남성 여성 중성의 단어에 따른 형용사의 올바른 선택과 함께 격에 맞는 격 변화가 필요하다. 이 외에 수사가 들어가는 경우, 단-복수가 아닌 1의 경우 2,3,4의 경우 그리고 5 이상의 숫자에 따라 단어의 형태가 변한다. 겹치는 경우를 제외하고 단순히 계산 하자면 1개의 단어가 3개의 성에 따라 다르고, 3개의 성이 7개의 격에 따라 변화하고 여기서 수사의 의미가 들어갈 경우 3가지의 형태로 변한다. 여기서 내가 거품무는 부분은 형용사 또한 단어에 맞춰 성,수,격에 따라 변한다. 단어 변하는 방식 다르고, 형용사 변하는 방식 다르다. 그래도 귀여운 부분도 있다. 같은 단어도 크기에 따라 어미가 변화 한다는 것, 나름 규칙 변화다.
물론 겹치는 부분도 많고 복수에서는 남성과 중성이 같은 형태를 보이는 경우도 있고, 무생물의 경우 격변화 안하는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더 헷깔린다.
러시아어 처음에 배울 때도 참 막막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눈앞이 깜깜하지는 않았다. 확실히 러시아어가 훨씬 간소화가 많이 된 것이 보인다. 물론 advanced로 넘어가면 점점 어려워지겠지만 그래도 처음에 느는 속도는 러시아 어가 훨씬 빠르다.
자 그럼 폴란드어를 구사하는 폴란드 사람들은 어떨까? 물론 어느 누구에게나 모국어가 그렇듯이 그들은 어렸을때부터 익혔기 때문에 자연스럽겠지만 한국어에도 어린이가 쓰는 말과 어른이 쓰는 말이 확연히 다르게 들리는 것처럼 (한국어에서 한자어를 구사한다거나 하는 것처럼) 빡센 국어 공부를 필요로 한다고 들었다.
내 남자친구는 고등학교 졸업 시험에 3가지 과목을 응시 했는데, (영어, 수학, 폴란드 어) 재미있게도 폴란드 어 점수가 제일 낮게 나왔다고 한다.
그런 언어를 배우고 있는 내 기분이 요새 어떤지 짐작이 가시는 지....?
내 영어 구사력에도 참 불만 많은데....... 러시아 어 공부 진짜 재미있게 하고 있었는 데 폴란드에 살고 있는 이유로.... 그리고 폴란드 인 남자친구랑 남자친구 부모님한테 참 예쁨 받아서 같이 얘기 하고 싶다는 이유로.... 러시아 어 잠시 쉬고 폴란드어 하고 있는데, 진짜 하루 하루 진도가 나갈 수록 눈물이 난다.
내가 과연 폴란드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날이 올까?
앞으로 결혼해서 애가 생기면 어쩌지? 혹시라도 폴란드에서 평생 살게 되면 어떻하지? 하는 등의 생각으로 마음이 진짜 암담하다.... 이게 미국에 나이 들어서 이민 가신 분들이 하시던 고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름 언어에 소질있다고 생각하며 산 세월이 28년이다.
일본어 물론 한국어랑 비슷하지만, 조금 공부 했는데 여행가서 별 문제 없이 소통 되는 거 보고 자신감 붙었었고, 사촌언니 독일어 하는 거 보고 나도!! 하면서 달려 들어서 일년 공부 했더니 베를린 가 있는 동안 기본 회화 되길래 그렇구나!! 하고 생각 했고 러시아어 하는 남자친구랑 반년 조금 안되게 연애 했더니 감 잡혀서 학원 반년 다니고 독학 하고 시험 봤더니 금방 중급 나와서 그래 하면 되는 거야!!! 하고 생각했는데.... 폴란드에서 생활 한지 일년... 이 언어는 무작위로 많이 듣는 다고 듣고 말할 수 있는 언어는 아니고, 상황에 따라, 그리고 세부적인 사항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는 고로 결코 머리가 굳은 성인으로서는 누군가의 가르침이 없이 배우는 건 불가능 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겨우 한고비 넘기면 또 다른 고비가 찾아온다....
이 모든 상황을 뒤로한 채 드는 생각은.....'영어가 제일 쉬웠어요!' 다.
현재는 자신감 제로, 완전 바닥에, 폴란드어! 후덜덜 하고는 있는데 오기가 생겨서 그만 두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정말 스트레스 많이 받는다.
특히나 회사 다니며 공부 하려니... 진짜 시간도 없고 체력도 딸린다.
하지만 내 돈 들여가면서 배우는 건데 진짜 잘하고 싶다.
적어도 돈 버렸다는 생각은 절대 하고 싶지 않다.
이미 복식 문장으로 말하겠다는 생각은 버렸다. 간단한 문장이라도 문법에 맞게 맞는 격을 써서 단어 변화 제대로 시켜서 말하고 싶다.
2011년의 최대 목표는 이거다. 남자친구 엄마랑 둘이만 있어도 바디 랭귀지 말고 (다큰) 사람 답게 점잖게 대화 하는 것.....
오늘 밤에는 잠 못 이룰 것 같다.
왜냐면.... 내일이 학원 가는 날이기 때문
안녕하세요!
답글삭제전 서울에서 대학다니고 있는 한국 여학생입니다.
폴란드 관련해서 검색하다가 여기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랑 똑같은 점이 너무 많으셔서 깜짝 놀랐네요
일단 저도 영어 이름이 Sophia에요...(저랑은 조금 다른 스펠링이시만...) 또 제가 경영학과 전공이어서 저도 취직을 금융 또는 재무쪽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폴란드 남자친구가 있는데 졸업하고 폴란드에서 일하는 것이 꿈이라면 꿈이랄까요.. 여쭈어 보고 싶은것이 많아서 가입까지 했는데 댓글 보신다면 코멘트(?)라도 달아주시면 감사할꺼에요..^^ 그럼 잘지내세요!
네 안녕하세요.
답글삭제오올~ 생각 했던것 보다 한국여자들한테 폴란드 남자가 인기 있네욤 ^___^
저는 가톨릭이라 제 세례명을 그대로 쓰고 있어요.
학생이시면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 활짝 열려 있으니 잘 준비하셔서 좋은 결과가 있으시길 바래요!
저는 학생 때 두리뭉실하게 생각하고 있다가 취직하고 나서 고생 좀 했는데, 취직하고나서 들었던 생각을 조금 말씀 드리자면 금융이나 재무 같이 붙여놓고 얘기하지만 업무적으로는 달라요. 어느쪽 가시고 싶으신지 잘 알아보시고 방향을 정하셔서 차근차근 준비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정거리가 짧은 총알을 많이 준비해서 따발총으로 쏘는 것보다는 길고 잘 만든어진 총알 몇발로 쏘는게 적중률이 높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하지만 각자 지향하는 바가 다르니 제 얘기는 가볍게 듣고 넘기시면 될 것 같습니다 ^__^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글 남겨주세요.
이메일 주소를 좀 아리켜 주시면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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